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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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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갈레 마음


BY 김효숙 2006-07-22


출근 길. 버스를 타고 나오는데 장마 끝에  보이는

아침 햇살이 참 곱다

늘 함께  출근하다가 가끔은 혼자 버스를 타고  가는 것도

아침 햇살이 가슴에 내려 앉아 행복한 것 같다

버스에서 내려 가게 있는 곳 까지 오는 거리는 십분정도 걸리는데

오다가 보면 어느 건물 옆 한 뼘 되는 넓이의 꽃밭에 핀 키 작은 코스모스를

바라 보는  기쁨도 크다

 정돈 된 보도 블럭 사이로 초록 색 이끼를 밟으며 행복에 젖어 본다

어느새 다다른 내 삶에 터전 문을 열고 들어 가기 전에 스치로폴 화단을 둘러 본다

까마중이 주렁주렁  나를 기쁘게 해 주려고 하나둘씩 고운 햇살 받고 익어간다. 어릴적엔 배가 고프면 담밑이나 두엄근처에서 잘 자라던 까마중이 우리들의 간식거리였다

손바닥에 까마중을 따서 모았다

감자꽃에 달리는 꽈리하구 똑같이 생긴 까마중은 너무 작아서 만지기만 해도

톡 터진다. 지나가는 자동차 매연이 귀찮게 해도 까마중은 잘도 익어간다

 

화분에 흙을 모아  꽃을 심었는데 씨앗이 어디선가 숨었다가 뾰족 싹을 내밀었는데

까마중 잎사귀인 것을 보구 날마다 사랑에 마음으로 물을 주었더니

이쁘게 자라갔다

그런 까마중은 내 키보다 더 크게 나라 주렁주렁 내 어릴적 추억 안고 익어간다.

난 오늘 아침에도 까마중을 손에 가득 담고 옹기종기 모여 깔깔대고 웃고 있는 모습을 핸드폰에 담았다

먼 훗날 할머니가 되어 심심하면  까마중 따 먹으며 웃던 추억을 생각하고 싶어서 말이다.

 

까마중은 내 눈과 내 마음과 내 생각에 기쁨을 던져놓고

맛있게 먹어 버렸다.

 

스치로폴 화단에  씨 뿌려 놓은 백일홍도 연노랑색 주홍색으로 이쁘게 꽃을 피웠다 그 꽃도 한번 입맞춤 하고

그 옆에 분꽃도 한번 만져 주고

유리 창가를 이쁘게 해 주려고 밑그림을 그려주는 수세미 잎사귀도 한번 눈길을 주었다

 

가을이면 노랑색으로 날 웃게 해 줄 국화가 웃는다

돌나물 미나리도 기지개를 펴며 나를 반겨준다.

 

고무통 속에 벌써 3대째 이어가는  고구마 줄거리도 무성해 간다. 실내에서 싹을 내어 줄거리가 돋아나면 고무통속에 심어 고구마를 수확하구 또 자라면 잘라다 겨우내내 유리병에 물갈아 주며 싹을 키워 봄이면 또  밖으로 시집보내구

벌써 3대째니 아마 고구마는 어릴적 내 꿈을 지워 버리지 않으려는가 보다.

 

걸어서 십리길을 걸어가는  등교길 우리동네 사는 내 친구는 아침이면  어젯밤에 쪄  놓은 고구마를 잔뜩 가지고 와서 하급생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는데 그 아이들은 고구마를 하나 얻어 먹구

대장님 하며 그 친구 가방을 들고 뒤를 따라가곤 했었다

동급생인 나는 자존심이 있어서 그 대장님 소리를 하기 싫어

그 고구마를 얻어 먹지 못했다.

십리길을 혼자 풀이 죽어 걸어가던 나는 신작로를  건너던 개구리가 죽어 힘없이 누워 있으면 그걸 집어다 풀섶에 놓아주며  살아나기를 기도해 주었었다.

그리곤..

먼 훗날 난 고구마를  많이 심는 집으로 시집을 가리라고 꿈을 꾸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늘 고구마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나서 싹을 내고 또 싹을 내고. 그걸 바라보며 눈물과 행복에 젖어 보기도 한다..

 

그 고구마 잎파리는 내꿈을 안고 오늘도 이쁘게 자라간다.

어휴.. 스치로폴 화단에 있는 꽃들을 다 이뻐하고 바라보고 쓰다듬어 주고. 그러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부엌에 들어가 엊저녁 절여 놓은 얼갈이를 씻었다

어제 다듬을 때 달팽이를 보구 하나씩 조심스럽게 골라 뒷뜰 꽃밭에 놓아 주었는데 절인 배추를 씻다 보니 죽은 달팽이가 하나 둘 씩 나온다.

가슴이 아팠다 ..

밤새도록 소금에 얼마나 아팠을까

아줌마는 날 사랑한다면서 내 친구들을 다 죽여 버렸다고

꽃밭에 있는 달팽이들은 날 쳐다보지 않을텐데..

하나 씩 잎사귀 뒤에 숨어 있던 달팽이들은 내 부주의로

흐느적 거리며 물위로 떠 오른다.

\" 미안해 \" 다음엔 꼭 더 자세히 살펴볼께

그렇게 다짐을 했다..

 

 

물속에 떠 다니는 달팽이를 가여워 하면서

혹시나 배추 속에 들어가 손님들에게 발견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열심히 골라 내고 있었다.

난 착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또. 손님들에게  야단맞을까 두갈레의 마음을 갖고 골라내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