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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31

무게


BY 27kaksi 2006-07-22

여름이 중반에 와 있다.

연신 부어 대던 빗줄기가 조금은 가늘어진 것 같았다.

그래도 차창의 윈도우 부러시를 움직이며, 수원쪽으로 차를

몰았다. 신록은 비에 절어져서 물이 너무 많을 듯 하다.

꼭 국물김치 처럼......

유난히 비가 많은 올해 여름은  피해도 전국적인 규모 이란다.

내게도 마음의 비가 많이 내린 여름이다.

갑자기 준비 되지 않은 어려움은, -남편의 병환- 더 커다란 부피로

닥아들었고, 견뎌 내기도 그만큼 부담이 되었다.

\'침착해야 한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런 말들은 고도원의 아침편지에나 자주 등장 하는 남의 말처럼

느꼈었는데....

남의 큰 아픔은 알 수 없는 것이고 내 손끝의 가시가 더 아프게

느껴지는 것처럼, 나의 고통은 훨씬 크게 날 옦아 메었다.

그렇지만,

신앙의 힘도 있었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의 넘치는 사랑도 도움을

받았다. 외롭다고 느끼던 그에게 그렇지 않다고 확신을 주는

기회도 되었다

마라톤에 비유 한다면 중반 이상을 달려온 지금, 난 천천히 호흡을

다듬고 있다.

안정권으로 들어 온 셈이다.

 

절친하게 지내는 조박사님 병원에 도착했다. 사실은 그분의 부인과

절친한 친구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자연스레 가까워진 사이다.

오랜동안 같이 보낸 시간들이 많았다.

여행도가고, 골프도 치고,맛있는 것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늘 건강하고 당당하던 분인데, 좀 수척한 모습이다.

운동을 심하게 하셨다고 했다.

우린 나이를 먹어 가고 있다는게 표가 나는 것인지도....

 

아빠의 요로결석 부분과 머리 까지 모두 자세히 검사를 해 주셨다.

괜찮다는 그분의 자세한 설명은 많은 위로가 되었다.

그쪽으로 전혀 문외한인 우린 단층 촬영의 필름을

아무리 들여다 봐도 알 수가 없지만,

방사선과 박사라는 그분에 대한 신뢰가 지금 우리에게는 큰 의지가

됨을 숨길 수가 없다.

마음이 약해진 남편에게도, 그를 걱정하는 아내인 나에게도.....

같이 식사하고 오래 대화 하고....

주차장에서 차에 시동을 거는데, 그분이 말했다.

\"형수님! 오늘 보니 형수님이 크게 보이네요! 어깨가 무거워

보여요. 어쩐지 형수님이 집에서 대장이 된것 같아요!.\"

그분의 뜻깊은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집의 많은 것과 우리 부부를 잘 알고 있는 그분은,

나에 대한 애처러움도 있겠고,아빠에 대한 안쓰러움도 포함된 의미

의 말이란걸 알 수 있다.

커다란 덩치에 비해 여리고 착한 심성의 그분을 뒤로 하고 차를

몰아 오면서 한참이나 마음이 싸 했다.

남편은 머지 않아 건강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불안과 자신

없음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것이냐?

나의 어깨에 무게가 실린다.

어중간한 중년의 나이.....

뺄셈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나이임에도....

나의 어깨는 많은 무게가 느껴짐을 어쩔 수가 없다.

 

아직 정식 교수가 된것은 아니지만 첫발을 내디딘 똑똑하고 능력

있는 큰딸은 앞으로도 제 몫을 할테고, 둘째딸은 야근이 심한

직장이지만 제앞가림을 잘 하고 있고, 복학한 아들은 침착하고

든든해서 자기의 장래를 충분히 설계하고 감당 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난 무엇을 부담스럽고 걱정 하는가?

나의 삶의 무게는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거워서 감당을 못할 정도는 아닌데도....

내가 너무 여려서 불행 같은 것은 피해갔으면 좋겠다고 빌어 주던

작가방의 친구 말처럼, 난 너무 공주라고 착각 하며 사는것은

아닌가?

그와 잠시 시골의 전원 생활을 해볼까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서천땅에 집을 지을까...하는....

그러나,

서울 토박이인 그는,  서울을 떠난 다는게 쉬운일은 아니고,

아이들도 결혼을 시켜야 하고,.....

생각이 많으면 머리가 더 멍해 진다.

가는 빗방울이 차창에 내려 앉는다. 얼른 지워서 깨끗하게

만들었다. 내마음의 앙금을 지워 버릴양으로.....

 

차에 가득 주유를 했다.

나 자신에게 충전을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