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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부모가 SNS에 올리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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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67

취소합니다.


BY 일상 속에서 2006-07-06

사람은 작은 것에서도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곳저곳 뒤져보니 이런 사진이 있네요. 너무 귀여워서 마음이 편해지네요. 다른 님들도 편한 마음 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려봅니다. 즐거운 날 되세요.

 

3째 시숙님의 생신이 어제였다.

형님 댁과는 오래토록 붙어서 지내다보니 서로의 생일을 챙기게 된다.

시숙님께서는 일이 없어서 요즘 집에 계실 때가 많기에 당연히 집에 계실 거라 생각하고 나는 형님 댁에 전화를 넣었다.

형님께서 받으셨다. 오전 10시가 넘은 시간에 일어나신 시숙님께서 늦은 아침을 드시고 계신다고 했다.

시숙님께 미역국 만나게 끓여 드렸냐고 여쭈니 그랬단다.

차를 마시러 가겠다고 했다.


남편 역시 어쩐 일인지 요즘 일을 나가지 않는다.

비가 와서라니 할 말이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늘 말이 바뀌는 사람인지라...그것을 익히 아는 나로서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는 것을 터득한지 오래다.

남편은 집 밖을 나가면 통금시간이 고정치 않으면서 아내인 나만은 집 밖을 나돌아 다니는 것을 유독 싫어한다.

여자가 밖으로 나다녀서 좋은 꼴을 못 봤다나? 그 말에 태클 걸고 싸워대는 나지만 조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으니 남편이 어디가냔다.

시숙님 생신임을 먼저 알려주고 차나 마시러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럼 자기 점심은 어쪄냐나... 그것 역시 예상한 말이었던 나는 대꾸 없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전에는 시숙님과 형님 생신 때, 화장품을 비롯한 저렴한 옷가지를 선물하곤 했는데 요즘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힘겨운 삶인지라 언젠가부터 통일 되게 속옷으로 선물하곤 했다.


그것이 새삼스레 성의 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대형 의류할인매장을 찾았다. 갖은 것도 없는 것이 눈은 고급이라 뵈는 것이 모두 내 형편으로는 고가였다. 눈을 질끈 감고 내가 고른 것은 만 원대의 면 티였다.

제색 빛에 단추가 포인트로 평상복으로 입기에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였다.


점심때쯤 형님 집에 도착하니 시숙님이 벌써 나가고 안계셨다.

애초부터 밥 얻어먹으러 간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집에 있었지만 엄마를 찾는 아영이 때문에 학교가 파할 시간이면 집에서 기다려야 마음 편한 나였기에 곧 갈 생각으로 간 길이건만... 마음 밑둥으로 섭섭함이 자리 잡았다.


역시나 멋쟁이 형님은 요즘 유행이라는 짧은 청 숏 팬츠를 입고 있었다.

예술적인 몸매...늘 부러울 따름이다.


“시숙님은 제가 온다고 그새 나가셨어요? 이래놓고 안 온다고 섭섭하다고 말씀하시기나 하고...”


하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 나는 차를 내오는 형님께 물었다.

나의 말에 형님은 일보러 나가셨다고 대꾸했다.

핸드폰과 전기가 끊어진다는 말에 수금하러 가셨다는데 그동안 안 나온 돈이 쉽게 나올까 형님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비싼 옷은 아니지만 직접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니 점심을 먹고 가란다. 됐다며 나가려니 시숙님께서 저녁에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하셨으니 저녁 준비를 하지 말란다.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았던 전이라면 그 말씀이 반가웠을 테지만 다들 어려운 살림에 무리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됐으니 두 분이나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하며 나왔다.


오후 5시가 넘어서 형님께 전화가 왔다. 아빈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시간을 묻더니 7시에 어디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 말씀에,

“수금하셨어요?” 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다행이 수금이 됐단다.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테니 다행이단 생각으로 남편한테 형님의 말을 전하니 자기는 생각이 없단다.

형 생일에 가까이 사는 동생이 아무 일도 없으면서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냐니 매일 보는 얼굴이라 괜찮단다. 난 또 다시 발끈했다.

하지만 안 가겠다는 사람 목에 줄을 매서 끌고 갈 수도 없는 노릇, 참고서 아이들만 데리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갈비 집엔 벌써 시숙님 가족과 가게에서 숙식하는 기사 한 분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뱃가죽이 등짝에 달라붙어버렸다며 다 죽어가는 아빈이에게 형님이 자리를 양보했다.


