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12. 29 댓재(8:00) - 통골 - 두타산(10:15) - 박달령 - 청옥산(13:00) - 연칠성령 - 사원터 - 무릉계(17:00) / 총 9시간 창졸지간에 떠나버린 시숙님의 상을 치루고 인생 그까짓것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 다. 무엇을 위해 살까, 왜 사는가 깊은 시름이 찾아 들었다. 삶의 목표를 위해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달려온 인생이 얼마나 헛헛할까. 하루 아침에 미망인이 되어버린 형님을 생각 하면 가슴이 아리다. 산 者야 훌훌 털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한 사람의 급작스런 죽음으 로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살다보면 일어나는 마찰도 가볍게 털어버리고 복잡한 삶의 타래도 쉽게 풀어버리는 단순한 방식을 택함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황망히 가 버린 사람처럼 올 한해도 이렇게 흘려버리나 싶었다. 붙들고 싶지만 세월은 붙들리지 않는다. 오욕칠정(五慾七情)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이 세월이라 는 이름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팽팽하게 주름잡던 젊은날의 초상도 서서히 사라지고 만 다. 조금이나마 가는 한 해의 아쉬움과 반추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눈도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 영동지방과는 무관하 게 들려오는 기상소식일 뿐이다. 건조한 탓에 산불예방 조치로 인한 입산금지가 아직도 풀려지지 않고 있었다. 걸을때마다 일어나는 뿌우연 먼지가 바지자락을 누렇게 만들어 버린다. 아침 해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삼척시 하장면 댓재의 아침... 화려한 색의 요동속에서 일년의 반 이상을 치뤄내고 산은 점잔빼고 있었다. 갈회색의 겨 울산이 동살아래 빛난다. 무채색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는 산, 그 산 속에 까마귀 한 마리가 따라오며 울부짖는다. 노래할까, 말을할까, 울음소리일까. 그때그때 표현을 달리하며 새의 소리는 웃었다 울었다 노래 불렀다고 우리는 말한다. 멋대로 해석하라지 산새들의 비아냥에 귀 쫑긋 기울이며 산길을 재촉한다. 산비둘기 한쌍도 가세하여 겨울 산 창공을 날아다니고 있다. 언제 내렸는지 남아있는 잔설이 반가워 그 눈으로 눈싸움을 하며 올라간다. 어디로 먹은 나이일까. 하얀 눈은 나이도 덮어주는 것일까. 모두가 한마음되어 얼굴에 몸에 물장구 치듯 두 손으로 뿌려댄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한껏 즐겨보는 산행이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메마른 일기가 동해바다 푸른물에 뿌옇게 장막을 치고 있 어 시계(視界)가 흐리다. 확 트인 전망은 가까운 바다를 가도 산 위에 올라도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삶의 기로에 서 있을때 바다와 산을 보라 말해주고 싶다. 물론 방 법이 나올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 앞에선 흔들리는 초심을 처음 그 싯점으로 되돌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올라 바라본 서편에는 청옥산과 고적대가 언제나 그 자리에 펼쳐져 있었다. 아 침에 오르는 동네 야트막한 산에서 두타산이 보인다. 지금 그 산에 올라 뒷편에 펼쳐진 청옥산을 바라 본다. 구비구비진 산이 인생길과 똑같듯 멀고 높기만 했던 산에 발을 내 디뎌 환호성을 지르다 보면 어느사이 내리막길과 또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 눈 앞에 바짝 다가온다. 환희와 고통이라는 문을 사이에 두고 들락거리는 인간사가 이와 너무 흡사하 다. 조종하기에 달려 있으니 얼마나 미약한 인간들이란 말인가. 1,300고지의 두 산을 오르며 예상 밖으로 차갑지 않은 날씨와 솜뭉치를 얇게 풀어놓은 것처럼 펼쳐진 구름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눈이 쌓여있는 청옥산 정상에 드러누워 파란 하늘을 쳐다 보았다. 땀으로 젖어있는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파고든다. 의외의 기온이 움츠린 어깨를 펴주고 있었다. 아주 편안한 자세로 앉아 요기를 채우고 산 속에서 빠질 수 없는 과실주 몇 잔 돌아가며 한 잔씩 들이켰다. 찌릿한 기분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 가 슴 안에서 분해 되는 듯한 느낌을 벌써 받는다. 