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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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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BY 은하수 2005-12-29

어제 저녁을 먹고 나서

집안에 마지막 남은 사과 두알을 가지고 와서 깎았다.

과일이 먹고 싶다는 큰 아들의 민원을 접수한 후...

 

근데 고 사과가 얼마나 맛있는지

새콤 달콤 아삭아삭 사각사각이는 것이

빨간 점박이 껍질안에 들어있는

노오란 과육의 육질이 단단하여 씹히는 맛이 있는 데다

입 속에 꿀을 머금은 듯 달디 달면서

사과 고유의 싱싱한 향내가 목젖을 감아돈 후에

코 안까지 흠뻑 젖어 들게 하였다. 

 

아삭아삭 씹히는 소리까지 그야말로

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맛이었다.

 

먹으면서 요즘 재미있는 티비 드라마 제목인

\"황금사과\"를 떠올렸다.

 

이맛이 황금사과의 맛이야...

 

모두 맛있다 하며 먹는다...

 

아들의 먹는 모습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손에 든 사과를 한 입 베물고는

머리를 젖혀 천정을 쳐다보며

둥근 입을 뾰족이 내밀어

부산하게 씹어대며 먹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먹냐고 했더니

사과에 과즙이 많이 나와서 그런다는 것이었다.

침 흘릴까 봐...?^^

 

그 모습이

생쥐가 알밤 한톨을 줏어들고 맛나게 먹는 모습같기도 하고...

닭병아리가 물을 삼킬 때 모습같기도 하고...

 

암튼

먹는 모습이 그 애의 띠동물이랑 무지 닮아 보였다.

 

그러고 보니

둘째놈도 자기 띠동물이랑 비슷하게 논다.

 

몸을 옆으로 틀면서

양팔을 아래 위로 반대로 교차시키며

겅중겅중 뛸 때는

보름달 속에서 방아를 찧고 있는

눈 땡그런 

달토끼의 몸짓과 비슷하다.

 

황금사과와

쥐와

토끼와

박스형 몸매의 살찐 토끼와

보낸

겨울밤이었다...

 

깜깜한 창밖에는

매서운 겨울바람이 넘실거리며

집안을 엿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