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길가에 노오란 개나리가 한창~~ 마치 좁쌀을 흩어 놓은 것 같으다.
겨우내 칙칙하던 풍경 위에 하나둘
신의 붓놀림이 가해지기 시작하더니
그 손길은 점점점~ 바빠지고 있다.
봄비 속에 피어나던
산수유 꽃망울들의 소리없는 외침을 시작으로,
메마른 가지 위엔 연두색 싹이 움트고,
하이얀 촛대같았던 흰목련과 자목련은 한껏 부풀어 오르고,
가녀린 시골새댁 같은 진달래도 화사하게 피어 나고,
만물이 소생하느라 꿈틀대는 듯한 봄에
나두 오랜 동안거?를 끝내고
봄맞이 꽃놀이 가족여행을 가기로 했다.
오붓하게 우리 네 식구만.
쉽지 않은 출동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라 한다.
생신이나 명절, 휴가 아니면 꿈도 못 꿀텐데
뜻밖의 여행 스케쥴을 전해 주니
어리둥절하다가 뛸 듯이 기뻐라 한다.
KTX를 타보고 싶었고
호텔에서 자보는 것도 원을 했었는데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게 되다니...
벚꽃이 한창 핀다는 주말에 계획을 잡아 놓았다.
시댁이 지척에 있긴 하지만
주말에 서울친척 결혼식이 있다기에
거기 가시는 줄 알고 전화만 드리고 우리끼리
조용하게 놀다만 오면 되겠거니 하고
혼자 통밥을 굴리고 있었는데...
남푠이 전화하니 둘째네가 주말에 시댁에 온단다...
당근 시엄니는 결혼식에 안가시고...
이런~
계획에 차질이 조금 생기겠는 걸~
할 수 없지뭐...
그래... 꽃놀이를... 우리끼리만 하면 조금 심심할고얌...
잠은 호텔서 자고 먹고
놀기는 만나서 같이 놀고
엄니께 효도도 하고...
그려... 가는 고얌....
이렇게 속을 다둑이고 있는데
또다시 낭보가 날아든다...
셋째네도 오기로 했단다...
거기에다 시이모님의 칠순잔치가 일요일에 있단다...
허거걱~
이게 모니~ 이게~
모처럼 비밀스레 계획했던 꽃나들이가
대가족행사로 변질되게 생겼으니~ ㅉㅉㅉ
할 수 없나 보다.
맏며느리의 드센 팔짜가 내게 씌었나봐~ ㄹㄹㄹ
시이모님은 시엄니의 큰 언니시며,
내가 아플 때 건강이 최고라던 따스한 그말씀 한마디가
너무 고마왔던 어른이기에, 속으로 감사한 마음으로 있던차
거기까지 가서 이미 들어버린 칠순잔치에 안 갈 수는 더더욱 없는 일이었다.
다른 친척들도 다 오신단다.
그나 저나 꽃구경에다
이모님댁까지 갔다 올 수 있을까?
올해 꽃구경 물 건너 간건가?
시엄니는 부처님...
난 손오공이네... 이구...
어딜가나 부처님 손바닥 안일세. ㅎ
여러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저두... 바쁘지만 즐거운 주말 만들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