정겹고 진지하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입에서 터져나온다. 내 안에 은밀한 생각까지도 뱉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다. 늘 함께하고픈 사람들, 산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따라 나선다. 공감대가 같을때 느끼는 얇은 미 소를 보면서 역시 함께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를 갖고 보낸 정상에서의 시간이 조금 지체된것 같아 허둥지둥 배낭을 메고 하산길 로 접어들었다. 아이젠을 해야 안전하게 내려갈수 있을것 같아 뾰족한 철심이 박힌 아이 젠을 착용한다. 스치로풀처럼 하얀 알갱이가 다닥붙은 열매들이 떨어져있다. 마치 만들 어놓은 조화처럼 올망졸망 하얗게 붙어있는 모습이 이쁘기만 하다. 청옥산에서 내려가 는 하산길은 계곡까지 무척 지루하기만 하다. 지리한 산길은 재미없다. 그럴땐 재미를 만들어야 한다. 계곡에 다다랐을 무렵 역시 기대하고 있던 낙엽숲을 발견한다. 잘못하면 발못을 삐끗할 염려가 있기에 조심조심 내딛어보니 허리까지 차 올라온다. 그 속에 풍덩 낙엽속에서 수 영을 한다. 눈속에서 잊었던 나이를 낙엽속에서 또 잊는다. 두 손으로 가득 모아 공중으 로 던지고 낙엽세례를 받는 우리는 기쁨의 환호를 터트린다. 일어서면 밀쳐버리는 장난 끼도 발동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 깊이 낙엽속에 파묻힌다. 65세의 나이에 아이처럼 천 진스런 모습이 무척 해맑다. 삶에 있어 한참 앞서 가고있는 연배있는 분께 던질 말은 아 니지만 참 애기같았다. 우리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굴 수 있어도 흉보지 않고 함께 즐길수 있기에 산행에 동참하 는 것 아닐까. 5월의 얼레지꽃밭 그리고 대덕산의 야생화군락지, 한여름날 비오는 공룡 능선을 겁없이 덤볐던 지난날들 한번이라도 어깃장나는 행동을 보였더라면 이렇게 계속 되는 산행은 없었을 것이다. 똑같이 터져나오는 환호성에 나이를 잊어버리는 산사람들, 한겨울 낙엽속에 푹 파묻혀 그때 그 기분을 무한정 느끼고 싶었다. 한참을 있고 싶었다. 지체할 수 없기에 아쉬움 배로 남기며 툴툴 털고 그 속에서 나왔다. 옷에 붙어있는 낙엽 도 떼어내기기 싫어 그대로 걷는다. 그러다보면 떨어져 나가는 낙엽들, 억지로 아픔을 해소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살다보면 약 없이도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한 나절을 걸었나보다. 8시간 정도 걸으니 발바닥이 조금 아프기 시작했다. 해는 뉘엿뉘 엿 넘어가고 고요한 숲속에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발견한 것은 딱따구리의 나무쪼는 소리였다. 딱다다닥 딱따다다닥 아플것 같은 부리는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고 있다. 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일하고 있을까 아니면 말라붙은 수피에 붙어있 는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일까. 십여미터 멀리서 훔쳐보고 있다가 서둘러 다시 내려갔 다.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하고 9시간을 걸어 동해시 무릉계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오후 5시, 예상했던 도착시간에서 훨씬 벗어나고 말았다. 생각지 못했던 청 청옥산까지 밟고 내려온 올 한 해의 마지막 산행, 해를 마감하는 멋진 산행이었다. 두타 산에 올라 박달령으로 내려오기로 했던 다섯시간 정도의 산행이 청옥산까지 이어지는 9 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주는 기쁨이 더한 것 같았다. 어두워지면서 늦었다는 초조감도 무 시할 수 없었지만 오늘 하루산행에 송년의 의미를 두니 아팠던 발까지 모두 씻겨나간 듯 몸이 가벼웠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어둠은 속속들이 찾아들었다. 맥주 몇 잔에 곁들여 나온 묵나 물이 어찌나 맛있는지 순식간에 한 접시를 먹어치웠다. 시간맞춰 버스는 도착하고 먹다 만 나물 아까워 한 입 가득 넣어 얼른 차에 올랐다. 입안에 남아있는 묵나물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처럼 무채색이 만들어 놓은 겨울산에 하루를 담금질하여 다녀온 마지막 산행, 아직 그 맛의 여운과 느낌이 신년산행을 또 기다리게 만든다. 어떤 식으로든 하루를 내려놓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밤사이 안녕하셨습니 까\'라는 말이 빈 말이 아니듯 황망히 떠나가버린 시숙님처럼 동장군의 기세에 갑작스레 상을 치루는 사람들이 이 겨울 늘어나고 있다.