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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큰아들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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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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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내가 무수리야


BY 은지~네 2006-05-27

언니는 어려서 항상 하얀 얼굴에

예쁜 원피스를 입었었던 공주였었고,

나는 시커먼 얼굴에 낡은 옷을 입었었던 무수리였었지

작년에 한국에 나갔을때 나보다 한살 어린 사촌동생이 한말이다.

 

친정에 짐을 풀고서 며칠후, 모처럼 한가한 저녁시간이 되어서

근처에 사는 사촌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외가 친가가 모두 경기도이기에 근처에 친척들이 많이 살고 있다.

전화를 받고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저녁을 차려주고

밤에 달려온사촌 동생 , 정애.

처녀처럼 하고 왔다.

깜직한 옷을 입힌 강아지까지 데리고서

아니, 이렇게 예쁘게 하고 다니면,

누가 아들딸이 대학 다닌다는 것을 믿을까?

 

한살 차이인데 결혼을 나보다 빨리 하고 아이들도 빨리빨리

딸은 교사 임용고시를 위해 고시원에 있단다.

아들은 대학교 기숙사에

사업하는 남편이 잘나가는 덕에 낮에는 골프나 치고 유유자적하게 산다.

옛날 이야기를 가며 재미있게 웃었다.

그러는 와중에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전혀 내색도 안했던 몇십년 묵은 이야기를....

 

어렸을때,그녀는 경기도 시골에, 나는 서울에 살았었는데

명절이나 방학때면 내가 시골에 내려가서 같이 어울리고 놀았던것이다.

아니면 그녀가 서울 우리집에 오던가

그당시 우리친정 아버님은 서울에서 교사셨다.

부자이셨던 우리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땅을넉넉히 나누어 주셨었는데,

그땅에서 도지를 받은 쌀은 우리가족이 일년을 먹고도 남았었다.

기억에 항상 가을이면 묵은 때문에 떡도 하고 했던 기억이 나고

항상 마루에는 쌀가마가 높이 쌓여 있던 기억이 있었다.

가을이면 추수한 ,김장거리 그리고 온갖 곡식과 양념이 트럭으로 와서

그런 날은 온식구들이 힘들게 나르던 기억이 난다.

 

결국 부자는 아니나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었던 데다가

옛날(일정시대) 여학교까지 나오신 친정엄마의 높으신 ,

그리고 위로 언니가 없었던 나는 모든 옷을 새로 사입을수 밖에 없었다.

나는 우리 엄마의 인형놀이 장난감(?) 이었던 것이다.

항상 남대문 시장에 가서 예쁜옷( 주로 원피스) 입히고서

어디든 데리고 다니길 좋아 하셨었다.

나는 대학때도 내옷에 대한 나의 주장을 전혀 하지를 못하였었다.

그때는 큰올케 언니까지 한 몫을...

한마디로 나는 일종의 마마걸 이었던 것이다.

 

동생이 말하길, 옛날에 나는 항상 공주였단다.

명절때면 나는 예쁜 한복을 입고 와서 절을 예쁘게 하고

어른들은 모두 나를 예쁘다고 칭찬했단다.

그러면 동생은 심통이 나서 큰어머님한테 심통을 부리다 혼나기도 하고

모두들 나한테는공주대접을 하는데.동생한테는무수리 대접 이었단다.

산소에 갈때도 나는 다리 아프다고 자전거에 태우고

아니면 우리 오빠들이 업고 갔단다.

동생은 모두들 걸어가게 하면서….

나는 위로오빠만 셋인 고명딸 이었던 것이다.

사촌동생은 똑같은 막내이긴 하나 언니가 ,오빠는 셋이다.

그러다 보니 희소성이 없었나 보다.

그래서 자기가 심통이 나서 나를 놀리고 했단다.

혼자 화장실도 가는 바보, 밭에서 감자도 못캐는 바보….라고

모두 나에게 친절했는데 유난히 나에게 친절했던 동생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런것을 전혀 몰랐었으니….(원래 그런쪽으로 둔함)

 

어느해 추석에는 하얀 카라에 까만색인 비로도 원피스를 입혀서

시골에 데리고 가셨었나 보다.

이야기를 그녀가 한다.

나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공주 같다고 했단다.

하얀 얼굴에 까만 비로도 원피스가 너무 어울렸단다.

그래서 그녀가 나를 길에서 밀었단다.

그러다 어른들한테 혼나고, 저는 점점 못된 아이가 되었다고

그러다 비록 사춘기때 우리집 가정형편은 기울었지만

그래도 나는 대학에 가고 직장도 좋은 것을 가졌는데 자기는

 

이야기를 듣고서, 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는 네가 공주다., 내가 무수리고, 그렇지?’

지난 이야기니까 이제 하겠지만, 실제로 이제 처지는 뒤바뀌었다.

여유 있는 생활에 아이들 공부 잘하고

항상 예쁘게 가꾸고 사는 그녀가 진짜 공주다.

항상 털털하게 바지나 입고 생머리로

삼시 세때 반찬 걱정하고, 또 텃밭 가꾸고 사는 내가 무수리 인것이다.

 

어쨌든 다음날 무수리는 공주님이 사주신 맛있는 일식정식을 먹고

공주님댁에 가서 명품으로 꾸며진 주상복합 아파트의

호사스러움과 명품찻잔에 커피도 마시고….

그녀가 공주님 드레스를 입고

남편과 다시 찍은 공주님의 결혼 기념일 사진도 보았다.

그리고는 나는 다시 나의 수수한 무수리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무수리의 삶이 나에게 맞으니….ㅎㅎㅎ

무수리건 공주건 간에 배부르고 등따습고 아이들 건강하고

마당쇠(?) 남편이 내말 고분고분 잘들어 주고 그럼 됐지 ….

살다보면 공주가 무수리도 되고, 무수리가 공주도 되어야지

그래야 인생은 한번 살아 볼만 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