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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나의 어머니의 명언-6(봄에 묻은 향기)


BY 넙디기 2006-03-27

시어머니께서 택배로 보내주신 토란에서 싹이 텄다.

바람이 심하지 않은 일요일오후 , 집에서 만화를 보며 무료함을 달래는

두 아들 주노, 미노를 데리고 텃밭으로 향했다.

작은 모종삽 하나에 비닐봉지 달랑 하나들구서...

텃밭이라 하기엔 규모가 크고 밭 이라고 하기엔 내가 일구는 구간이 얼마되지 않아서..

아이들은 그냥 만화나 보고 있을란다고 했지만, 불타는 엄마의 사명감으로

꼭 가야한다며 다그쳤다.

저 쪽 아직 일구지 않은 밭고랑에 파릇파릇 쑥이며, 냉이등이 바람에 흔들렸다.

\"아들! 울 오늘 냉이나 캐 볼꺼나?\"

\"응! 근데엄마, 냉이가 뭐야?\"

울 큰아들 주노...시골에서 살아도 냉이가 뭔지도 모른다 ㅠ.ㅠ

으음.....오늘은 자연학습이다. 아자!

\"주노야, 냉이는 ...아,저기 저기보이지? 이렇게 생긴게 냉이라는거야..\"

나는 모종삽으로 냉이를 한뿌리 캤다.

\"그게 냉이야?\"

\"엉아는 냉이도 몰라? 난 잘 아는데...유치원에서 배웠어!\"

\"미노야 형아가 모르는게 아니라,알면서도 울미노 배우라고 모르는척 하는거야..

그치?\"

\"으응..나도 냉이알아!\"

주노와 미노는 엄마가 토란을 심는 한 참을  냉이와 씨름을 했다.

-당연히 잘 안캐지지....밭이 굳어서 뿌리가  안나오는걸...-

한참을 해도 안돼자 주노가 어디에서 고추심을때 사용하는 나무 버팀목을

하나 주워왔다.

그리곤 열심히 땅을 헤집었다.

토란을 모두 심은후 울 아들들 냉이 얼만큼 켔나....가 봤더니,

ㅡ . ㅡ!!

파란건 파란거다.....

몽땅 잡초 뿐이다...

\"엄마, 많지? 아빠오시면  자랑하게 꼭 국 끓여줘야해?\"

주노가 뿌듯한 눈으로 쳐다본다.

\"엄마 진짜지?\"

미노또한 장난끼어린 눈빛으로 바라다 본다.

\"응.\"

짧게 한번 답해  주고는 열심히 여기저기뛰어다니며 냉이를 캤다.

아이들 몰래 필요없는 잡초를 버리느라 진땀을 뺐다.

.

.

.

쌀독에 쌀이 떨어지고 ,우리들은 배가 고팠다.

연이어 이틀을 어머닌 국수를 끓여 주셨다.

외할머니께서, 빨간 대야 한 가득 멍텅구리(아귀)를 가져오셨다가

쌀독을 보시고는 한 참을 눈물 지으셨다.

어머니 당당히 말씀하셨다.

\"괘안심더, 어무이 울지마이소...오늘은 아 아부지가 돈 받으면 쌀 사온다카데요\"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울 외할머니 끝내 받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주머니에 얼마의 돈을 찔러주시고는 황급히 가 버리셨다.

어머니....

아무말씀도 않으셨다.

멍텅구리들은  빨간대야 한 가득 배고픈 우리들을 유혹하는데,

어머닌 아무 미동도 없이 부엌 한 모퉁이에 앉아 계셨다.

나는 동생들을 데리고 논두렁으로가서 쑥을 뜯어왔다.

소쿠리가득 담지는 못했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두 웅큼은 되었다.

우리가 뜯어온 쑥을 보신 어머닌 환하게 웃으시며,

\"쑥국이나 끓일까?\"

하셨다.

그날저녁 우린 간만에 쌀밥에다가 쑥국에 멍텅구리 찜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