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사람들을 사귀지 못하는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아니, 저한테는 5살 많은 언니입니다. 친구처럼 허물없고 편한 언니입니다. 대학 다닐때부터 알게 됐는데, 그때도 저의 유일한 벗이었습니다. 아, 4년전에 \"해후\"란 글에 소개되었던 바로 그 언니입니다. 이 언니는 장점이 참 많은 사람입니다.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에 남다른 표현을 할 줄 아는 감각을 지닌 사람입니다. 장학금을 받고 다니기도 했고, 글씨도 이쁘고, 지식도 많고, 외모는 미안하다 사랑한다 에서 미스터 차를 부르짖던 영화배우 이혜영을 떠오르게 합니다. 목소리도 여유있고 나긋나긋 하고... 내가 갖고 싶은 장점들을 모두다 갖은 그녀였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내가 볼 때 단점은 모든 일에 쉽게 싫증을 내고 남자에 대한 성욕이 강해 유부남을 가리지 않고 쉽게 사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겁이 많아 표현할 줄 모르는 나에게는 그당시 그것마져 때때로 멋있게 보인다는 거였습니다.
그녀는 인천에, 나는 경남 하동에 그렇게 떨어져 있어도 계속 연락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중에 하나는.. 직접 몸으로 풀지 못하는 성욕을 그녀에게 전화하여 하소연하고 야한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면서 약간은 해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언니가 또 좋은 이유는 그 언니를 만나야만 무도회장을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그녀는 나이트댄스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1년에 그언니와 한번내지 두번 밖에 못가지만, 둘다 20대 못지 않은 춤실력에 곧잘 그 어린 것들의 질투어린 눈빛과 밀치기를 경험하곤 합니다. 한번은 언니가 성에 굶주린 나를 위해 일부러 한팀의 남자들과 어울렸습니다.. 한명을 선택한 그언닌 바로 노골적인 행위에 들어갔습니다. 나를 선택한 남자는 내 눈치를 살피느라 어정쩡합니다. 그들 셋은 나만 허락하면 모텔로 갈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맘이 열리지 않아 결국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빙신...입안에 떡을 넣어 준데도 싫다네... 이렇게 생각하며 쓴미소를 짓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초등학교 첫동창회 모임을 가졌는데, 어릴 적 자기를 좋아하는 친구가 모 유명 여성복 회사의 사장이 되었는데, 그친구가 마침 생일인 그 언니를 위해 그날 나이트 비용을 전부다 대었고 선물로 차를 해주겠다는데, 차는 있으니, 컴터를 해달라고 했다네요. 또 뭘하고 싶냐고 물어보는 그의 대답에 학원을 차려달라고 했다네요. 난 머리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직도 결혼을 안했나? 했다네요. 그런데 와이프와 사이도 좋고 최선을 다해 아내를 보살펴주고 있다네요. 그럼, 목표는 하나군..첫사랑 핑계삼아 즐겨보자는.... 그런데 둘이는 벌써 잤다네요. 주변에서 여자친구들이 수떡거리는데, 그 언니는 신경안쓴다네요. 난 열이 나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것이 그녀에게는 자기가 너무도 부러워서 내가 삐졌다고 느꼈나봐요. 나에게 위로를 해주네요. 그런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맘속에서 부글거리는 말들을 꺼냈습니다. 언니는 이제 즐기는 남자보다 존경하고픈 남자를 만나서 손잡고 다정다감하게 살고 싶다며.. 그 남자의 아내는 남편이 그렇게 다니는데, 언닐 가만히 놔두겠어? 하긴 머리끄뎅이 잡히고 학원을 얻어내면 뭐 할만 하겠네.. 운 좋으면 말야. 아냐, 그 와이프도 벌써 다른 남자와 즐기고 있을지 모르지.. 언니가 말하는 사람들은 참 기가 찬 사람들이 많지.. 아내가 딴 남자와 놀아나고 용돈 받아오는 걸로 뻔뻔히 생활비 쓰는 백수인 남편들도 많다고 언니가 그랬지.. 참 세상 잘도 돌아간다. 이번에는 돈도 돈이지만 사랑한다고 하네요. 사랑하는데, 자기 감정을 어쩔수 없다네요. 하긴 그렇게 해주는 데 어떤 여잔들 그런 남자를 사랑안하고 배기겠나요? 나라고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냐고 언니가 쏘아 부칩니다. 난 또 한마디 합니다.. 첨엔 괜찮아서 맘이 싱숭생숭 하기는 하겠지.. 그렇다고 모두다 그렇게 사랑에 빠지거나 자지는 않아.. 그 와이프 입장도 생각해 주어야 될 거 아냐. 언니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있는 거 싫어했잖아.. 난 사실 남편을 만났을 때도 언니가 내 남편을 건드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이 했었어. 논리적으로 차분히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탁월한 그 언닌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못합니다..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예전부터 남자를 가려서 만나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하게 되었다고.. 난 어쨋튼 하고픈 말을 해서 후련하지만, 언니에게는 미안하다고.... 또 몇초간의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 언닌...담에 통화하자며 힘없이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렇게 7,8개월 흐른 것 같습니다. 그 이후 서로 전화를 못하고 있습니다. 친정엄마는 내가 먼저 하라고 합니다. 그래도 내가 먼저 하는 것이 낫다고.. 그런데, 이제는 전화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 동창을 만나고 있다면..난 여전히 언니에게 화가 나는 것을 참아야 하고.. 헤어졌다면...그 언니가 나에게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난 성적인 이야기를 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고매한 네가 음담패설을 하면 되겠냐고 하면 난 또 할 말이 없습니다. 여자나이 35 이 넘어가면 세상에 무서워지는 것이 없어진다고 하던데.. 그 말이 나에게도 적용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그 언니 덕택에 지금의 직장도 갖을 수 있었는데.. 직장 갖은 기념으로 일할 때 쓰라고 큰 가방도 선물 받았었는데.. 무엇이든 대화가 되는,속풀이가 되는, 몇 안되는 친구 중에 친구였는데...
지금 그녀와 난 서로를 생각하지만 연락할 수 없는 어정쩡한 관계가 되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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