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79

나 남편과 헤어질까봐~


BY 비단모래 2006-03-28

3월도 끝자락이고

긴 겨울을 견딘 목련이 이제 배시시 웃고 있는데

펄펄 뜬금없이 눈이 내렸다.

 

\"무슨 미련이 있어서 저 눈은 떠나지 못하고 아직도 봄 벌판을 헤매는걸까?

봄꽃들 파랗게 질리겠네\"

 

눈물이 핑 고인다.

오늘 친정엄마가 돌아가신지 딱 5개월 되는 날이다.

그래서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더니~아버지도 어머니 생각을 하고 계신 모양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막내동생의 전화가 참 우울하게 했다.

\"누나~나 서울로 발령났어~4월3일부터~아버지좀 잘 부탁해

더 좋은 부서로 가는거야~걱정하지마\"

내 자랑스런 막내 남동생이 서울로 간다는 소식~

참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섭섭함에 가슴이 찡~하다.

자꾸만 눈물이 솟는다.

엄마가 계시다면 좋아하실 소식인데 엄마가 계시지 않으니 홀로계시는

아버지가 더 목에 걸린다.

 

눈발이 점점 더 거세다. 

 

함께 공부하고 있는 언니와 자판기 커피를 빼들고 창밖을 내다보며

3월의 눈 발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가 으슬으슬 춥고 아프다. 몸살이 나려다 보다.

 

\"나 남편과 헤어지고 정말 나한테 잘하는 사람 만나 살아보고 싶어\"

언니가 말했다.

 

\"에이 언니~이제서 어떻게 길들여 살려고\"

 

\"길 들여진 사람 없을까\"

 

\"잘 길들여 졌다고 해도 맞을까? 서로 경향이 달라서~\"

 

느닷없이

그것도 오십을 넘긴 언니가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니

언니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두 아들이 있는데....

 

\"사람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것 참 힘든거야~생각해 봐~

내게 이런말을 하더라~등에다 남자 구한다고 써 붙이고 일년을 다녀도

누가 쳐다볼줄 아느냐고~참~본때를 보여줘야 할까봐\"

 

\"아니 어떻게 남편입에서 그런말을 해~

요즘 남자는 나이들어서 살기 어려운 세상인걸 모르나\"

 

\"그래서 일본에서 황혼이혼이 늘어나나봐~젊어서는 경제력도 그렇고

그냥저냥 견디다가 늙어서 보자고~정년퇴직하면 위자료 받고 이혼해서

편하게 노후를 산다잖아\"

 

\"에이 그래도 언니 그건 너무 잔인해~남자들 젊어서 가정도 아내도 자식도

몰라라 하고 일하는건 안정적인 노후를 위해 그러는건데~\"

 

난 왠지 그말에 동조하고 싶지 않았다.

 

\"생각해봐 ~나이 들어서 애잔한 마음으로 등긁어주는 맛으로 산다잖니

그런데 내 남편은 도통 살가운 구석이라곤 없고 

모든게 자기 위주고~30년 참고 살았음 되는거 아닌가!\"

 

\"헤어지려면 진작 헤어졌어야 언니도 새로운 사람과 의견 나누며 살지

지금 새로운 사람 왠지 어색하기만 하고 그럴것 같아~

그냥 언니가 마음을 돌려봐~그를 좀 애잔하게 생각하고

그래도 언니 가정생활에 무리없도록 경제활동을 했으니~\"

 

\"남들은 호강스러워 그런 생각한다고 하겠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아버지와 남편이야

책임감 없는 아버지만나 초년 고생하고,그런 아버지와 정반대인 사람 만나려고

그렇게 애썼는데...\"

 

언니에게 참 많은 것이 쌓였다.

단 한번도 따뜻한 말을 들어본적 없고

몸이 아파도 이마한번 만져본적 없고

무슨 때가 되어도 단둘이 식사한번 해본적 없고

그냥 남처럼 무덤덤히 사는 부부

 

정 좋은 남남끼리라도 서로 걱정하고 챙겨주고 마음나누고 사는 경우도 많은데

서로 소 닭 보듯 하고 사는 부부

그들을 헤어지지 말고 살라고~그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옳은걸까?

아니면 그냥 헤어지고 말라고 하는것이 옳은걸까?

 

\"여행가고 싶다~대천 바다라도 보고오고싶다~가슴이 터질 것 같아\"

\"언니~우리 오늘 그냥 튀어볼까?\"

하고는 하하 웃었다.

 

금세 눈이 그치고 햇살 한자락이 목련나무를 휘감는다.

살폿 하얀니를 내민 목련이 오돌오돌 떤다.

 

\"언니~우리 미래 예측할 수 없는거야

금방 눈내리더니 저기 햇살이 눈부시게 내려오잖아

언니에게는 누구보다 자랑스런 아들이 있잖아

그 의사 아들~그 아들이 햇살이 될거야\"

 

\"그럴까?\"

 

힘없이 어깨가 처진 언니

오십넘은 여자의 얼굴에 눈발같은 시린 바람이 스친다.

참 애잔하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