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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02

그걸 왜 먹습니까?


BY 오월 2006-06-24

까치 발을 든다.

손이 닿지 않는다.

목을 뒤로 넘겨 위를 올려다 본다.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부신 햇살보다

더 영롱한 빛의 붉은앵두 한 알이 저 나무

꼭대기에 달려있다.

\'점프\'

앵두가지에 메달려 내 몸이 대롱거리고

앵두가지는 양철지붕을 쓸고 내려오다

기어코 가지가 찢어지고 지붕위에 올려져

있던 용도를 알수없는 돌멩이하나가 언니

머리위로 떨어져 이마를 타고 앵두빛 피가

얼굴위로 흘러내린다.

 

착하고 순한 내 언니는 아버지의 손에 끌려

집안으로 들어가고 방정맞은 기집애란 딱지

를 달은 나는 집 밖 울타리에 홀로 남겨졌다.

오늘도 방정맞은 기집애는 초라한 고구마

냄새밴 검은 보리밥 한덩이도 못먹을 신세

가 되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푸른빛 앵두 잎사귀를

아무리 뒤져봐도 얼마나 알뜰한 손들이 훑고

훑은 뒤끝인지 없다 없어.

 

산골깊은집 큰 앵두나무 한그루 우물가에 작은

앵두나무 한그루 가슴속 깊은곳에 익어터진

검붉은 빛으로 남아있는 앵두빛 추억.

그리곤 없다 세월이 흐르고 난 앵두나무가 없다.

오년전 잠시 바쁜 사무실일을 도와주며 와 있던

친정오빠가 내려가며 내가 있던 흔적이라며

수돗가에 앵두나무 한그루를 심어 놓고 갔다.

오빠의 잔상과 함께 남은 앵두나무.

그렇게 내 추억창고의 밑바닥을 뒤적여 먼지를

털어낸 기억들이 선명해진다.

 

하루면 몇번씩 앵두나무앞에 서서 앵두를 따

먹는다.비가 오락가락 한 탓에 안그래도 맛 없는

앵두는 더욱맛이없다.

옆 공사현장 사무실 이층 창문이 열리고 고개를

내민 사람들이 나를 향해 소리지른다.

\"그걸 왜,먹습니까?\"

하루면 몇번씩 그런 내 모습을 보는 우리 기사님들도

한마디씩한다.

\"무슨 맛으로 그걸 먹습니까?\"

나도 모르겠다.

내가 이걸 왜 먹는지....

 

앵두빛 추억으로 흐물흐물 아파오는 아린 상처.

내 어린날 배고팠던 가난했던 시절의 예의 인듯.

어쩐지 죄 받을것만 같은 생각에 나는 오늘도 앵두를

따 먹는다.

앵두를 몽땅 따 자는 남편말에 나는 강하게 머리를

젓는다.

붉게 붉게 익어 살오른 풍요로운 앵두나무는 한알의

앵두에 목숨을걸든 내 가난했던 어린날의 보상이다.

풍요로운 앵두나무는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작은

기쁨이다.

 

검 붉은 색으로 익어터진 앵두는 땅으로 떨어지고

너무 다닥거리고 붙은 앵두는 떨어지지도 못하고

붙은채로 썩어간다.

내가 뱉어낸 하얀 씨앗이 붉은 앵두와 반반 그렇게

색의 조화를 이루고 땅위에 흩어져있다.

가난했던 추억맛 씁쓸했던 아픈맛 붉고 붉은 이쁜맛.

누군가 소리없이 다가와 아무말도 하지않고 함께

앵두를 따 먹어주면 좋겠다.

이런 내 모습이 초라하지 않게.

내년 앵두가 익을때면 나는 또,할말이 많아지겠지.

앵두나무 옆에는 노란 꽃이지고 손톱만한 감이 생겨

떨어진 또,하나의 추억이 뒹굴고 있다.

그것도 내 주린배를 채워주던 고마운 간식거리 였기에

용기를 내어 그작은 감도 입에 넣고 한번 씹어봐야겠다.

그 추억맛은 맛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