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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71

세월.


BY 올리비아 2006-05-06

 

5월 첫째주 내내..


고등학교에 입학한 둘째딸이 처음 치루는

중간고사로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무슨 시험이 하루에 한 과목씩.. 두 과목씩..

간질나게 보는지 시험이 끝나는데 장장 일주일이 걸렸다.


드디어 엊그제 둘째딸의 첫 중간고사를 무사히 치루고

시험 결과 여부를 떠나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어버이날을 앞두고 온가족이 대전으로 내려갔다.


부모님 모시고 오빠네 동생네 온가족

모두 모여 대청댐 부근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5월은..5월이었다...


차창밖에는 연초록색들의 나무들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추는 듯 하였고

붉은 철쭉꽃은 무식할 정도로 화려했다.


정말.. 예쁘다...


대청댐 부근에는 어린이 날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가득이다.


잔디위에서 돗자리를 깔고 온가족이 둘러앉아

준비해 온 음식들을 먹는 모습을 바라보니


이 세상에서 내 가족만큼 큰 재산은 없는 듯하다.


우리 가족들은 차 세대로 나란히 드라이브하듯

대청댐을 돌아 단골로 찾아가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딸기밭으로 향했다.


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아직 하우스에선 딸기를 팔고 있었다.


한바구니 가득 사서 온가족이 둘러 앉아

시골의 향기를 눈으로 즐기며 딸기를 먹었다.


모처럼 만난 가족들끼리 그동안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며

딸기를 먹는데 아이들이 디카를 꺼내 사진을 찍어준다.


본능에 충실한 나..

디카를 향해 포즈를 자연스럽게 잡아 주었다.



“미~녀는 딸~기를 좋~아~해!~” ^ㅡㅡ^*


카메라를 향해 왕딸기 하나를 들고

이준기처럼 노래를 부르며 포즈를 잡자


옆에서 바라보던 오빠가

얼굴도 목소리도 전혀 미녀 같지 않다고 약 올린다...ㅡㅡ;


아이들 어른들 모두 큰소리로 웃고...

70넘으신 아버지께서는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보시며


“너희들하고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좋구나”...

하신다.


순간 그 짧은 말 한마디가

매운 청양고추를 먹은 거 마냥

왜 그렇게 가슴이 짜르르하던지...

 

참말로...웃고 있어도... 눈물이 났다..


그 옛날 온가족이 함께 한집에서

아웅다웅 부대끼며 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왜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될까.

그때 그 시절이 행복했었다는 걸..

아버지는 더욱 더 하시겠지..


세월이 이렇게 무심하게 흐르고 흘러

내림굿 받은 거 마냥 내가 지금 부모 되어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참으로 세월이 밉다미워!...


언젠가 세월이 많이 흘러

훗날 내가 지금의 우리 부모님의 나이가 되면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려나...


“너희들하고 이렇게 함께 있는 시간이.. 참 좋구나”...

라고..


저녁 늦게 서울로 돌아오는 길엔

5월의 봄비가 차창 밖으로 거칠게 내리고 있었다...

무심하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