자리가 비좁아서 상 하나로 부족하니 내가 앉은 자리에 따로 불을 넣어 달라고 했다. 저렴한 가격... (우리들은 점점 저렴한 것에 집착을 한다. 질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아...이 놈의 현실을 언제나 벗어나려는지.) 돼지 갈비를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에 마주 앉은 형님과 작은 소리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남편과 함께 오지 않은 것이 두 분 모두 내심 섭섭한 눈치였다. 잠이 깊이 들어서 일어나지 못한 다는 나의 거짓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분위기를 바꿔야 했기에 안주도 없이 채워진 소주잔을 높이 들어 시숙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건배를 권했다.


“ !$$%$%$%%!!!! #$%%^^^^$#@#$@@!!!”


범상치 않은 내 목소리보다 더 크게 넓은 식당 안을 장악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한 상을 가득 매운 여전사들...

다들 얼굴에 홍조를 띠고 업된 기분들로 목소리가 드높았다.

3~4살로 보이는 어린 딸을 무릎에 앉혀놓고 있는 여자를 비롯해서 다들 30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곳으로 향한 시선들 속에 껴있는 남자들의 눈빛을 주시했다.


몇 년 전만해도 남편과 가끔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을 때가 있었다.

그 당시 다녔던 식당 안에는 우리 말고도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편은 그들이 모두 불륜이라고 했다. 이럴 때보면 아는 것도 많다.

언젠가 갔던 식당에서는 어제 봤던 여자들처럼 무리로 앉아서 술병을 기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남편이 나직하게 한다는 말이,


“저러니 나라꼴이 이 모양이지. 벌건 대낮에 잘들 한다. 지들 남편은 이 시간에도 죽을 뚱, 살 뚱 일에 빠져 사는데...” 하는 거다.


그 말이 어찌나 찔리던지... 그 당시 나 역시 대낮에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며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닐 때가 많았다.

나는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에 맞춰서 귀가해 있으면 저녁쯤에는 어느 정도 해독이 됐기에 남편은 눈치체지 못했다.

그런 나였기에 남편의 말 한마디에 도둑이 제 발 저릴 수밖에.

하지만 남편의 말에 나는 알지도 못하는 여자들의 입장에서 역성을 들게 되었다.


“여자는 사람 아냐? 그럼 벌건 대낮 말고 밤중에 나가 마시는 건 괜찮다는 거냐고. 자기를 비롯한 남자들은 술만 펐다하면 밤낮 구분없이 시간가는 줄도 모르면서 말이야.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여자가 어떻고 저쨌다고 난리야.”


그 말 한마디에 우리는 아주 냉냉한 분위기에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날 이후, 나는 벌건 대낮에 술을 먹게 되면 당당히 올려놨던 술병을 바닥에 내려놓고 먹자고 제의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남편과 같은 생각으로 우리들의 모습을 세상말세로 볼 남자들의 눈치를 살피게 되었다.

주눅이 들었다기보다 조심스러워 졌다고 표현하고 싶다.


시숙님의 생일로 인해 만남을 가졌던 곳에서 보게 된 여자들의 모습...

식당 사장은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파악했는지 좌불안석, 편치않은 표정이 되었다.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당당했다.

예전에 나를 보는 듯하여...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나를 끌고서 2차로 호프집으로 갔다.

아빈이는 숙제 때문에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500cc 한잔을 받아 놓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불이나게 온다.

반찬에 밥이 있건만 없는 라면 타령이다.

들어 올 때 사오란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상한 속을 내색하지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시숙님께서 나의 변화가 참으로 감사하단다. 술만 드시면 하시는 말씀은 예전에 나는 못돼도 그렇게 못될 수가 없다.


하긴 내가 나를 봐도 짐승같았던 성질이..사람이 좀 되긴 된 것 같다. ^^

그런데 어째...점점 남편의 간이 부어가는 것인지...

남편의 성화에 피 같은 내 술을 다른 사람의 잔에 나눠주고 아영이가 졸려한다는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왔다.


오자마자 라면을 끓이려니... 웬수같은 남편이 생각이 없으시단다.


며칠 전... 내가 했던 말... 좋아하는 배우들보다 잘 생겼다는 그 말... 오늘 취소한다.(간사함을 운운했던 말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밤이 늦었기에 참았지... 예전에 나였으면...

아~! 나날이 혈압은 상승하고... 내 위치는 하락세다.


점점 애들, 애들... 애들 의주가 된 나는 코가 삐뚫어지도록 술을 푸고 싶을 때마다 다음 날 아이들의 식사가 걱정되어 참는 일이 많다.

반대로 남편은 술로 상했을 자신을 위해 해장국을 끓여대는 나만 믿고 코가 삐뚫어지는 날로 들어오는 날이 많으니...

마음 같아서는 남편을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줘서 고향생각 나게 만들어 주고 싶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