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을 먹고 나서는
그동안 익힌 재주(?)를 복습하느라 바쁜 남편이 서있는 부엌 쪽을 바라보며
나는 모처럼 여유롭게 식탁의자에 앉아 구수한 보리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때를 놓칠세라, 우리집 겸둥이 둘째가 공책을 내 앞에 펴놓으며
산수공부를 시켜달라 한다. 어쩜 이렇게 마음에 드는 말만 하는지...
두자리수 덧셈을 하자 한다. 매번 하는 것인데 그때 뿐 할 때마다 새롭나 보다.
1자리서부터 계산해서 10자리로 올라가 계산을 하라는데
자꾸만 10자리부터 계산한다. 뭐, 창의력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두 남들 하는대로 하는게 좋겠다 싶어 1자리부터 계산하라구 자꾸 얘기해 준다.
하려는 의욕은 높이 살 만한데다가 또 한자리수 덧셈은 잘하지만
1자리에서 더해서 10이 넘어가는 수를 처리하는 과정이
아직까지 당사자에게는 꽤 난해한 문제인가 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손가락, 발가락까지 동원해 보는데...
곁에서 보고 있던 우리 큰 아들~
내가 답답해서 한마디 하는 걸 듣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맞아, 너무 못해요. 걔 가르치기 얼마나 힘들다구요.(가끔씩 가르치려구 시도한적이 있기
에.) 이담에 나 쟤랑 같은 대학 갈까봐 두려워요. 넘 챙피할 거야.\" 이런다.
형의 이런 조롱에 씩씩한 울 둘째 아들~
\"왜, 서울 대학 갈까봐 그래? 아님 노인 대학? 아님 **유치원?\" 이렇게 느물거린다.
약이 쉽사리 잘 올라서 팔딱대는 지 형과는 정말 너무 다르다.
그러면 전세는 금방 뒤집혀 형이 더 분해 하구...
그러게 왜 불을 댕기냐구~ ? ^^*
암튼 꼬마들 대화를 듣다보면 가끔씩 귀를 의심을 한다니까요.
얘가 지금 무슨 말한 거지? 농담한거 맞지? 함시롱.
전 거의 까르르 넘어간답니다.
유난히 말수가 없었던 둘째...
요즘처럼 말빨이 쎄질 줄 옛날엔 미처 몰랐다니까요...
부디 말빨이 쎄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멋쥔 수다맨이 되기를...
그리하여
이뿐 걸(아가씨) 잽싸게 꿰어 차기를...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