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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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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접근금지.


BY 진주담치 2006-06-06

우리 아파트단지에서 몇분 걸으면 작은 야산이 있다.

그곳에 등산로가 있다.  등산이라기보다 

좀 비탈진 길을 걷는다는 개념으로 가면 딱 좋은 길이다.

나무가 우거져 그늘이고, 흔히 볼수있는 야생화나 어린 나무들도 많이 자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 아침부터 산행을 한다.

이 등산로를  따라 군부대 철조망이 쳐져있다.

사격하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우리의 자랑스런 병사들 보초서는 모습도 보인다.

그 철조망에 몇미터 간격으로 붙어있는 팻말들.

 

\"경고,   접근금지\"

 

이 팻말을 보며   난 혼자 피시식 웃었다.

우리집에도 경고, 접근금지라는 단어가 적용되는 곳(?)이 있기 때문이지.

 

2년전 이 도시로 나와  도시의 삭막함에서 탈출해보려고, 

아님  운동삼아 

또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주말농장을 15평을 얻어서 가꾸었다.

식구들 모두 일찍 나가니  나도  주말농장에 가서 운동겸, 부식 조달겸해서

열심히 가꾸었다.    상추. 청경채. 감자. 열무. 고추. 알타리.

에구.  종묘집에 가서 만만해보이는 씨앗은 죄다 사다가  고랑고랑 뿌리고

모종을 했다.           그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사실로 증명.

 

한번 일을 시작하면 다른건 눈에 안보이는 나만의 장점아닌 장점으로 밀어붙이니

여기저기서 싹트기 시작하는 각종 야채들.    정말 기특하고 이쁜 야채들이더군.

5,6월부터 자라기 시작하는 상추와  청경채들.  

그 양이 너무 많아 미처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생선도, 햄도, 밥도, 모든걸 야채로 싸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윽박질러가면서,  사정해가면서 말이다.

온동네 퍼주어도 남아도는 야채들.

 

주말마다 삼겹살 파티를  했다.  

 몸무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  이 아까운 야채들과  풋고추 때문에

테팔 후라이팬도 장만하여  굽는 당번은 울 남편.

그런데  삼겹살 굽는데 목숨건 사람처럼 열심히 굽더라.

 

그때도 70 kg가 넘던 우리 아들.  정신없이 먹는 속도를 어찌 따라가랴.

감자 몇개 썰고 각종 버섯까지 같이 구워서 먹는데도  순식간.

덜 구워진 고기를 집으려면 울 남편 ,  막 화를 낸다. 

 자기가 구워준 것만  먹으랜다.  구워서 접시에 놓아준것만.

 

머리가 1/3  이 빠진  중년의 아저씨.   집게와 가위를 들고 벌개진 얼굴로

열심히 삼겹살 굽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쉿!, 그리고 비밀인데 약간 삐에로처럼 생겼거든.ㅎㅎ)

 

내가 좀 뒤집을려고 해도 막 화를 낸다.  아직 안됐다고.

그래서 우리 식군 아빠에게 모든걸 일임했다.

우리는 구워진것만 먹기로.

삼겹살 굽는 판에 우리 셋은  \"접근 금지\" 다.

접근하면 80kg가 넘는 문지기 아저씨가 혼을 엄청낸다.     \" 경고\"다.

 

다음부터 안한다고 할까봐  

\"당신이 구워주는 삼겹살이 제일 맛있어.\"

\"아빠는 삼겹살 굽는데   達人(달인)인가봐\"

\"나중에 아빠 퇴직해서 삼겹살집에서 알바하면 엄청 친절하게 잘 구워 줄꺼야.\"

\"근데 자기들이 뒤집을래다 아빠한테 혼나서 다음부터 안오면 어쩌지?\"

 

깔깔거리며 아빠를 놀려도 자기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처럼

노여워도 않고 진땀흘려가며  열심히 굽는다.  

가끔 소주 한잔씩하고 안주 싸서 주면  더 열심히 굽는다.

 

\"경고, 접근 금지\"   

우린 이것만   지켜주면 된다.

 

지금도 가끔 삼겹살 파티를 하면 우리집은 분업이 아주 잘된다.

상에 신문펴기, 창문들 다 열기.  잔 갖다놓기, 상차리기, 불판 가져다 놓기, 등등.

 곰탱이 우리 아들은 삼겹살 먹는다면  미리 한끼씩 굶는다.

 

행복은 그리 거창한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웃을수만 있어도 행복이지.

그러나 미련한 우린 또 이루지못한  꿈 때문에  자꾸 뒤돌아 보며 간다.

 

p.s :   냄새  피워서  죄송.  ㅎㅎㅎ   

 back music:  송골매  \"이빠진 동그라미.\"     같이  감상하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