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화(禍)가 아 닌 큰 복이 찾아들기를 바라며 혹여 내게도 아니 우리 가족에게 다가올 액운일랑 모두 쓸어가버렸으면 하는 소망도 지는 해에 간절히 빌어본다. *** 방문을 두드려 주신 님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바랍니다. 복도 듬뿍 받으시구 여행기쓰는방에 산행기로 가득한 이방 역시 사랑많이 해 주시고 행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창졸지간에 떠나버린 시숙님의 상을 치루고 인생 그까짓것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 다. 무엇을 위해 살까, 왜 사는가 깊은 시름이 찾아 들었다. 삶의 목표를 위해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달려온 인생이 얼마나 헛헛할까. 하루 아침에 미망인이 되어버린 형님을 생각 하면 가슴이 아리다. 산 者야 훌훌 털고 살아가게 마련이다. 한 사람의 급작스런 죽음으 로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살다보면 일어나는 마찰도 가볍게 털어버리고 복잡한 삶의 타래도 쉽게 풀어버리는 단순한 방식을 택함이 옳다는 생각이 든다. 황망히 가 버린 사람처럼 올 한해도 이렇게 흘려버리나 싶었다. 붙들고 싶지만 세월은 붙들리지 않는다. 오욕칠정(五慾七情)에 휩싸여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인생이 세월이라 는 이름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팽팽하게 주름잡던 젊은날의 초상도 서서히 사라지고 만 다. 조금이나마 가는 한 해의 아쉬움과 반추를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눈도 엄청나게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 영동지방과는 무관하 게 들려오는 기상소식일 뿐이다. 건조한 탓에 산불예방 조치로 인한 입산금지가 아직도 풀려지지 않고 있었다. 걸을때마다 일어나는 뿌우연 먼지가 바지자락을 누렇게 만들어 버린다. 아침 해가 솟아 오르고 있었다. 삼척시 하장면 댓재의 아침... 화려한 색의 요동속에서 일년의 반 이상을 치뤄내고 산은 점잔빼고 있었다. 갈회색의 겨 울산이 동살아래 빛난다. 무채색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고 있는 산, 그 산 속에 까마귀 한 마리가 따라오며 울부짖는다. 노래할까, 말을할까, 울음소리일까. 그때그때 표현을 달리하며 새의 소리는 웃었다 울었다 노래 불렀다고 우리는 말한다. 멋대로 해석하라지 산새들의 비아냥에 귀 쫑긋 기울이며 산길을 재촉한다. 산비둘기 한쌍도 가세하여 겨울 산 창공을 날아다니고 있다. 언제 내렸는지 남아있는 잔설이 반가워 그 눈으로 눈싸움을 하며 올라간다. 어디로 먹은 나이일까. 하얀 눈은 나이도 덮어주는 것일까. 모두가 한마음되어 얼굴에 몸에 물장구 치듯 두 손으로 뿌려댄다.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한껏 즐겨보는 산행이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메마른 일기가 동해바다 푸른물에 뿌옇게 장막을 치고 있 어 시계(視界)가 흐리다. 확 트인 전망은 가까운 바다를 가도 산 위에 올라도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삶의 기로에 서 있을때 바다와 산을 보라 말해주고 싶다. 물론 방 법이 나올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 앞에선 흔들리는 초심을 처음 그 싯점으로 되돌려 줄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올라 바라본 서편에는 청옥산과 고적대가 언제나 그 자리에 펼쳐져 있었다. 아 침에 오르는 동네 야트막한 산에서 두타산이 보인다. 지금 그 산에 올라 뒷편에 펼쳐진 청옥산을 바라 본다. 구비구비진 산이 인생길과 똑같듯 멀고 높기만 했던 산에 발을 내 디뎌 환호성을 지르다 보면 어느사이 내리막길과 또 다시 가파른 오름길이 눈 앞에 바짝 다가온다. 환희와 고통이라는 문을 사이에 두고 들락거리는 인간사가 이와 너무 흡사하 다. 조종하기에 달려 있으니 얼마나 미약한 인간들이란 말인가. 1,300고지의 두 산을 오르며 예상 밖으로 차갑지 않은 날씨와 솜뭉치를 얇게 풀어놓은 것처럼 펼쳐진 구름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 눈이 쌓여있는 청옥산 정상에 드러누워 파란 하늘을 쳐다 보았다. 땀으로 젖어있는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파고든다. 의외의 기온이 움츠린 어깨를 펴주고 있었다. 아주 편안한 자세로 앉아 요기를 채우고 산 속에서 빠질 수 없는 과실주 몇 잔 돌아가며 한 잔씩 들이켰다. 찌릿한 기분이 목젖을 타고 내려가 가 슴 안에서 분해 되는 듯한 느낌을 벌써 받는다. 정겹고 진지하면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입에서 터져나온다. 내 안에 은밀한 생각까지도 뱉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다. 