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줌마 모습을 표현하자면 우선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서 하는 염색이 \"비겐\"인지라 까맣디 까만건 기본이고 그나마 머리 털도 쇳 가루가 묻은 듯 뻣뻣하다. 눈썹은 짙은 밤색으로 찐하게 한 번 굵고 길게 그리는데 이렇게 강력한 눈썹은 당췌 본 적이 없다.얼굴 구조가 전직 영부인 \"이순자\"인데다가 입술마저도 빨갛게 발라놓으니 더욱 돌출되어 보인다.그나마 눈에다 파란 칠 안한게 천만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린다. 나이가 아마도 대충 잡아도 6학년은 넘었지 싶은데 요행스럽게 복부 비만은 아니어서 뒷 모습은 앞 모습처럼 수습불가능은 아니다.
토요일마다 머리를 부풀려서 나타나는데 매 주마다 결혼식이 있는건 아닐테고 그렇다고 교회 가려고 머리 손질 하는건 아닌거 같아서 도대체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보니 당당하게\"콜라텍\"을 간다고 한다. \"콜라텍\"은 술 못 먹는 미성년자들이 콜라 먹고 춤추는곳 아니냐고 했더니 이 무슨 호랑이 풀 뜯어 먹는 소릴하냐면서 저 윗 동네 가면 여자들은 아예 돈을 안 받고 남자한테만 입장료를 받기도 하는데 우리 동네는 이 천원이나 받는다면서 그래도 들어가서 음료수라도 사 먹을려면 한 오천원은 들고 가야해 한다.
춤을 추니 어찌나 인생이 즐겁고 신나는지 그동안 못 배웠던게 한이 될 지경이라면서,
자기 시댁이 씨족 마을이어서 마을 전체가 아지매요 조카요 이리 저리 얽혀 있는 친족 마을인데 하루는 농한기에 아저씨들이 마을 회관에 모여있다가 우리 심심한데 춤 선생이나 불러서 춤이나 배워보자는데 의견이 합쳐졌다. 남자들의 웅성웅성하는 이상스런 낌새에 농촌 아줌마들이 한충 더 극성맞게 그럴것 없이 여자들도 배울랍니다. 해서 온 동네가 춤 태풍이 불었는데 이렇게 배운 춤은 동네 잔치가 벌어졌거나 누구네 결혼식 뒷풀이에서 이사람 저사람 손 잡고 휘휘 돌리는데 행사 때만 내려가는 서울 아줌마 눈에는 아주 별 천지가 벌어진듯한데 당신은 춤을 못 배웠으니 한자리 끼고 싶어도 흥만 있어 엉덩이만 들썩 거릴뿐이지 누구 하나 손 잡아 주는이 하나 없는게 당연지사라. 서운한 마음 가득 간직한채 서울로 돌아와 남편한테 \"우리도 춤 배웁시다\" 하니 집안 말아먹을일 있냐면서 춤의 ㅊ자만 내 뱉어도 당장 이혼인줄 알으라는 듣지 못할 소리만 듣고 말았다.
곰곰 생각하고 마음을 달래려 해도 도무지 춤에 대한 미련을 버릴수없어 수소문 끝에 춤선생을 한 분 소개 받았다. 아줌마가 생각하기에는 춤 선생 하면 제비 꼬랑지 처럼 미끈하고 머리에 기름을 좔좔 바르고 허리가 반듯하다 못해 밖으로 살짝 휘어지기까지 한 줄 알았더니 왠걸 교습소라고 허름한 곳에서 기름 빠진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는데 실망실망 대 실망하였지만 문을 열었으니 도로 닫고 나올수 없어 \"춤을 배우러 왔노라\"하였더니 아래 위로 쓸어보는 눈 초리가 왕 카리스마였더라나.
아줌마 생각해보니 선생님이 낡았으니 자나깨나 남편 걱정인 바람 날 일은 없겠고, 관록이 붙었으니 어설프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 우선 등록을 하고 발 자국을 띠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가끔 들리는 사람들을 보니 도대체 이 허름한 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뺀조롬하고 멀쩡한 사람들이 \"사부님\"을 떠 받드는데 춤을 추는 전문 인들이나 대학생들도 곧잘 찾아와 이 어설픈 아줌마를 놀라게 하였단다.
드디어 교습소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실전을 하기 위해 사부님을 모시고 \"** 나이트\"에 갔더니 뺑뺑이 도는 아줌마 아저씨들의 절반은 찾아와서 허리를 굽히거나 맥주 잔에 거품이 넘치도록 맥주를 부어주는 제자들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내가 요행이 대단한 사부님을 만나긴 했나보다\" 했단다.
곶감단지에 인 쥐 드나들듯이, 옆 구리 콩 자루에 손이 왔다갔다 하듯이 콜라텍 문 턱이 닳도록 다니면서 생각하기를 이렇게 즐거운걸 나만 한다는게 양심에 걸려서 딸 아이와 상의를 했단다.행여라도 엄마가 일찍 죽으면 니 아버지 혼자서 파고다 공원이나 독립문 공원에 나가 어깨 넘어로 남 들 바둑 두는거나 들여다 보다가 하루 해를 넘길텐데 얼마나 지루하겠냐 . 아무래도 우리 사부님 돌아가시기 전에 니 아버지도 춤을 배워야 할텐데 영감쟁이가 저리 말을 안 들으니 우야문 좋을까나..
어제는 이제 갓 춤의 세계로 입문한 병아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얼굴을 보아하니 한 오학년은 되엄직도 하건만 목소리는 애교 8단 비음이 만발이다. 춤 배운지 일년 쯤 되어가는데 직장도 때려치고 한 오개월을 죽자사자 콜라텍으로 출근했다는데 이제 한 숨 돌려서 직장 나간지 삼일째 되었노라 한다. 춤의 춤자도 모르거니와 내 생전 콜라텍 갈 일은 로또 당첨되듯할터이니 암만 춤이 이렇노라 저렇노라 해도 쇠귀에 경 읽어주기 이건만...
모르는 척 하고 있으니 진짜 모르는 줄 알고 (^^) 아는 척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 점잖게 그 전설 속의 사부 님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도 그 사부님 소개해달라고 목을뺀다.
그런데...
내가 알 턱이 있나.
그저 그런 양반이 있었노라 말만 들었을 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