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가슴이 없었습니다
배부름과 아늑한 쉼의 자리
그것만이 전부가 되었던 그때
우연한 만남에 지독한 열병을 앓고
이것이 사랑이란 이름인가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삶이라는 게
개울물이나
강물이나
바닷물처럼
섞이여 흐르면 그만인 물일 수 없어
차마 더한 절망이 두려워
내 발길 거두고 돌아선 그날들
지금 생각하니
잘했다 정말 잘했다
다독이며 칭찬하고픈 즈음입니다
작년 여름, 시골생활을 동경하며 꿈을 그리다
월드컴 4강 신화의 꿈이 이루어진
4년전의 떠들썩했던, 꿈은 이루어진다는 구호처럼
흐르는 시냇물을 생수로 마셔도 좋을만한
개울가 옆에 위치한 산골짜기의 땅을 구입했었지요.
그곳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산대도 더이상 바랄것이 없을것만 같은.
그곳만 생각하면 입가가 벙싯거려지고
세상에 무서울 것이 아무것도 없더구먼요.
그때 제 첫사랑을 회상하며 끄적인 독백글입니다.
집들이 하러 동생네 왔다가 컴앞에 앉고보니
21살 여름에 만났던 첫 머스마랑 관련된 글을 쓰고싶어서요.
참 아름다운 청춘이었지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친구를 따라갔는데
그아이도 친구를 따라온 들러리였습니다.
말처럼 길쭉한 얼굴에 웃으면 눈이 감기는 실눈을 한
그아이는 우리 셋을 데리고 형네 자취방같은
신혼집으로 가더니 부엌에서 커피를 타서 들고나오는데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혀있겠지요.
그 순간이었을거예요 온 몸에 따스한 전류가 흘러든 게.
제가 좀 그렇습니다
좋은걸 만나면 죽자사자 덤벼드는 스타일.
이틀 걸러 만나고서도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와선
편지를 쓰곤 했습니다.
참 착한 아이였지요.
절 데리고 그때 한참 유행이던 학사주점엘 가곤했는데
음악이랑 주점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그애가 막걸리를 즐겨마시는 모습이 절 갈등하게 했지요.
아버지께서 평생을 술에 절어 사셨던 모습에 질려
난 절대로 술마시는 남자랑은 결혼하지 않을거야 라며
계속 제 자신을 쇠뇌시켜 왔거든요.
전문대에 다니고있던 그앤 학사주점에 가면
beegees에 first of may를 신청곡으로 들려주며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지만 의대를 졸업한 형도
첫사랑이지만 형수랑 이루어져 잘 살고있다며
자신의 첫사랑도 이루어질꺼라 믿는다 강조하곤 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먼 미래의 그림속에
그애를 끼워넣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도시 변두리의 삭월세방을 전전하는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배움없는 둘째와
그럴싸한 집을 지닌, 의사 형과 그애 둘 뿐인 집안.
그앤, 형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제 갈등꺼리들이
아무것도 아님을 강조하곤 했지요.
알아주는 대학의 의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형에게
내노라하는 집안들의 혼담이 줄지었음에
고등학교만 졸업한 별볼일없는 공무원집 큰 딸인 첫사랑의 여자와 결혼하면
혈연관계를 끊겠노라고 결사반대한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형도 이루어졌다 난 그에 비교할 바가 아니다 뭐 그런 뜻이었겠지요.
헤어지자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하고
보고싶어 다시 만나고...
마지막으로 헤어지던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군 입대를 며칠 남기지않은 어느날이었지요.
친구들이 그애에게 그랬다나요.
도장을 찍어두지않음 고무신 거꾸로 신으니 확실하게
도장을 찍어둬라.
그러면서 그앤 내일 저녁은 집에 들어가지않을 각오를 하고
만나자고 했었지요.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한 지 2 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헤어질 때 악수하느라 몇 번 손 맞잡음과
친구와 셋이 만나 함께 돌아다니느라 통금에 걸려
셋이 여관에 들어가 잠들었던 어느날
새벽녘 그애의 입술이 살짝 제 이마에 닿았다 가는 느낌에
잠을 깬 그 접촉외엔 살갗의 부?H힘은 없었는데...
여관까지 따라 갔었답니다.
키를 받아든 그애를 따라 방문을 여는 순간
이게 아니다 싶더라구요.
혼전 경험은 나쁜짓이다
결혼때까지 순결을 지켜야한다 는 저만의 고집이
문턱을 넘어서지 않게 하대요.
그길로 그애완 이별이었습니다.
연락이 두절된 건 아니었지만 그 애를 자신있게 만날수 있는
그때의 여자는 그애가 입대하고 오래지않아
환경을 뛰어넘지못하고 맑음에서 흐림으로 변해버렸거든요.
이마가 벗겨지고 약간의 배불뚝이와 느끼한 중늙은이로 변한
그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 오랜동안
그리움으로 남아있었더랍니다.
남편과 살던 사년여는, 그애랑 다녔던 길목
그애의 집 언저리만 보여도 가슴이 설레였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은 잊혀질만 하면 꿈길에 간간이 그애가
서 있곤 했는데 우연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지요.
가끔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남자와 여자.
그 둘이 행할 수 있는 마지막까지 갔었더라면
잊기가 훨씬 수월치 않았을까.
마음 한구석 죄의식이 존재한 행위들은
아름답기보다는 추한 기억일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