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딸아이가 헉헉거리며 학교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놀라서 하는 말.
좌석버스를 타고 오는데 버스기사와 승용차 기사가 노선 싸움을 하다가인지 몰라도
신호등에 멈춰서있는 버스에 그 승용차 기사가 올라와서 유리창을 발로 차 깨트리고
기사 두분이 길 한가운데서 한참 싸웠단다.
버스에 타고있던 할머니 몇분이 말려서 겨우 싸움이 멈추고
승객들은 다른 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대학생인 우리 아이도 놀라서 무서워서 혼났다고 했다.
버스에 타고있던 다른 많은 중,고교학생들도 놀라서 소리지르고 어린 학생들은 울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아이를 달래고 씻으라고 욕실로 보내고나니,
갑자기 작년 어느날에 보았던, 겪었던 일이 생각났다.
우리 아들과 무슨 볼일을 보고 대로변 상가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건널목에서 파란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데 웬 승용차가 건널목앞에 턱하니
주차를 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젊은 부부가 내려서 상가쪽으로 가려는것이었다.
대여섯명이 신호를 기다리다 너무 어이가 없어 한마디씩했다.
\" 아저씨, 여기다 주차하면 어떻해요?\"
\" 여기 사람들 신호 기다리는게 안보여요?\" 라고.
파란 신호등으로 바뀌어서 우린 그 승용차를 쳐다보면서 건너는데
그남자가 뭐라하는것 같았다.
우리옆에 아이와 남편과 함께 자건거를 끌고 가던 젊은 아줌마가 날보고 하는 말,
\" 바쁘면 자기 차를 밟고 지나가래요, 글쎄\" 하면서 얘기하는 것이었다.
\"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 어머, 어머 . 별일이야.\"
우리도 한마디씩하며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길 중간쯤에 왔을때였을까. 그 얘기를 들었는지
그 남자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그 아줌마의 자전거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밟는것이었다.
아줌마의 남편과 다시 싸움이 붙었다.
6차선 도로의 건널목 한가운데서 소리지르고 몸싸움이 났다.
자전거는 길 한가운데 망가진채 쓰러져있고.
순간 난 112에 신고라도 해야하는게 아닌가 . 아니, 아니, 난 당사자가 아니니
저 자전거 주인이 신고하겠지. 나중에 내가 증인이라도 서야하는거 아닌가?
사회 정의를 위해 교통질서를 어긴 저런 인간을 벌주기 위해.
그러려면 내가 파출소에 왔다갔다 해야할거 아냐? 그럼 어쩌지.
나도 가서 자전거 주인의 편을 거들어야하는게 아닐까?
나는 제3자인가? 그랬다가 저 기가 센 남자가 나중에 나에게 해꼬지하면 어쩌지?
몇분 사이에 많은 생각이 머리속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들은 계속 싸우고 있었고.
우리 아들이 무섭다며 빨리 집에 가자고했다. 뒤돌아보며 나는 계속 신고해야하는데,
신고해야 하는데만 읊조리며 비겁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난 비겁했다. 아주 많이.
그냥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이렇게 한마디면 그냥 넘어갈 일을 다혈질의 뻔뻔한 그 남자는 자기 흉을 봤다고
적반하장 그 아줌마의 자전거를 박살내고 만것이었다.
어느새 우리 사회가 이리 각박하게 돌아가는 것일까?
지위 고하,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참지 못한다.
아니, 참을마큼 너그럽지도 않다.
안타깝다. 그 마음들이.
입에 쓴 약은 절대로 접수하지 않으려는 오만함, 파렴치함을 자주 본다.
그래서 우린 짜증난다.
마음 약한 우린 짜증이 나고 안타까와도 또 그냥 견딘다. 매일.
그 오만함과 파렴치함에 질려서 이젠 차라리
점점 마음의 문을 굳게 굳게 닫아가며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