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뻔뻔한...부끄러운 이야기좀 하겠습니다. ㅡ.ㅡ;
흉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흉보시면 혼납니다.
<끄응>
혹 기억하실런지요.
리어카 지붕에 매달아놓은 가스불밑에서 내 이야기를 목숨처럼 써내려가며
한잔의 얼음물을 소원하며 라디오에 보낸 <헤어져 사는 가족이야기>에 공모글이 당선되어
냉장고가 빈 방안으로 들어오면서부터 제 글쓰기가 시작되었다고요.
기억하실줄 믿습니다.
그때는 바라보는 것 마다 모든움직임 하나하나가 다 글이 되었을 때였습니다.
이에 용기를 얻어 라디오에 글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잃었던 것들이 하나 하나 되돌아왔습니다.
텔레비젼, 오디오, 세탁기, 식탁, 카메라, 공기청정기, 시계, 미처 챙길수 없는 세세한 생활용품 까지요.
하다못해 수저세트까지 선물로 받았습니다.
가스오븐렌지. 에어콘. 몇대의 텔레비젼과 몇대의 세탁기 오디오. 흙침대, 돌침대. 식기세척기는
가난한 방안에 들여놓기는 제자리가 아닌 것 같아 신세진 사람들에게 선물로 전하기도 하고 팔기도(?)했습니다.
지방방송국에서는 제가 보낸 편지가 오프닝멘트로 프로가 개편될때까지 방송되었던 것도 후에 담당피디의 초대를 받고 전해들었습니다.
손지갑에 도서상품권이 현금대신 두둑히 채워지기도 했었던 몇년이였습니다.
돈은 없었으나 아이들이 보고 싶은 책을 원없이 사줄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서너번씩집 방송국에서 온 등기물을 전하던 집배원아저씨가 어느 날은 \"아주머니, 뭐하는 분이세요?\"합니다.
\"장꾼입니다.\"할 때 \"그런 줄은 알고 있었는데...\"하면서 고개를 갸웃하고 가기도 했습니다.
잃었던 것들이 자리를 하나씩 찾아 들어 앉으니 그 많은 선물을 받던 방송국에 미안한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 은행에 예금은 하지 않고 한여름 더위피해 에어컨 앞에 자리차지하고 앉아 진짜 예금하러 온 손님 되돌아가게 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제가 뻔뻔하게 느껴져 방송국에 글 보내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아마 마지막 선물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이십만원권의 백화점상품권이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백화점 마트에 가서 양식으로 교환하러 갔는데 마트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상품권이라 했어요.
서너시간을 6층매장을 빙빙 돌다가 눈이 멈추는 곳은 오로지 한군데였습니다.
일층매장에 있는 연베이지색 대학가방이였어요.
원고지와 노트를 넣으면 아주 좋을것 같았던 연베이지색 가방.
당시 돈주고 사기에는 엄두가 도저히 나지 않는,
한참을 망설이다 그 상품권은 저를 위해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작가가 되고싶었어요.
작가가 된다면 저 가방이 저한테 참 잘어울리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누군가에게 내 생각을 들킨다면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꼭꼭 마음을 숨키고 있었어요.
어디 그게 가당키나 하겠어요.
설령 꿈일지라도 남부끄러운일이지요.
그런데 그게 남부끄러운일일지라도 들고다닐일이 없을지라도 저 가방을 꼭 곁에 두고 싶었어요.
작가는 무신... 빚은 발목을 잡고. 별수 없이 길에서 빵이나 굽고 그도 아니면 거리에 일하는 주제에 말이지요.
간신히 목숨이나 붙이고 살면 그만이겠지...할때
그래도 나는 꼭 작가가 되고싶었습니다.
안된다 해도 그런 꿈을 가지고 살고 싶었어요.
가방과 구두를 사가지고 돌아와 누가 볼세라 덮지않은 목화솜이불속에 습자지로 싸고 신문지로 꼭꼭 싸서 소중하게 넣어놓았습니다.
가끔 꿈을 꾸었지요. 그 가방을 들고 그 단정한 구두를 신고 서울을 가리라...
신문지를 깔고 구두를 신어보았습니다.
한걸음 높게 당당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있으려나...
다시 종이에 싸서 넣어놓았습니다\'
그리고 힘들때마다 그 가방을 꺼내놓고 바라보았습니다.
