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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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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


BY 동해바다 2006-03-28


        쉿~~~
        숨 죽여야 합니다.

   
                     한 련 화                                      제 라 늄
   

        씨앗 한 톨에서 한 생명이 땅을 뚫고 올라와 이제 막 개화하려 합니다. 
        생명의 신비로움 앞에서 숨죽일 수 밖에 없습니다.

        한련화...
        혹시나 올라올까 기대반 포기반 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일주일만에 싹이 올라오고
        긴긴 겨울을 버텨내더니 이제 꽃을 피우려 합니다.

        ♪ 씨씨씨를 뿌리고  
        꼭꼭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밤      
        쉿쉿쉿
        뽀드득 뽀드득 뽀드득
        싹이 났어요
 
        싹싹싹이 났어요
        또또 물을 주었죠
        하룻밤 이틀밤
        어어어
        뽀로롱 뽀로롱 뽀로롱
        꽃이 폈어요 ♬

        율동과 섞어 노래부르던 아이들 유처원시절이 생각납니다.
        이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그렇게 우리집 베란다엔 뽀로롱 뽀로롱 뽀로로~~~~옹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산에 산에 산에는 진달래 생강나무 할미꽃 노루귀...
        들에 들에 들에는 냉이꽃 꽃다지 봄까치꽃 산수유 개나리 매화 벚꽃 목련 살구꽃...
        수없이 많은 꽃들이 봄을 맞이하고
        우리 집에도 꽃잔치가 열렸습니다.

   

        수선화도 노란꽃망울 두개 터트리고
        군자란도 십여개의 꽃을 선사해주었습니다.
        방울철쭉, 제라늄, 보랏빛 종을 매달고 있는 무스카리, 초록바탕에 수놓은 아기별꽃 등

   
   
   

        서로서로 제 얼굴 보여주기에 바쁜 봄날입니다.

   

        꺽꽂이 가능하다며 이웃에서 준 영춘화는 올겨울 무난히 지내더니 개나리보다 더 먼저
        엷은 미색의 노랑으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꽃이름이 영춘화라는 것을...
        봄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꽃이라나봐요..

        지금 마당에는 꽃망울을 일찌감치 개화시켜 떨어트리고 초록의 새순이 
        앞다투어 자라 쭉쭉 뻗어가고 있습니다. 
        내년쯤 벽 넘어 세상 밖을 기웃거리겠지요.

   

        겨우내 얼어죽은 것도 꽤 많았지만 이렇게 환한 얼굴로 다시 새롭게 보여주는
        화초들이 있어 정성들여 키운 보람을 느끼나 봅니다.
        희노애락으로 점철되어 있는 인생사 꽃을 보면서 희망을 찾고
        즐겨찾는 산, 산을 타면서 고통을 감내합니다.
        자연이 내게 안겨주는 베품에 나는 늘 고마울뿐입니다.

        오늘도 화분 하나하나에 씨앗을 나누어 심고 그 기다림으로 하루이틀
        희망을 기웃거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