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가뭄에 콩나듯 전화를 하고 계절에 한번 보는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카페를 보고 왔는데 꼭 네가 필요해서 전화를 했다고 한다.
“화단이 있고, 하얀 나무창이 바로 너였어.”
다음날 그 카페를 갔다.
격자무늬 창가엔 화분 넣는 선반이 걸려 있었고,
잔디가 깔린 정원이 카페에 딸려 있었다.
정원은 카페 주인 것이 아니고 일산시거지만 가장자리로
꽃을 심어도 되는 카페거나 마찬가지였다.
“여기다 사시사철 들꽃 같은 화초 심으면 되겠다.”
친구는 바로 계약을 하고 낮엔 나보고 커피 장사를 하라고 했다.
지금은 밤에만 장사를 하고 있지만
낮엔 나보고 맡아서 장사를 해 보자는 것이었다.
밤엔 술손님을 받아야하는데 나는 술장사를 안 할 것 같아서
낮에 꽃 가꾸면서 분위기 있는 꽃카페를 하라고 한다.
한 달 후인 4월 8일에 카페를 인수하기로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목주름이 늘어나게 지루하면서
안해보던 일이라 걱정이 섞인 날들이었다.
혹시 친구가 맘이 변해서 낮에 장사가 안 될지도 몰라 안한다고 하거나
다른 사람한테 맡기기로 했다고 변덕을 부릴까봐 원래 전화를 잘 안하던 내가
속이 다 보이는 전화를 자주 했다.
그리고 오늘 화단에 꽃을 사다가 심으려고 대 낮부터 만났다.
그런데 내일부터 영하로 떨어진다고 해서 꽃 심는 걸 다음주로 미뤄야했다.
그동안 어떤 꽃을 심어야 할까 혼자 고민 아닌 고민을 했었다.
도라지를 창가에 심으면, 산골 기분이 나겠지.
더덕꽃이 피면 향이 죽인다는데, 너무 산골스러울려나......
강아지풀은 사람들 시선을 끌지 못할거야. 꽃이 풀이나 마찬가지니까.
봄엔 냉이꽃과 꽃다지로 하고, 여름엔 토끼풀꽃을 넘치도록 심어볼까?
너무 흔하고 흔해서 잡초로만 보일거야.
코스모스도 낭창거리게 심고, 분꽃도 나무처럼 기르고 싶고,
창가를 채송화로 넘치게 하고 싶고.......
아니야, 사람들 시선을 끌려면 눈에 확 들어오고
흔하지 않고 식상하지 않은걸로 심어야하는데......
될 수 있는 대로 들꽃과 닮은 꽃을 화원에서 사다가 심어야지 했고
친구한테도 어떠냐고 했더니 그건 알아서 하라고 한다.
꽃엔 관한한 내가 낫다고 인정을 한다.
카페를 하는 친구, 이제부터는 카페 사장님인 친구는
그동안 화장품 외판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가
남편이 무능력해서 살던 집 팔고 이혼을 하고 월세에 살고 있다.
화장품 외판일을 팀장까지 하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만 두고
술집 여자들을 대상으로 짜퉁핸드백 장사를 했었다.
가게를 하나 얻어 핸드백과 옷 장사를 하고 싶다고 하더니
갑자기 카페를 계약하고 술장사에 뛰어든다고 한다.
결코 물렁거리지도 술처럼 술술 넘어가지도 않을 술장사.
술 취한 남정네 비위를 맞춰 밤부터 새벽까지 화전등을 밝혀야하는 장사.
웃음을 적절하게 흘리고 속마음과 겉마음 조절을 잘 해야 하는 장사를 한다니…….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내가 하는 카페는 내 손에 달려있다.
정성 드려 가꿔 놓은 화단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 마음을 움직여
차 한 잔 하고 싶다, 라는 감동을 솟구치게 하는 것이 나의 임무고 책임이다.
앞 다투어 피려고 했던 꽃망울들이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주춤한다.
갑자기 카페를 한다고 해서 나도 졸지에 카페 종업원이 되기로 했다.
봄날 꽃샘추위처럼 장사가 움츠려 들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도 4월 쯤 카페 화단엔 꽃들이 욕심 없이 성실하게 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