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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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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사랑해~~


BY 항아리 2006-02-14

봄이 다가옴이 느껴져서인지 곤한 잠을 일찍감치  청했다.
몇 시 쯤이었을까?
거실에 어스름 불 빛이 예감된다.
두런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불빛으로 인해 일찍 청한 잠이 얼떨결에 달아났다.
거실로 조심스럽게 나갔다.

 

딸아이가 주방에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부시시 두 눈 비비며 밤중에 잠도 안자고 뭘 만드냐고....물었다.
아무것도 아니니 그냥 들어가서 주무시라는 거다.
잠자다가 나타난 내가 그리 달갑지 않다는 뜻인것같았다.
아무렴...그래도 그렇지...
뭘 만드는지 알고 싶은 맘을 포기하라니...

식탁위에는 느즈레한 소품들이 깔려있다.

들어가주십사~~의 뜻을 받아들일 자세가 아닌 엄마를 그제사 알았는지
내일 발렌타인데이라고 ...초코렛을 만든다고 했다.

밤 잠 설치면서까지 만들어서 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나 보다고 ....
속으로 생각하면서
그래..그럼 만들고 빨랑 자거라...
또 자려 간다...이 엄마는....

 

누워서 곰곰이 생각했다.
저렇게 까지 정성 들어서 초코렛을 만드는 걸 보니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나보다.
내심 반가운 모습이었고...열중하는 모습이 진지하게 보여서 이쁘게도 보였다.
짝을 지워서 보내야 하는 나이가 되어서 인지 요즘은 밖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어봐도 진지하게 만나는 사람이 없는것 같았는데 잘된 일이야...
그기까지 생각하다 스르르 잠 들고 말았었다.

 

비 내리는소리가 잠 결에 들리는 아침 시간이었다.
어제밤에 진지한 딸 아이 모습도 궁금하고
비 오는 날의  강변도 궁금하고
강변을 달리는 차량들의 움직임도 궁금했다.
궁금함이 많을수록 행동이 빨라진다.

 

맨 처음 식탁위에 작은 상자를 발견했다.
작은 메모 쪽지도 있다.
엄마...이  초코렛을 아빠게 드려요.
엄마랑 나랑 합 작품이라고 하세요.

 

오잉~~!!
상자 뚜껑을 열어봤다.
여 보 사 랑 해
아 빠 힘 내 세 요
한자한자로 초코렛 하나씩 담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여 보 사 랑 해....는 엄마가 만든거고
아 빠 힘 내 세 요....는 딸 아이가 만든거라고
아빠앞에서 엄마가 연기를 하라는 주문 쪽지인가 보다.

 

식구들 앞에서 특별 이벤트를 잘 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때로는 멋없게 느껴졌나보다.
편한한 모습들이 좋았고
그 모습속에서 서로를 항상 끈끈하게 좋아한다는 걸 잘 알고 있겠거니...했었는 엄마의 모습이 딸아이가 보기에 너무 건조하게 보였나 보다.

가끔은 오늘 아침처럼 촉촉히 내리는 비의 모습이 그리웠나보다.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챙겨주고 더 다독거려 줘야 한다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음을 이 아침에 딸아이로부터 훈계를 받은 것 같았지만

이제사 어쩌겠나 ....

 

발렌타인데이...
이 날이 어느 나라에서 어떤 유례로 우리에게까지 침투 해 왔는지를 따지기 앞서
작은 마음 씀씀이로 상대에게 기쁨을 줄 수 있고
작은 마음 베품으로 잠시 여유로운 행복한 웃음을 만들게 할 수 있다는데

의미를 주자면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서  좋은 날로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 저나 이런 연유도 모르고
서툰 내 연기에 알고도 모른척 하는건지
몰라서 진짜로 좋아 하는 건지
허허거리면서 빙그레 웃는 모습을 보니
내가 하지 못한 사랑표현을  딸아이가 대신 해 주는 그 마음 알 것 같아
엄마가 살면서 익혀진 가족들 사랑 표현 방법이 부끄러운 아침 시간이었다.
딸 아이로 인해 조금은 더 소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고마운 아침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