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아들녀석과 드라이브를 한다.
평소
두 녀석이 어찌나 날 코너로 모는지
나도 말 솜씨로라면야 뒤질 정도는 아닌데
녀석들에겐 말로 당해 낼 재간이 없다.
따스한 봄기운에
유리 온실 같은 차 안이라 졸음은 오고
슬그머니 장난기가 발동하여 물었다.
\'얘~
솔직히...
네 엄마...
좀 멋진 여인 아니니~
이 나이에
미모 좀 되지~
운전 잘 하지~
노래 되지~
춤 되지~
컴도 웬만하지~
별로 늙지도 않았잖냐?
안 그러냐??\"
말 하면서도 솔직히 좀 찔리는 구석이 있어
슬쩍 녀석의 옆모습을 살펴 본다.
분명 뭐라곤가 쏘아줄 법 한데...
눈에 힘 주는 걸로 보아
이게 웬 봉창 두들기는 소리여? 하는갑다.
흠...
지금 이 순간
녀석은 날 놀래켜 줄
그 어떤 단어를 찾고 있으리라...
\'인마~
나가 시방 묻고 있잖냐~
니 엄마가
멋진 여인 아니냐고오~
객관적으로 봤을 적에 말이여~\'
\'흠...
객관적으로 봤을 때에야...
엄만 정말 멋지쥐이~\'
대답을 질질 끌어가는 걸 보아하니
분명 뒷 따라 올 말은
별로 좋지 않은 의미렸다!!!
\'그런데??
주관적으로 보면 안 멋지다??\'
\'흠...
주관적으로 보자면...
집에서 둘리-애완견 이름-랑 싸우는 거나,
아우하고 다투는 거 보면
워째 ...세월이 흘렀어도
수준이 하나도 업그레이드가 안돼 있던데여~~\'
\'머시라고야...
남들은 다 멋지다고 하는데
시방 먼 소리여??\'
\'흠...
남들이
어무이 일상 생활 속으로 들어와 봤어야 하는디...
그 광경들을 속속들이 좀 봤어야
제대로 평가를 할텐뎅...
암튼...
주관적으로 봐선
좀 심란하다고 할 수 있제~\'
헉!!!
한 대 제대로 쥐어 박고 싶지만
인기 관리를 위하여
꾹 참고 다음 말을 생략한 채
이선희의 \'알고싶어요\'나 잘 들으려고
볼륨을 한껏 높여버렸다.
오늘도...
역시나...한 방 먹었다.
그래도 여전히...
봄날은 잘도 간다...
배경음악 :Epoi Tai Tai E (I\'ll Be Happy)/ Maori T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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