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해외여행을 갔다와도 선물을 사온 적이 없다.
퇴근길에 과자 한봉지라도 사와본 적 없는 사람이다.
별 필요없어도 당근에서 싸게 판다싶은 물건은 멀리까지 가서도 사다 놓는다.
이번에 일박이일로 친구들과 속초쪽으로 여행을 갔다왔는데 집에 산타클로스 자루만한 검은 봉지를 낑낑거리며 들고왔다.
오래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네 싶어 들여다보니 시들고 찌질한 배추들과 큰 무가 두개 들어있었다.
밥 먹은 식당 주인이 김장하고 남은 건데 버릴 거라고 해서 가져왔다고 했다.
마음같아서는 남편도 봉지에 담아 재활용장으로 보내고싶었지만 배추는 삶아서 우거지지짐이라도 해먹겠다 싶어서 다듬기 시작했다.
배추전 좋아하는 큰아들이 배추전 해주실 건가하고 반색을 한다.
배추를 삶기 위해 다듬다보니 속은 쓸만했다.
알뜰하게 골라서 생김치 좋아하는 남편 겉절이 해주려고 일부는 절이고 아들 배추전 해 줄것 남기고 나머지는 추려서 데쳤다.
고르고 남은 버릴 것도 큰봉투로 하나 나왔다.
살다살다 배추까지 주워오는 걸 보게 되다니~
고생스럽지만 졸지에 우거지된장지짐과 겉절이, 배추전까지 먹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