2년동안 잠자던 가방과 구두가 세상밖으로 나오던 날은
출판사에 재판을 찍어낼 때마다... 그렇게 책이 팔려나가면서 서울을 자주 오르내리고... .......
나는 또각거리는 연베이지색 구두를 신고 연베이지색가방을 들고 그렇게 서울을 오르내렸습니다.
그 가방을 들고 나서던 날. 얼마나 가슴이 뛰던지요.
아무도 모르게 웃었습니다.
<하하하하하... 꿈이 이루어졌어요.>하고 말이지요.
가방을 들고 거리를 걷습니다.
그 구두를 신고 거리를 걷는데 구두가 그렇게 폭신한 줄 몰랐어요.
날개가 달린 듯 사뿐사뿐 걸어지는게.... 시야가 탁 트이고...하이고...
그래도 많이 어색했습니다.
사람들이 흉보지 않을까... 그래도 얼마나 좋아요. 생각해보세요. 제가 얼마나 좋았겠어요.
어떻게 혼자 웃지 않겠어요.
하하하하... 세상에...
그동안 꿈같은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제 글을 자주 방송해주던 프로에서 제게 월간지에 연재를 해달라는 청탁이 왔고
신문사와 사보에서도 연재를 청탁해왔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서울역인지 영등포역인지 잘 생각은 안나는데 아마 영등포역이였을거예요.
그때 목동 기독교방송에서 토요일마다 제 이름을 걸고 방송프로를 맡아하고 있었는데 방송이 끝나고 기차를 타기위해 집으로 돌아오는데 차시간이 남아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역사내에 있던 서점에는 그 당시 느낌표에 선정된 책만 진열된 가판대가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서점 문앞에 진열되어있었고 열권 남짓 꽂혀있었어요.
커피를 마시면서 그 앞에 섰는데 순간 심장이 멈춰지는 듯 했습니다.
제 책이 첫번째 칸에 꽂혀있는거예요.
저는 커피를 넘기다가 그만 놀래가지고 꼴깍 삼켰는데 목구멍이 얼마나 뜨겁던지..그래도 그건 아무래도 괜찮았어요.
누가 보지도 않았는데 순간 들킬세라 역사내에 커다란 원기둥에 붙어 몸을 숨기고는 커피잔을 바닥에 내려놓고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리고 저를 꼬집어 봤어요.
아픈거 보니까 꿈이 아니였어요.
<와아~ 나는 이제 부자되었구나. 큰일났다. 이제 어쩌면 좋아...>
정신을 차리고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혹시 어제 이후로 제 책이 느낌표에 선정되었어요? 여기 기차역인데 느낌표 가판대위에 제책이 첫번째로 꽂혀있었어요.
하고 물어보니
편집장님도 놀래서 그런일 없는데요. 합니다.
<알았어요. 다행이예요. 놀래죽을뻔 했어요.> 하고 나혼자 말해놓고 전화끊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켰습니다.
편의점에가서 음료수를 사가지고 서점으로 들어갔어요.
책을 찾는줄 알고 카운터에 있던 서점주인이 나를 올려다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빙긋이 웃습니다.
나도 당황해 웃습니다.
한동안 서로 말이없었습니다.
저는 얼굴이 발개져 손으로 느낌표라 써있는 가판대를 가리켰습니다.
서점주인도 얼굴이 발개져서는 \"읽어봤더니 좋은책이라는 느낌을 받아서 제 마음대로 내놓았습니다\" 하였고...
고맙습니다. 하고 제대로 인사말도 챙기지 못하고 바나나우유 두개가 들어있는 비닐봉지를 전하고 뛰어나왔습니다.
그때 내가 든 이 연미색 가방. 연미색 구두...
그나마 내 몸에 유일하게 나를 지탱해주던 소품이였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지금도...
오늘 세번째 책의 추천글을 받기위해 서울엘 갔어요.
어김없이 연미색가방을 들고 연미색 구두를 신고 말이지요.
저는 이 가방과 구두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아마 조금만 제 마음쪽으로 기울어주신다면 충분히 제 마음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제가 이 가방을 아끼는 마음을요.
수녀님. 사실 두서없이 이런 얘기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 꽃집이 있는 찻집에서 말이지요. 아... 찻집이 있는 꽃집이였나요.
흉보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