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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더+ 아이함께 시범사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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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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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글.


BY 정자 2006-07-22

조금 있으면 난 완전한 백수가 된다.

그렇게 몇 년동안  준비한 작업이다.

 

 

몇 칠전에 난 남편에게 나의 계획을 말했다.

의논도 아니고, 그냥 일방적인 통고처럼 난 말했다.

이제 회사 안 다니고 집에서 전격적으로 살림만 할 거라고 했더니

처음엔 그냥 듣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뭐라고 한 거여? 이런다.

 

난 또 애기한다. 이제 보험 안하고 집에서 살림만 할 거라고 했더니

그 말 듣고 피식 웃는다. 에이 거짓말~~ 이런 표정이다.

 

그러고는 저녁이 되어 심각하게 또 묻는다.

진짜여?

응!

 

더 이상 이제 웃지도 않고 얼굴이 심각한 얼굴이다.

난  그 맘을 읽었다. 이 여편네 또 어디서 심사가 뒤틀려 이젠 아예 회사도 안다닌다고 하고.

하면 하는 그 성격을 아니, 말린다고 번복할 마누라가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남편이다.

 

아침에 밥먹고 출근 할려고 차 시동거는데, 느닷없이 대문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한다.

몇 칠 안남은 출근길이니 그런가 보다.

 

회사에서도 이 눈치 저 눈치를 직원들이 본다.

이미 임원진과 합의 된 결과를 통고하고, 알려진 사실이니 더 이상은 나에게 묻지 않는다.

잘나가는 회사를 왜 그만두냐고, 누구 좋으라고 그 알토란 같은 것을 놔두고 어떻게 놔두고 갈수 있냐고 직원들이 성화를 부리고 난리 부르스였다. 그럼에도 난 망해서 떠나요? 아니면 지금 떠나요? 하니 어이가 없는 표정들이다.

 

말이 그렇지 십수년을 영업에 뼈가 절었다. 울기도 많이 울고, 돈이라면 환장해야 할 직장인데, 죽고 사는 문제를 포장하여  판매하는 작업이니, 말발만 거세어 져 가지고, 내가 봐도 볼썽 사나운 사람이 되버렸다. 이대로 가다간  나중엔 돈과 맨날 싸우다 늙어 죽어도 모를 지경인데, 내 인생 어디서 찾아야 되나  참 심각한 고민이었다.

 

 그래서 난 삼개년 계획을 세웟다. 조금 있으면 전 회사를 떠나니 제가 없으면 그런 줄 알라고, 계약제반 및 모든 일은 인수과정을 거쳐 장상적으로 옮겨 놓을테니 염려 푹 놓으시라고 그렇게 늘 입에 달고 다니니, 그래서 핸드폰 정지하고, 집 전화없이 살았냐고 하기도 하는데, 연습이라면 연습이고, 그게 그렇게 이런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니, 느닷없이 연락 안 되는 거보다 훨 낫지 않냐고 했다.혹시 돈 많이 벌어놔서 이제부터 노후생활 할거냐고 묻기도 한다. 이젠 고객들이 먼저 묻는다, 얼마 안 남았네요. 회사 그만두면 뭐하실 거예요?

 

 헤헤..회사만 그만두면 할 일이 아니라 그 동안 못 한거 진탕 하고, 잠도 늘어지게 늘보처럼 뒤집어지게 자보고, 이젠 출장 갈 일이 없으니, 먼저 차를 없애고, 그리고 집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는 매일 다른 기사님들 버스를 번갈아 타고 도서관도 가고, 시장도 가고, 걸어서 우리집 근처 사십마일 오십마일까지 도보여행도 해보고,... 놀다 지치면 남편 농사일에 조금 걸리적 거리더라도  쫒아 다녀보고, 남편이 그마저 시원치 않다고 하면 집안에서 열심히 마루닦고, 방청소하고 앞치마 두르고  살림을 실컷하다 보면 늙어가겠지. 뭐...

 

 듣는 사람들은 편한 소리한다고 한다. 애들이 이젠 돈 많이 들어가게 되면 그 때는 어떡할 거냐고 하는데, 그건 그때가서 고민해도 늦지 않다.

 

 한가지 고민이 되는 것은 이젠 아줌마 닷컴에 글을 넣어야 되는데. 우리집에 인터넷 전용선이 없다, 물론 전화도 없다. 그러니 천상 도서관이나 피씨방에 가야 하는데, 게을러 자주 못가니 이를 어쩔까...

 

 아마 이글이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넣는 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