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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기(꽃 단장 기념,카페위치)


BY 개망초꽃 2006-06-21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되겠다.

서두른다고 안 될 일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앉아서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다 지치느니

마지막 방법이라도 써야겠다.

일단 월세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가격을 최대한 내리기로 했다.

마침 딸아이가 방학을 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할 동안 나를 도와 줄 수가 있단다.


딸아이와 같이 카페 문을 열었다.

같이 청소를 하고 설거지 하고 꽃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색도화지에 색싸인펜으로 손으로 직접 써서 카페 창문에 붙였다.

“꽃 단장 기념

커피+다과=1500

냉커피+다과=2500

생과일 =2500“

창아래엔 지금 끈끈이대나물 꽃이 진분홍색으로 피어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꽃 이름을 물어본다.

새끼손톱만한 작은 꽃의 위력은 지나가는 사람 눈길을 모으고 가던 길을 멈추게 한다.

누구도 가지지 못한 대단한 마력이다.



카페밖엔 원래 있던 주황색 파라솔을 폈다.

그리고 또 원래 있던 작은 칠판에 이젤을 사서 세우고, 색분필로 꽃그림을 그려 넣었다.

“들꽃과 함께 차 한 잔…….”

명자나무가 있는 카페 입구에 세웠다.

이른 봄에 붉은 꽃을 피우던 명자나무는 여름이 되니 애벌레가 잎을 갉아 먹고 있다.

분필만한 벌레는 털이 부슬부슬 살이 오동통 올라 있다.


카페는 대로변에서 70미터 정도 안으로 들어 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곳에 카페가 있는지 몰라서 못 오고 있다는 나만의 판단이다.

일단 사람들에게 들꽃이 핀 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대로변 입구부터 카페로 들어오는 입구까지 서 있는 가로수에

광고문을 써서 달아 주려고 한다.

공책만한 크기의 샛노란 색도화지에 딸아이가 광고문안을 썼다.

약도를 그리고 전화번호를 넣었다.

들꽃이 있다는 것과 차 값이 싸다는 걸 강조했다.

불법이라서 달자마자 없앨지도 모르지만

시도도 못해보고 카페 문을 닫느니 시도라도 해 봐야겠다.

가로수는 봄에 하얗게 길을 열어준 벚나무들이다.

버찌가 까맣게 익어 점처럼 땅바닥에 자국을 남기고 있다.

아프지 않게 실로 된 고무줄로 부드럽게 살짝 묶으려고 한다.


메뉴판도 다시 만들었다.

커피나 녹차는 천오백원이고

얼음이 들어가는 시원한 마실 거리는 이천오백원이다.

거기다 간단한 다과를 곁들이려고 한다.

꽃 단장 기념으로 한 달간만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일단 카페가 있다는 걸 알려야 하고

차를 마시며 내가 가꾼 꽃을 아름답게 봐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왕 하는 일  인건비는 건져가야 하지 않겠는가.


내일부터 전단지를 버스정류장마다 붙이려고 했는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좋았으면.......


2006년 6월 20일, 꽃 카페는 때 이른 코스모스가 서너 송이 피어있다.

키 작은 봉선화가 입술을 헤~~벌리고 색색으로 메롱 거린다.

솔체꽃이 한번씩 두 번씩 하늘을 향해 태어난다.

백일홍 꽃이 페인트를 뒤집어 쓴 것처럼 윤이 난다.

메꽃이 창문을 기어올라 조용히 나팔을 분다.

마디마다 끈끈한 액을 묻힌 끈끈이대나물꽃이 개체수도 많고 가장 화사하게 예쁘다.

흔하고 질긴 개망초꽃과 토끼풀 꽃이 잔디밭에 멍석을 깔아 놓고 있다.

그리고 나무와 풀과 이름모를 식물들이 초록색이다. 초록 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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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위치; 일산신도시 국립암센터에서 버스정류장으로 두정거장쯤에 농협을 끼고 우회전

               율동초등학교 후문 건너편

카페이름; 테디홈

전화번호;031)918-2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