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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록도


BY 오색여우 2006-04-07

고흥반도 한 자락 끝에 놓여있는 소록도......

녹동항에서 바로 건너다 보이는 작은 섬.....

거리로는 개헤엄을 쳐도 금방 닿을 듯 가까운 섬.....

그러나 마음으로는 그 누구도 닿기를 꺼려하는 먼 섬이 소록도이다.

말로만 듣던 소록도는 그렇게도 먼 줄 알았는데

여행 일정을 잡으면서 본 지도속의 섬은 그렇게 고흥반도끝에 붙어있는

 작은 섬이었고, 여기 와서보니 눈으로도 그 곳의 건물이며 나무들이

너무도 선명하게 건너다 보이는 가까운 거리였다.

1000원 짜리 지폐한장이면 왕복배삯이 되는 거리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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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곳은 완치되었으나 일반 사회로는

나오지 못하는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들과

교회, 절 , 그리고 아직은 치료중인 중환자들을 위한 자혜병원과 일반인들의

출입이 금지된 구역등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선착장에서 자혜병원 뒤쪽의 소록도 중앙공원까지의 3키로 남짓의 길을

따라 걸어가니 환자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비어있는 듯이 보일 정도로 고요한

숲속의 집들과 일제시대때부터 지어진 그들을 수용햇던 시설들이

더러더러 눈에 뜨인다.

가끔씩 나처럼 이곳을 들리러온 일반인들과 차들이 드문드문 눈에

뜨일 뿐 너무도 고요하여 적막한 느낌이다.

이처럼 적막한 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설움이 묻혀있을지......

길가에 피어잇는 개나리나 보기힘든 겹매화가 피어있는데도

꽃향기보다는 소독약냄새가 먼저 와 닿는 섬이다.

삼월의 마지막 햇살은 따뜻하나 섬은 서러움과 한으로 똘똘 뭉친듯이

기운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스산한 느낌이었다.

수탄재

-일제시대때 이곳에서 한센병환자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건강한 자녀들과 한센병 부모들이 길 양쪽으로 죽 늘어서서 접촉은 금지한채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눈물을 흘리며 한달에 한번씩 면회를 했던 길이다-

입구에 다가서니 오른쪽으로 접한 바다로부터 황사가 섞인 매캐하고 코끝이 시릴 정도의

세 찬 바람이 그 들의 한풀이를 하듯이 세차게 불어와 몸이 날려 갈 듯하다.

삼월이라 꽃은 여기저기 피었건만 날려오는 바람 속에는

꽃향기는 간데 없고 사방에서 소독약 냄새가 자꾸 코끝을 자극한다.

일제시대때 한센 병환자들을 강제 노역시켜서 가꾸었다는 섬의

중앙공원으로 가는 도중에는 1937년부터 있어왔던 지금은 폐쇄된

검시실과 거세실이 붉은 벽돌건물로 남아있었다.

자혜병원이 가까워 오니 소독약 냄새가 더 짙어지고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다는 푯말이 자주 눈에 들어온다.

병원 뒤 섬 중앙의 공원에는 흔히 보기는 너무도 힘든

입이  쩍 벌어질 듯한 정말 잘 가꾸어진 거대하고 아름다운

정원수들이 가득했지만 내 눈엔 그 나무들이 아름다워 보이기 보다

서러운 한 덩어리들로 보이니......

그 설움들이 내 몸을 자꾸 조이는 느낌이 들어 숨이 갑갑하고

너무 두려운 생각이 나를 짓누른다.

자꾸 무섬증이 인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들의 아픔과 설움이 자꾸 내 마음을 긁적이며

갉아댄다면 나는 이중적인 인간일까?

소록도에 와보니 내가 알고 있던 의학적 상식이란

말 그대로 상식일 뿐이었고 그들을 진정으로 죽이는 것은

내가 가진 이런 두려운 감정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을 꺼려하는 내 마음

그들을 두려워하고 무서워 하는 마음

그들을 멀리 두고 싶어하는 내 마음

이런 것들이 그들은 원하지 않았으나

소록도가 만들어진 배경이 되었으리라.

내가 받은 교육은,그리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상식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그 아픔을 이해하고 최소한 완치된 그 들은

사회속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고 하지만 과연 내 감정은

그 이성이 생각하는 만큼 따라 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나는 나 자신이 부끄럽고 그 들에게 죄스러웠다,

이러는 나를 보며 같이 간 남편이 내가 이런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지 못할거면서 왜 여길 왔냐고 말했다.

왜 왔을까?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그 순간, 이미  인간으로서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일정량의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임과 의무란 것은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 것은 또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언제든지 나 역시

일상적인 상황에서 부터 언제라도 내쳐질수 있는 확율이 희박하나마

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그래서 내가 인간이기때문에 가져야하는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도리이며 책임이다.

나는 내 감정이 편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이중적이게도 머리는 인간의 도리를 또한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것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또한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소록도를 다녀온 후

그 곳에 갈때 입었던 모든 것들을 다 뜨거운 물에다 대고 삶듯이

빨래를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세탁기에 돌려놓고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이런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럽고

그리고 한센병을 가진 분들과 그리고 그 가족들의 아픔을 생각하니

너무 죄스럽고 미안하여

혼자 울 수밖에 없었다,

남편에게서 별나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이중적인 인간이 나 임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보았다.

정말이지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의 경험들이

먼 훗날에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격리된 이들을

머리가 아닌 진정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싹으로 자라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