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아직 엄마가 계신다.
내가 아직 이라고 말하는 것은 보통의 엄마들 보다 연로하신 나이임에도 내 곁에 계신다는게 언제나 마음이 든든해 조금은 자랑스러워 사탕 나눠 가진 아이들 중 아껴 먹은 아이가 먼저 먹어버린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심사 비슷한 그런 뜻의 아직 이다.
내가 막내딸 이듯 내 시누이도 막내딸인데 전화 통화중에 언니 어디 갔었느냐 물을때 엄마에게 다녀왔다 대답하면 일찍 제 엄마 잃은 사람이라 그리도 부러워 한다.
\' 언닌 좋겠다 보고 싶을때 볼 수 있는 엄마가 계셔서\'
부럽다 말하는 울림이 너무 깊어 듣는 가슴에 담을라치면 어미 있는 난 내 시누이에게 미안하기 까지 해 진다.
그렇게 엄마 계신 재미를 누리고 사는데 연세가 연세인지라 올 들어 벌써 두번씩이나 날 놀래키셨다.
큰오빠 내외와 살고는 계시지만 모시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처럼 그들도 엄마보기를 소 닭 쳐다 보는 식이라 가능하면 요일을 정해놓고 엄마에게 찾아가 밥통속의 밥이 아닌 다른 음식을 드시게 하고 싶고,
의정부에서 칼국수집 하느라 자주 보지 못하는 작은 아들네도 보고 싶을 것 같아 그곳에 모시고 가기도 하고, 꽃이 이쁘게 피는 계절엔 꽃 구경 하자고 나가고,
여름엔 강바람 쏘이자 나가고,
가을엔 단풍구경 가자 나가며 난 그야말로 늙은 엄마와 손 잡고 여기 저기 다니면서 얼마나 내 곁에 계셔줄지 모를 날을 즐기며 사는데 어느날은 한 주일을 미루고 늦게 찾아 갔더니 아무것도 넘기지 못하고 삐쩍 야윈 모습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계셨다.
웬일인지 물었더니 집에서 오리요리를 해서 먹게 되었는데 올케가 무심하게 떠 드린 그릇안에 오리뼈가 들어 있었는지 모르고 삼키셨다 목에 걸리셨던 모양이었다.
노인네들의 모습이 세월 간다 어디 가겠는가.
아들. 며느리에게 말 하지 못하고 하루를 켁 켁 거리며 보내다 어찌해서 넘긴것 같았는데 그게 넘어가면서 목에 상채기를 만들었던 모양이다.
그 상채기에 염증이 생겨 부어올라 침도 삼키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하는데 떨어져 사는 작은오빠 내외가 내가 엄마에게 가기 전날 엄마 뵈러 왔다가 병원엘 모셔갔고 병원에서는 입원을 하라 하는데 행여 아들 돈 쓸세라 손사래를 치시며 빨리 집에가자 서두르는 바람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며 전화로 얘기 한다.
물 한모금도 못넘기시면서도 아들 돈 아까워 도망치듯 병원을 나와 입밖으로 침을 내 보내고 있는 엄마가 너무 바보 같아서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원 안시킬테니 아래 내과로 가자 해서 우선 링거를 꽂고 그 수액에 항생제를 투여해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해 달라 무식하지만 의사 선생님께 부탁 아닌 부탁을 드렸더니 그렇게래도 해 보자 해서 엄마는 약을 투여한 링거를 꽂고 난 옆에서 신문을 보고 있는데 링거약이 끝날때 쯤 허옇게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이고 있어 물병 뚜껑에 물을 따라 입술 사이를 적셔드리니 달싹 달싹 움직여 입안을 적시고 계셨다.
내친김에 더 넣어 드리니 \'꼴깍\' 목젖이 움직여지며 물을 삼키셨다.
난 \'거 봐, 물이 들어가네. 됐어 물만 들어가도 안죽어\' 하며 목소리를 놓였더니 눈을 뜨고 나를 보셨다.
그리고 언제부터 인가 내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셨단다.
웬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당치않은 농담으로 \'아무도 모른 재산 나한테만 줄 거 있어?\' 했더니 손을 뻗어 내 손을 잡으시고는 \'너한테 늘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하신다.
\'에게! 겨우 그 말을 별러서 한거야? 별꼴이야.\' 버릇없는 어리광으로 말을 받아 내는데 생각지도 않은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다행히 엄마는 눈을 감고 계셔서 내 얼굴을 보지 않았지만 눈물 헤픈 난 슬그머니 일어나 화장실로가 눈물을 멈추기 위해 빠른 가락의 노래를 찾아 흥얼거리며 찬물에 손을 씻는 부산을 떨었더니 다행히 눈물의 흔적을 감출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일어나셨나 싶었는데 일주일 전에 또한번 나를 놀래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