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배앓이로
온몸을 쥐어짜 듯 웅크리고 누워
진통제가 서서히 퍼지길 기다리는 동안
잠이 든 모양이다.
넘 고통스러웠었는데
아픔은 어디로 가고
내가 꿈을 꾸다니..
고통과 잠은 같이 붙어다니는걸까?
이런 저런 색의 꿈을 꾸다가
갑자기 눈이 젖어오면서
한사람이 떠올랐다.
형부..언냐 기일이 언제에요?
언냐가 갈때
고통없이 스르르 갔나요?
잠시 몇분 내가 겪은 것보다
몇백배 몇천배 고통스러웠겠죠?
이렇게 고통스럽다가
깨어나지 못하면 그냥 죽는거겠죠?
꽃다운 나이는 아닐지라도
마흔넷 지금 내 나이에
사랑하는 지기와 하나뿐인 아들
그리고 가족들을 뒤로한 채
저멀리 떠나버린 사촌언니
코에 호스를 끼워
간병인이 넣어주는 미음 먹고
눈만 껌뻑이던 언냐가
언냐......내다
내가 왔다.....언냐..
하는 소리에
눈물 주루룩 흘리던 언냐.
나를 알아본걸까?
어느 겨울날
대학생이던 언냐랑
외풍 센 문간방에서 밤새도록
두툼한 솜이불을 턱까지 당겨덮고서 부르던
옛노래들.
항상 머리를 곱게 빗어 단아한
언냐가 너무 좋다면서
대문간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 촌뜨기 남학생.
천둥 번개치던 밤이 지난
이 아침에
문득 그 언냐가 그립다.
어젯밤 언냐가 거기 있음을
빛으로 소리로 알리고 싶었던게지?
누이를 잃은 오빠에게도
딸은 보낸 이모에게도
지기를 묻은 형부에게도
한창 친구처럼 좋은 나이에
엄마를 보낸
내아들보다 한살 더 위인 조카에게도
언냐의 기일을 묻지 못한다.
그저 맑디 맑은 6월의 하늘만 쳐다본다.
언냐가 눈에 담아갔던 5년전
그 해 하늘도 이렇게 맑았을까?
언냐..
거기 있는거지?
거기서는 아프지말구
그날밤 불렀던 노래들처럼
편하게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