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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차원의 고발 조장 행위 그만 했으면


BY 황복희 2006-02-04

콩나물처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친근한 식품이 또 있을까.
그래서 우리집 역시도 일주일에 몇 번씩은 콩나물을 사서
국을 끓여먹고, 무쳐서도 먹는다.
그런데 콩나물을 살 때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콩나물을 담아주는 1회용 비닐봉지 값을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콩나물을 500원 어치 살 때는 \"490원 어치만 주세요\"라고 말하고
나머지 10원은 그 콩나물을 담아주는 1회용 비닐봉지 값으로 계상해야 한다.
이같은 촌극이 생겨난 것은 다름 아닌 이른바 \'봉파라치\'들의 기승 때문이다.

손님에게 돈을 받지 않고 1회용 비닐봉지를 주는 행위는
위법이라 하여, 이를 신고하는 자들을 \'봉파라치\'라고 부르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이 외에도 노래방에서 불법영업을 하는 행위를
신고하는 \'노파라치\'가 있으며 슈퍼마켓 등지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촬영하여 신고하는 \'슈파라치\'도 있단다.
뿐만 아니다. 불법 고액과외를 신고하는 \'과파라치\'도 있으며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네티즌을 경계하는 \'넷파라치\'도 있다.

이러한 경우만 보더라도 지금 우리 사회는 가히 고발 만능주의인
시대가 아닌가 싶어 퍽이나 우려스럽다.
교도소의 관제탑에서 죄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것과도
같은 이론이 \'랜덤의 법칙\'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작금 우리 사회의 이러한 고발 만능주의가 바로
그러한 랜덤의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불쾌하기까지 한 것이다.
언젠가 이런 파파라치로 돈을 모아 번듯한 집을 장만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 같은 생각이 비단 필자만은 아니었으리라.

진부한 주장이겠지만 고발이 성행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고발이 난무하는 세태는 불신사회를 더욱 심화시키고
이웃간에도 대화를 단절시키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신사회의 지름길이기도 한
고발을 부추기는 행동을 정부 차원에서 조장하고
상금까지 주고 있으니 이게 더 큰 문제다.

과거 우리는 다만 콩 한쪽이라도 이웃간에
나눠먹는 우애와 친밀감을 느끼며 살았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차치하고 남의 약점과 실수 따위를
자신의 치부수단으로 삼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이거야말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전국민을 상대로 한 이같은 고발행위가 만연토록 조장하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