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이 무슨 꽃 이었는지 당시엔 참 궁금 했지만 굳이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었고
또 모르는채 동경감을 갖는것도 괜찮을성 싶었다.
그때 우리집이 충무 였을적에 현관 풍채에서 이층으로 감아 올라가는 수려한 그꽃이
능소화 였다는걸 안지는 시집 오고 난 뒤 였다.
부쩍 아줌마가 된 뒤로는 일상사에 연민을 가져 여류 작가들의 글들 에게서 나를 찿아내곤
했는데,
닥종이 공예작가의 뮌헨 이야기 속에서 크고 작은 꽃들의 등장에 가슴 뭉클해 했고
박완서님의 작품에 나오는 능소화를 읽으면 어느사이 동공은 통영으로 가고 있었다.
해마다 능소화를 진저리 치듯 그리워 하고 있는가 보다.
아마도 그즈음 해서 그 사람이 나를 찿아 왔기 때문에 한번씩 각별한 꽃으로 남아 있나보다
내가 뭐가 좋다고 기어코 이사 간 데 까지 헐레벌떡 찿아왔었다
그 옛날 우리 정서가 다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그사람도 역시 뜻밖에 어줍잖은 양복을
차려 입고 나타났었다.
이상하게 몸동작이 아둔하게 보여 옷이 작은게 아니냐고 하니 역시나 순진하게시리
절친한 친구 카다마이 빌려 입었는데 짜슥이 내 보다 좀 날씬한 갑다고 멋적어 하던 기억도
이젠 능소화 꽃속에 섞여 버렸다
그때 그렇게 신선한 시절에 합쳐 살아온 이십몇년의 세월..
내가 친정 아버지와 살아온 시간 보다 이 사람 하고 살아온 시간이 더욱 불어 있으니
이제는 아버지 보다 더 의지하고 기대게 되었다.
나는 나이 들어 갈수록 더 독해 지는것 같은데 이 사람은 점점 너그러워지고 나긋해진다
늦은 밤 술한잔 들어가면 나는 알콜의 성능을 기탄 없이 발휘한다
결국 술의 광기? 를 유감없이 뿜어내는데 이 사람은 술을 마시면 부처가 되어 가는지
오히려 정리정돈 하는 분위기다.
남자는 늦게 철든다던 누가 한 소리가 맞나보다
그래서 다들 나이 들면 ... 하고 작정도 한다더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헌옷 처럼 아무 어색함이 없어서 그래서 내가 그사람 인것 같아서
이제는 형제 처럼 장신구 처럼 되었나 보다.
이슥한 어느날 봄밤에
둘은 다짐을 해 두었다..
우리 누가 불치병이나 혹은 기약 없는 중풍 이라도 만나면 힘든 미련 갖지 말고
서로의 끈을 놓아주자고... 물론 술김에 한 약속 이라 큰 효력은 없을끼다.
근데 나는 지킬 자신이 없다
차라리 나에겐 적용 시켜도 말없이 사라질 관용? 이 있다. ^^
우리 하는 말에 구둘장을 짊어지고 있어도 남편이 있어야 여자 살기가 낳다고 ..
그래서 그런건 아니지만
우리 참 그동안 악도 쓰고 용도 썼지만 사이 좋게 살아온건 분명 하지요.. 당신.
나에게 있어서 당신은 확실한 울이요 방패막이 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