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 4학년인 큰 아들...
어린이집 재롱발표회때 특활수업했던
태권도 시범을 하는 자리에서 다른 아이들은 다 잘들 하는데
혼자 뒷켠에서 두손 늘어뜨리고 엉엉 울었단 얘기를 듣고는~
운동에 관해서는 너무 기대하면 안되겠구나 혼자 맘 먹은 적이 있다.
나중에 학교간후 싫다는 피아노학원을 그만 두게 해 주고 대신
다시 다니게 된 태권도 학원에서 또래 아이들과 집단으로
몰려 다니며 놀이동산도 가고 극장도 가고 하는 재미로
몸치인데다가 살찐 하얀 토끼의 몸매로 태권도 특유의 절도있는
몸짓이 아닌 그까이꺼 대충 식으로 흉내만 내는 식이지만
동생과 함께여서인지 신바람을 내며
무서운 형제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열심히 댕기는듯 하더니
이사와서 땡~하고는
그나마 수영을 다니고 있다.
내가 봐두 몸치인 울 아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익히는 속도가 무지 느린 것 같다.
하지만 물을 무지 좋아하는지 찍 소리 안내고 또 잘 다닌다.
물 속에서 물구나무도 서고 재주도 넘고 다이빙도 하고
한마리 살찐 수달 같다.^^
나름대로 물에서 노는걸 즐기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장작불에 불쏘시개를 얹어주는 맘으로
가끔씩 귓속말로 전의를 불살라준다.
\"내년에는 꼭 대회 한번 나가보라고.\"
녀석은 어차피 내년일인데 싶은지 인심좋게도고개를 끄덕여 준다.
끄덕끄덕~
인라인 스케이트도 조금 탄다.
저 때문에 온 식구가 다 타게 되었는데
이것두 별루 재미를 못 느끼는지
한동안 언덕에서 다운힐하는 재미로 타더니
요즘은 잠깐이라도 타게 하려면
온갖 감언과 협박을 보태야 큰 의무라도 행하듯이
억지로 탄다.
제가 스스로 신이 나서 해야 옆에서 보는 사람도
재미가 나는 것인데
운동에 관한 한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수영만 조금 관심을 보인다.
그러던 놈이
동생에게 사준 월드컵 축구 유니폼을 보더니
자기두 입었으면 좋겠다며 부러운 속내를 열어 보인다.
옷을 사달란 건 처음 있는 일이라...
어제 아빠가 이발하고 들어오는 길에 사다 주는 걸
녀석 입어보고는 너무 좋아한다.
(하긴 동생도 빨간 유니폼을 입은 날 너무 좋아하며
밤늦게 열리는 가나와의 경기를 응원해야하는 걸 유니폼 얻어입은
자의 의무로 여기며 안 자는걸 억지로 재웠었다..)
그런데.. 내일부텀 아침 6시에 일어나 축구를 하겠단다. 왠일로~
나더러 깨워달라는걸 자신 없으니 니 알아서 일어나라 했다.
모두 인정하는 아침잠보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이게 웬일....
아침 6시에 정확하게 일어나서 동생과 같이 나간다.
축구하러...
같이 가자는걸 뿌리치며 잠의 늪에 빠진 아빠를 뒤로 하고서.
7시에 들어오라 해놓고선
아파트 밑에 둘이서 왁자지껄 하며 돌아오는 소리가 위엣까지
올라와 내 귓청을 흔들어 놓을 때까지 계속 잤다.
밑에서 째지는 둘째 목소리에 화들짝 깨어 보니
정각 7시다.
아침밥을 먹으면서 아빠랑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한마디 해보지만 지 아빠...
아빠 넘 힘들어 못한다...
하긴 밤에두 올빼미족인데 아침에 어찌 일찍 일어나누.
아까 오후에두 축구하러 간다며 나간다.
헐~
난 축구하란 소리, 등 떠민적 한번두 없건만.
티셔츠 한장의 위력이라니. 대단하다.
신바람을 일으키는 티셔츠다.
밀려드는 후덥지근한 날씨로 몸이 나른한 나날들이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몸, 생각들, 그리구 일상...
내게도 가솜속 한자락 신바람이 불어 왔으면 좋겠다.
몸과 머리를 산뜻하게 해주는...
빨간 티셔츠~
축구 선수들이 부디 잘해서
신바람이 광풍이 되어 6월달 내내 불어주면 좋겠다.
빨간 티셔츠 같은 일.
또어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