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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앓이


BY 바람꽃 2006-04-16

 

봄은 여수 동백꽃으로 시작된다지만

섬진강변의 매화나 산수유꽃으로 찾아온다지만

나의 봄은 돌틈에서 얼굴을 내미는 민들레가 전해줍니다.

그래서 나의 봄은 좀 더디게 올 수도 있습니다.

 

어느 날 돌틈에서 여린 얼굴을 내미는 연두싹을 찾는다면

나는 반가움만큼 두려움에 울컥합니다.

단단한 시멘트 바닥의 갈라진 틈을 찾아 머리를 밀어내고

제게 힘을 실어줄 햇살을 찾기까지

민들레의 힘겨움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그리고 그 민들레가 꽃대를 올리고 꽃봉오리를 만들고 

꽃을 피우게 될 때까지

나는 안절부절하며 밤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마침내 민들레가 꽃을 피운 어느 날

나는 오랜 산고끝에 출산한 산모처럼

축 늘어져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봄은 이처럼 나에게 산고의 시간과 같습니다.

그 연두빛 싹을 낳기까지

나의 진통은 말할 수 없이 심했습니다.

머리 속에는 온갖 잡념들이 넘쳐 흐르고

무엇하나 손에 잡히지 않고 흘려보내기만 했습니다.

 

오랜 산고 끝에 오늘 드디어 연두빛 싹을 낳았습니다.

그 연두빛 싹을 가슴에 보듬어 안고 토닥토닥 얼러줍니다.

\'그래 네가 내겐 봄이야,\"하며

내 가슴에 깊이 심어두었습니다.

 

가슴속에 틔운 그 연두빛 초록이 나를 싱그럽게하고

내 가족,우리 집을 항상 싱그럽게 해 줄것입니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풍성한 열매를 가져다 주겠지요.

 

해마다 되풀이되는 그 산고가 두렵고 아프지만

이처럼 오랜 산고끝에 맞이하는 그 연두빛 싹은

내게 진짜 봄을 알려줍니다.

 

지금 저는 산후조리중입니다.

산후조리가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요.

매일 되풀이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제게는 더 없이 소중한 일상입니다.

 

오랜 여행끝에 나를 기다리는

돌아갈 수 있는 일상이 있다는것도 행복입니다.

내가 오랜 여행에서 돌아오기를

묵묵히 기다려준 당신에게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