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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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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자


BY 오월 2006-06-07

내가 태어 난 곳.

가정 방문이 있던 시절 너무멀어 한번도 선생님들이

와 보지 못하신 곳.

어느해 아버지는 돈을벌어 오겠다고 훌쩍 산을너머 가시고

어느곳에 계시는지 알길조차 없는 긴 세월이 흐르고 있었다.

깊은산골 5남2녀 자식들을 먹여살릴 길이 막막했던 엄마는

가끔 해거름 혹시나 하는기대로 날망을 쳐다보다 기어코

어둠이 몰려오면 어린 우리들을 쓸어안고 함께 죽자며 통곡을

하시곤했다.

그럴때 우리들은 죽지말고 살자며 엄마를 붙들고 깊은산골이

떠나가라 울곤했었다.

 

어느날 엄마는 화전을 일궈 콩을심고 산짐승들이 모두 먹고

거둬들일것도 없는 쭉정이 콩타작을 감나무에 호롱불 하나를

걸어두고 늦은 밤까지 하셨고 어린동생을 등에업고 동생은 배가고파

울고 나는 지쳐울고 엄마가 이제그만 콩타작을 마치고 동생을 받아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다 휘청하며 돌에 머리를 박고 쓰러지고 말았다.

화가난 엄마는 내 등에서 동생을내려 마당위에 댓돌 댓돌위에 토방

토방위에 댓돌 그리고 마루 그 마루까지 휙 동생을 던져버렸다.

어쩌면 죽는게 낫겠다싶은 엄마의 지친 삶의 표현이 아니였을까.

 

그 모습에 놀라 벌떡 일어서는 내 입으로 찝찔한 땀같은것이 흘러

들었지만 옷소매로 슥슥훔치고 동생을 따라 마루위로 뛰어올랐다.

자지러지는 동생을 품에 안고 어르는데,밥을짓던 언니가 내 모습을보고

기암을했다.

이마가 찢어져 얼굴과 옷이 피범벅이 되었는데도 동생때문에 놀라

내 상처를 보지도 못한것이다.

그 상처는 붓고 곪아 눈이 감기는 지경이 되었지만 치료도 약도 없이

천한 상처는 그냥 나았다.

세월이 흐르며 이마위에 깊게 남은 흉터를 볼때마다 엄마는 여자 이마에

흉이 있으면 배움이 짧은 사람이 된다는데.....

그 이야기를 몇번씩 하면서 가슴아파했다.

이마에 흉때문일까.팔자 때문일까.

 

나는 정말 배움이 짧은 사람이 되었다.

어린날 언니는 내 손과 언니손을 가지런히 놓고 너는 손가락이 길고

손톱이 뾰족하니 고생안하고 살 팔자.언니는 손이 뭉툭하고 손톱이

둥글어서 일해서 먹고살 팔자라며 늘 엄마가 지렁이 손이라 놀리는

내 손을 부러워했다.

팔자 때문인가 언니는 30년 식당을 꾸려가시는 엄마의 음식솜씨를

이어받아 식당 주인이 되었고 배움이 짧은나는 소위 말하는 펜대 굴려

밥은먹는 팔자가 되었다.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 상상도 못한 일들을 겪게된다.

나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상황이라도 보는사람에 따라 하찮은일이

될수도있고  누구를 걱정시키거나 나를 위해 마음쓰게하는것이 못내

마음편치않아 말도 안돼는 마무리글로 종결지은 열번은 용서할게요.

했던글.

나는 이제 행복할줄만 알았다.

행복하리라 장담했고 행복할 자격이 있는줄 알았다.

그리고 행복하라고 그 많은 분들이 한결같이 기원해 줬는데....

20년 세월을 살면서 단 한번도 보지못한 살기어린 남편의 눈빛.

쟁반만한 유리 재떨이가 남편머리에서 산산조각이나고 흩어진

유리 벌건 핏자욱 그 위를 비틀거리며 걷는남편.

 

내가 느낀 공포감.

난 그때 알았다.

팔자를 어긴죄.

배움이 짧은내가 배우지 말았어야 했는데,끝없이 배움을 갈망해

팔자를 어긴죄.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대학진학의 부푼기대에 가족과 남편을 소홀이

한죄.

하지만 너무 가혹하다.

내가 어떻게 살아낸 세월인데....

 

 천성을 버리지 못함인지 3개월 남편의 폭풍은 어떤 우연치 않은

계기로 잦아들고 이제 정말 내 따뜻한 남편이되어 편한잠을잔다.

쓰린 상처를 다독이며 나는 또 그 속에서 빛나는 보석같은 가르침들을

주워 챙긴다.

살아온 20년을 뒤돌아보고 살아갈 날들에 대한 수정 과연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바람직했음인지..

하지만 나는 그 험한 속에서도 세상은 나를위해 잘 차려진 성찬이란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젓가락으로 숟가락으로 때로는 맨손으로 나는 성찬을 즐기고싶다.

매운맛,짠맛,달콤한맛,신맛 그리고 푸르고 싱싱한 세상속에서.

 

가장큰 목소리를 내 질러보고도싶고 가장높이 뛰어오르고싶고 날개를

달고 날고도싶다.

내 이름걸린 작은 사업도 멋지게 성공시키고 싶고 어느때 보다도 의욕

넘치는 내 삶을 힘차게 살아내 보고싶다.

하지만 나는 팔자에서 걸린다.

너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하냐 물으면 나는 남편과 가족을 꼽을것이고 그들을

지켜내자면 나는 팔자에 순응하며 조신하게 살아내야 할듯하다.

어떤 팔자가 나에게 주어지든 나는 내 팔자를 사랑하며 살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 으로도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