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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일기(자고,먹고,싸고)


BY 개망초꽃 2006-04-28

아침잠이 많은 난 아침밥을 거르고 출근을 한다.  

버스 기다리고 타고 걸어가는 시간 총 합해서 30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도 밥 먹는 시간보다 잠자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침식사를

카페에서 해결을 한다.


11시에 문 여는 시간인데,

오 분 전이나  가끔은 오 분 늦게 카페 문을 연다.

그 놈의 아침잠 때문에 항상 이 모양이다.

카페 문을 열자마자 불을 켜고 술들을 밖으로 내 쫒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연다.

그런 다음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카페 가득 돌아다니게 만든다.

그리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다닌다.

바닥이 타일과 나무라서 재래식 부엌에서나 쓰던 플라스틱 빗자루로 쓸어야한다.

옛날 재래식 부엌에서나 쓰던 빗자루 두 개가 원래부터 카페에 있었다.

쓰레받기도 왜 있잖은가? 작은 쇠 삽 같은 거…….

쓸고 나서 테이블을 행주로 닦고 나서 아침을 먹는다.

아침은 주로 집에서 식빵에 딸기잼을 발라 싸 가지고 간다.

연한 원두커피 한 잔과 먹는다.


그리고 설거지를 한다.

어떤날은 설거지가 많고 어떤날은 설거지가 없다.

손님이 일찍 끊긴날은 설거지가 없고,

손님이 늦게까지 술에 취한 날은 술 먹던 그 모습 그대로 테이블에 놓여 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내가 좋아하는 꽃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꽃들과 인사를 일일이 나눈 다음에 하는 일은 화장실에 볼일을 보러 가는 것이다.

난 예민한 편이라 이박삼일동안 여행을 다녀도 화장실을 못 간다.

잠도 아무데서나 못자고, 변도 아무데서나 못 본다.

그런데 이상야릇하게 카페에선 미꾸라지가 손가락으로 빠져 나가듯 볼일을 아주 잘 본다.

인간의 기본 건강법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아닌가…….

참말로 다행이다.

카페 다니면서 일정한 시간에 잘 싸고 있으니…….헤헤헤

처음 카페 출근하던 날, 화장실이 가고 싶었고.

편하고 시원하게 잘 누면서 카페에서 돈 좀 벌겠는데, 했었다.

꿈에 화장실을 간다던가 푸짐한 변을 발견한다든가 하면 돈 벼락 떨어진다고 했는데,

이사 간 집에 집들이 가서 변을 보면 그 집이 부자 된다는 말도 들은 것 같은데…….



오늘은 화장실이 지저분했다. 여유분 휴지 까지 다 쓰고 휴지통에 휴지가 가득이다.

결국은 너도 나도 냄새나고 더러운 생리현상이지만

지저분한 화장실에선 볼일을 볼 수가 없어서

화장실 구석구석 청소를 한 다음 볼 일을 시원하게 봤다.

속으로 “장사 잘 돼서 돈 좀 벌게 해 주십사” 기도를 하면서…….


점심도 집에서 도시락을 싸 가지고 간다.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넓은 카페에 홀로 앉아

분위기 있게 음악 감상을 하며 우아하게 창밖을 내다보며 점심을 먹는다.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람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꽃을 보며 차를 마신다.

오늘은 바람이 많다.

그래도 꽃은 떨어지지 않는다.

때가 돼야 꽃은 떨어진다.


화장실이 지저분했던 원인은  손님이 자신이 먹은 걸 확인했다고 한다.

술장사를 하다보면 별별일 들이 앞으로 많겠다.

먹고, 마시고, 토하고, 싸고, 술주정하고, 지랄하고, 욕하고, 싸우고, 때리고…….

인간의 동물적인 모습이 술에 취하면 더 보이게 된다.

어제 온 손님들이 거칠었나보다.

친구가 힘들었다고 한숨을 쉰다.


봄바람에 흔들려야 꽃이 핀다.

비바람 속에 펴야 꽃은 강하다.

강한 햇볕을 견뎌야 꽃 색이 선명하다.

모든 어려움을 받아내고 견뎌야 돈이 내 품안으로 기어 들어오게 된다.

지금은 손님이 없어 카페 운영하기가 어렵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싸다 보면, 암튼 기본적인 걸 잘 해결하다보면,

돈도 잘 해결 되리라......믿어본다.

\"바람에 떨어지지 않는 꽃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