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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졸업식장의 특수상황\'을 비판한다


BY 황복희 2006-02-18

며칠 전 일이 있어 00고교 부근에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고교에서는 졸업식이 있었는데
하지만 지금도 사라지지 않는 졸업식의 어떤 구태로
말미암아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졸업식 행사가 끝난 그 학교의 운동장과
심지어는 교문 밖에서까지 몇몇 학생들이
서로에게 무차별적으로 밀가루와 달걀을 던졌습니다.

그도 모자라 토마토 케첩과 마요네즈로
교복에 덧칠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술 더 떠 교복을 발기발기 찢는 학생도 없지 않아
많은 학부모들이 우려했습니다.

그처럼 졸업생 세계에서 일명 \'졸업 빵\'으로 불리는
그러한 \'의식\'은 하지만 이제는 사라져야만 할 구태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일종의 \'추억 만들기\'라곤 하지만 그러한 추억도 보기에
좋아야 오래도록 기억에 점착하는 건 아닐까요.

여하튼 그같이 졸업식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밀가루는
새하얗게 새 출발하라는 의미이고 달걀과 케첩은
우정 따위가 쉽게 떨어지지 말라고 덧칠한다고 합니다.
근데 심한 경우 간장이나 식초까지 몰래 가져와
뿌리는 의미는 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재작년 여식이 고교를 졸업할 때도 변함 없이
밀가루와 토마토 케첩은 등장했었습니다.
역시나 교복을 찢으며 \'난동\'을 부린 학생도 있었지요.

하지만 당시에도 저를 비롯한 많은 학부모들은 혀를 찼었습니다.
\'지난 3년 간 입고 다녔던 소중한 교복을 저렇게 훼손해도 되나?\'

물론 학교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그처럼 학생의
상징물인 교복을 훼손해서나마 조금이라도 자유로움을
맛보려는 학생들의 \'간절한 몸부림\' 쯤으로 인식을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복값도 만만치 않은 즈음입니다.

고로 훼손하고 찢기보다는 깨끗하게 세탁을 하여
후배들에게 물려준다면 이는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격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올 3월 신학기부터 대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여식은
지금도 고교 시절의 교복을 장롱 속에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이담에 고교 동창회를 할 적에
입고 가겠다는 의도에서 그처럼 신주단지 모시듯 한답니다.

주지하듯 요즘의 교복값은 어른들의 양복값을 필적 내지는 상회합니다.
그런 고로 어떤 지역에선 학부모들이 연대하여
교복의 공동구매를 하는 곳도 있는 것입니다.
헌데 졸업식장에서 교복을 발기발기 찢어버린 학생들은
이담에 고교 동창회 때 \'만약에 교복을 안 입고 오는 경우는 입장 불가!\'라고
한다면 어찌 되는 건지요.
그럼 다시금 교복을 사 입을 수도 없을 거고. 

의복이 사람을 얽매이게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의복은, 특히나 교복은 그 학교를
상징하고 기념하는 \'물증\'입니다.
아무리 \'철창 없는 3년 감옥\' 이란 곳이
우리나라 거개의 고등학교라곤 하지만 여하튼 그러한 과정을
안 거치고 대학에 간 사람은 없는 법이지요.

다른 나라엔 없다는 \'한국적 졸업식장의 특수상황\'인
밀가루 세례와 교복 찢기는 이제 다시
없었으면 합니다.
그건 바로 구태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