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을 했다...어제...
학교에서 학생 조사서를 보내서 적어 오랬단다...
이름...출신학교...생년월일...주소...보호자의 인적사항...친한친구..
종교...특기...가족사항..병력.. 등등...
그리고 가훈을 적는 칸도 있다...
우리집 가훈....
애들 초등학교 때부터 가훈은 참 많이 적어 냈다...
근데...적을 때마다 가훈이 바뀐다...
처음엔...최선을 다하자...또 신뢰받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사랑과 맏음이 들어간 내용이였는데...정확히 기억이 안난다...ㅠㅠ
가훈...
울 친정 가훈은 <웃어른을 공경하자>였다...
친정 아버지께서 귀에 못이 박히게 하신 말씀이다...
한때는 정말 싫었다...이 말이...
좁은 시골 동네에서 뉘집 자식인줄 다 아는 그런 동네에 살면서...
이웃집 아저씨..아줌마 뵙때마다 인사 안하면
그날은 혼날 각오를 해야된다...
언젠가... 밑에 밑에 집에 사시는 아줌마를 울 집 앞 골목에서
진짜 거짓말 좀 보태서 열번은 만났나 보다...
뒤에는 아줌마도 웃고 나도 웃고...
저녁때 그냥 아줌마랑 웃고 지나치는데
울 친정아부지가 보셨다...
다시 인사를 해야하나...말아야하나...
성질 급하신 아버지 바로 야단을 치셨고...
그 아줌마 난처하신 얼굴로 울 아부지께 내가 해야 할 변명을
열심히 해 주셨다...
집으로 들어가시면서 하시는 말씀...
\"스무번을 만나도 만날때마다 인사드려...\"
\"네!!!!!!!!!!!!!\"
그래서 난 울 집 가훈이 넘 싫어던 적이 있었다...
난 가훈하면 울 친정아부지 생각이 젤 먼저 난다...
어제밤에 남편이랑 이제 진짜 제대로 된 가훈을 짓자고 했다...
옥편도 갖다 놓고...사자성어 책도 갖다 놓고...
난 컴 앞에 앉아서...좋은 글귀찾기에 몰입했다...
큰아들도 합세를 했다......
남편을 옥편...아들은 사자성어 책...
여기서 설설 남편 욕심이 나온다...
찾는거 마다 다 싫다고 퇴짜다...
아들하고는 둘이 좋타고 맞장구 치면 남편은 바로 안돼...다...
가훈 찾기로 검색을 했다...
찾는 쪽쪽 퇴짜를 하니...아들이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남편도 나보고 찾아 보라고 하고 자기는 TV를 본다...
우씨...나 혼자 찾으란다...
그러면서 하나 찾으면..안돼...
그리고 또...안돼...연속이다...
여기 저기 열심히 컴에서 뒤지다가...
仁義禮智(인의예지)-어질고 예의바르고 지혜롭게
自性淸靜(자성청정)-스스로 성품을 맑고 고유하게 지켜라
淸心高志(청심고지)-깨끗한 마음과 고귀한 뜻을 가져라
信愛忍和(신애인화)-믿음 사랑으로 참고 견디면 가정이 화목하다
無愧我心(무괴아심)-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게 하려라...
등등 찾아서 메모를 하고...
다시 한글 가훈 모음을 찾았다...
남편이 한글로 어렵지 않고 쉬운 말로 하란다...
윽...정말...
한시간 넘게 찾아서 정한 가훈이...
<어제의 은혜를 생각하고...
오늘은 최선을 다하며..
내일의 꿈을 가져라...>로 정했다...
난 무괴아심으로 끝까지 우겨 봤지만 안된단다...
아들도 좋다는데...윽 정말~
참말로...그럼 첨부터 자기가 정하지...
그럼...이제...
무괴아심은 내 좌우명이다...괜히 큰소리로 남편 얼굴 앞에서 한마디하니까...
아들도 무괴아심이 좋다고 자기도 좌우명한단다...
이렇게
이제 영원한 우리집의 가훈이 정해졌다...
언제 기회되면...
서예하시는 아는 언니한테..
멋지게 한장 부탁해서 액자 만들어 거실 한가운데 걸어 뒀야겠다...
내 말에 남편이 웃는다...
\"이제 우리집 가훈 바꾸기 없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