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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을 한 A씨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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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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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돈이 없다네요


BY 만석 2025-12-10

저녁을 하는 동안 영감은 다시 운동을 나갔나 보다.
'옳다구나. 심부름도 좀 시켜먹자.'
누구라도 곧이 듣지도 않을 소리지만,  결혼 후 영감에게 심부름을 시켜 본 역사가 없다. 그러나 이건 사실이다. 언제나 영감은 제왕이었으니까.

"응. 왜?"
분명히 영감의 전화번호를 눌렀는데, 아들 같은 젊은 목소리가 돌아왔으니 놀랄 수 밖에.
"여보세요?"
"응. 나라니까."

약간은 놀란듯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영감 목소리가 맞기는 맞네.
"들어올 때 바나나 좀 사 갖고 와요."
영감도 생소한  요구에 잠깐 동안을 두고 숨을 고른다 했더니,
"나, 돈이 없는데." 한다. 

"그넘의 돈은 왜 맨날 없데요."
옷을 바꿔 입고 나갔던지 사정이 있겠지 하고,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요즘 밤잠을 설쳐서 바나나를 하나 먹어봐야겠다던 계획을 접고 나니 심통이 난다. 슈퍼가  백여리 되는 것도 아니니 밥이 뜸 드는 사이에 잽싸게 다녀와야겠다고 대문을 나서는데 영감이 들어온다.

뒷짐을 쥔 손에 바나나 보따리가 들려있다.
"돈 없다더니요."
그래도 바나나를 사 들고 온 것이 기특해서 웃어 주었다.
"난, 바나나가 얼마나 비싼 줄 알았지."

생전에 뭘 사 보지를 않았으니, 바나나가 몇 만원이나 하는 줄 안 모양이다.
휴~. 이제는 제왕 대우도 그만 두어야겠다. 내가 영감보다 일찍 죽으면,  영감은 혼자 바나나도 하나 사먹지 못할 터이니 어찌 세상을 살꼬.
"영감. 이제는 제왕의 자리도 그만두고, 구십 바라보는 지금의 영감으로 사시구려."

맨날 돈이 없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