늘 함께하고픈 사람들, 산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무조건 따라 나선다. 공감대가 같을때 느끼는 얇은 미 소를 보면서 역시 함께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여유를 갖고 보낸 정상에서의 시간이 조금 지체된것 같아 허둥지둥 배낭을 메고 하산길 로 접어들었다. 아이젠을 해야 안전하게 내려갈수 있을것 같아 뾰족한 철심이 박힌 아이 젠을 착용한다. 스치로풀처럼 하얀 알갱이가 다닥붙은 열매들이 떨어져있다. 마치 만들 어놓은 조화처럼 올망졸망 하얗게 붙어있는 모습이 이쁘기만 하다. 청옥산에서 내려가 는 하산길은 계곡까지 무척 지루하기만 하다. 지리한 산길은 재미없다. 그럴땐 재미를 만들어야 한다. 계곡에 다다랐을 무렵 역시 기대하고 있던 낙엽숲을 발견한다. 잘못하면 발못을 삐끗할 염려가 있기에 조심조심 내딛어보니 허리까지 차 올라온다. 그 속에 풍덩 낙엽속에서 수 영을 한다. 눈속에서 잊었던 나이를 낙엽속에서 또 잊는다. 두 손으로 가득 모아 공중으 로 던지고 낙엽세례를 받는 우리는 기쁨의 환호를 터트린다. 일어서면 밀쳐버리는 장난 끼도 발동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더 깊이 낙엽속에 파묻힌다. 65세의 나이에 아이처럼 천 진스런 모습이 무척 해맑다. 삶에 있어 한참 앞서 가고있는 연배있는 분께 던질 말은 아 니지만 참 애기같았다. 우리 모두가 어린아이처럼 굴 수 있어도 흉보지 않고 함께 즐길수 있기에 산행에 동참하 는 것 아닐까. 5월의 얼레지꽃밭 그리고 대덕산의 야생화군락지, 한여름날 비오는 공룡 능선을 겁없이 덤볐던 지난날들 한번이라도 어깃장나는 행동을 보였더라면 이렇게 계속 되는 산행은 없었을 것이다. 똑같이 터져나오는 환호성에 나이를 잊어버리는 산사람들, 한겨울 낙엽속에 푹 파묻혀 그때 그 기분을 무한정 느끼고 싶었다. 한참을 있고 싶었다. 지체할 수 없기에 아쉬움 배로 남기며 툴툴 털고 그 속에서 나왔다. 옷에 붙어있는 낙엽 도 떼어내기기 싫어 그대로 걷는다. 그러다보면 떨어져 나가는 낙엽들, 억지로 아픔을 해소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살다보면 약 없이도 나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한 나절을 걸었나보다. 8시간 정도 걸으니 발바닥이 조금 아프기 시작했다. 해는 뉘엿뉘 엿 넘어가고 고요한 숲속에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발견한 것은 딱따구리의 나무쪼는 소리였다. 딱다다닥 딱따다다닥 아플것 같은 부리는 열심히 나무를 쪼아대고 있다. 저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일하고 있을까 아니면 말라붙은 수피에 붙어있 는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일까. 십여미터 멀리서 훔쳐보고 있다가 서둘러 다시 내려갔 다. 사람 한 명 만나지 못하고 9시간을 걸어 동해시 무릉계에 도착했다. 도착시간은 오후 5시, 예상했던 도착시간에서 훨씬 벗어나고 말았다. 생각지 못했던 청 청옥산까지 밟고 내려온 올 한 해의 마지막 산행, 해를 마감하는 멋진 산행이었다. 두타 산에 올라 박달령으로 내려오기로 했던 다섯시간 정도의 산행이 청옥산까지 이어지는 9 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주는 기쁨이 더한 것 같았다. 어두워지면서 늦었다는 초조감도 무 시할 수 없었지만 오늘 하루산행에 송년의 의미를 두니 아팠던 발까지 모두 씻겨나간 듯 몸이 가벼웠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어둠은 속속들이 찾아들었다. 맥주 몇 잔에 곁들여 나온 묵나 물이 어찌나 맛있는지 순식간에 한 접시를 먹어치웠다. 시간맞춰 버스는 도착하고 먹다 만 나물 아까워 한 입 가득 넣어 얼른 차에 올랐다. 입안에 남아있는 묵나물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처럼 무채색이 만들어 놓은 겨울산에 하루를 담금질하여 다녀온 마지막 산행, 아직 그 맛의 여운과 느낌이 신년산행을 또 기다리게 만든다. 어떤 식으로든 하루를 내려놓고 또 다른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 \'밤사이 안녕하셨습니 까\'라는 말이 빈 말이 아니듯 황망히 떠나가버린 시숙님처럼 동장군의 기세에 갑작스레 상을 치루는 사람들이 이 겨울 늘어나고 있다.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화(禍)가 아 닌 큰 복이 찾아들기를 바라며 혹여 내게도 아니 우리 가족에게 다가올 액운일랑 모두 쓸어가버렸으면 하는 소망도 지는 해에 간절히 빌어본다. *** 방문을 두드려 주신 님들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바랍니다. 복도 듬뿍 받으시구 여행기쓰는방에 산행기로 가득한 이방 역시 사랑많이 해 주시고 행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