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나러 가는 길을 라일락이 함박웃음으로 배웅하여 주었다.
버스는 기다리지 않아도 되게 내가 타자 바로 출발하여 주었다.
내 마음이 급한줄 알았나 보다.
6시에 기차를 탔다는 네가 아침이 고플 것 같아서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기 전에 김밥 두 줄을 샀다.
바쁜 군상들로 갑갑한 지하철 안에서 김밥의 참기름 냄새가 삐져나오려 하기에
김밥 봉지 아가리를 손으로 꼭 뭉쳐 쥐었다.
성내역에 내려 7~8분 걷는 길에 자전거 탄 몇몇 아줌마들의
눈만 빼놓고 모두 감춘 마스크 모습이 재밌었다.
병원을 잇는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시련이 있거나 아픔을 달래고 오가는 사람들이려니 했다.
젊은 아가씨가 젊은 남자 품에 안겨 울면서 다리를 건넜다.
다리 위를 걷기가 무섭다고 어리광을 풍겼다.
고소공포증상이 있는 나도 처음 그 길을 건널 땐 약간 어지럽더니
네가 병원에 있던 3개월 동안 오가며 적응이 되었는지
그 정도는 이젠 쉽게 견뎌낸다.
좋은 병원이어서 그런가.
여기저기 조경도 잘 되어 있었다.
하양 분홍의 철쭉이 미소짓는 화단 가에 어르신 두 분이 앉아 담소를 나누고
계신 모습이 좋아 보여서 김밥 먹을 장소로 정했다.
너와 나의 체형이 쉽게찾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겼는데
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찾기가 수월치 않아 전화를 울려 확인을 해야했다.
막 채혈을 마치고 하얀 솜을 갖다댄 팔을 문지르면서 먼저 네가 손을 흔들었다.
오동통한 볼은 그대론데 헝클어져 있던 에스라인이 제대로 굳었다 싶더니만
역시나 보정속옷이 그 비결이었다.
아까 봐 둔 장소로 가서 김밥을 풀자 어금니 부실한 사람처럼 씹어 먹는다.
점점 고칠 데가 늘어간다고 웃는다.
채혈 후 진료시간까지 남은 세 시간이
병원 화단과 로비를 오가며 자판커피로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니,결과를 기다리는 너는 시간이 길었을지 모르겠다.
진료 결과가 좋아서 새벽기차를 탄 보상이 된 셈이다.
커다란 가방에 3개월치 약을 챙겨 넣고 헤어짐의 기점인 서울역으로 왔다.
빠듯하게 남은 시간에 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을 해결하고
친절한 안내 방송에 너를 밀어 보내고는
어느 글에서 처럼 3초를 기다렸더니 예의 돌아보는 너의 눈동자가 거기 있었다.
정해진 시간은 다시 3개월 후가 되겠다.
늘 그랬지만 우리가 만나는 시간은 계절이 중간을 더 걸어온 자리이다.
계절이 바뀌면 우리는 또 만날 것이다.
그땐 병원이 아닌,
아무렇게나 우리를 내려놓아도 탓없을 그런 곳이었으면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