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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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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자..


BY 도영 2005-12-27

크리스마스 이브날 오후 ..누군가 계단 오르는소리가 들리고

그 구둣발 소리는 우리집 현관앞에서 뚝 .멈추어 섰다.

\"띵똥 택배 왔습니다\"

 

거실 카펫트 위에 엎드려 심심한 일상에  소금을 찍어먹으며

내감정의 간을 맞추고 있는 중이였다.

옆에서 껌처럼 달라붙어 있던 남편이 택배를 받아서

\"물건 주문했나?\"하며 내게 내밀었다.

최근 들어 어디 글보낸적도 없고 해서 눈이 똥그래져 열어보니

금색 상자안에 여자 등산 모자와 장갑이 다소곳이 있는게 아닌가.

그것도 빨강색의 모자와 빨강 장갑이 세트로....

가슴이 도근도근 거리며 남편에게 내감정이 들킬새라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누구지?누굴까?누구야?누구냐?

혹시...내게 연정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는 남정네?

아싸싸~!이것이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꼬..

요즘 애인 없는 사람들 1급 장애라 카든데..

드디어 내가 1급장애을 면하는구나..오우..할레루야`~옴마니반메흠`~

일분동안 속으로만 쾌재를 부르는것도 잠시.궁금증이 증폭 되기 시작 했다.

포장지에 보낸이에 주소를 확인하니 모 백화점 주소 외엔 단서가  없었다.

혹..남편이?혹 우리 큰아들 복달이가?

남편을 휙 쳐다보니 남편은 \"택도없데이..내가 미칬나.\"그런 표정이다.

하긴..결혼기념일도 마누라의 생일도 드릴로 옆구리 쿡쿡 찔러야 얻어먹는 판에

예수님의 모친이 산고를 겪는날 내게 선물할 이유가 없었다.

아하..우리 복달이?복달이를 쓰윽 째려보니

복달이 또한\"어무이...내 유흥비도 모자라요..\"의심하지 말라는 그런 표정이다.

어쩌면 다행일수도 있지..발칙한 생각을 하며 탐문수사를 하기시작했다.

내주위에 서성<형부.오빠.시동생 등등>거리는 남자들을

수사망에 넣기전에 초동수사가 중요한지라

브랜드를 확인하고 매장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빨간모자와 장갑을 선물을 받았는데요..누가 보낸건가 알수있을까요?\"

\"아...어제 오후에 사십대 남자분이 사셨는데요.손님은 확인이 안되는데요..\"

흐~~진짜 남자네..폴짜구리~~새신을 싣고 뛰어보자 폴짝~~

\"어머...그럼 인상착의라도..미남 입디까?\"

\"네네..미남이시던데요..\"

\"머리는 까지지 않았나요?\"

\"아뇨..대머리는 아닌던데요.\"

전화를 끊고 오늘따라 머리숱이 더 없어보이는  남편을 돌아보며

\"복달아빠야~~나 애인생겼나봐....그것도 미남이래`~나 축하해줘..\"

남편은 당돌 ..발칙한 마누라의 자랑에 충격을 받기는 커녕

\"조오켔따~~~\" 하며 열받는 눈치가 전혀 아니였다.

쪕..여자나이 사십이 넘으면 지나가는 똥개도 안쳐다본다지만.

낙화도 꽃인데...저렇게 나를 방치를 하다니..저러다 관리부족으로 뒷통수맞지..

 

.

우리집  조명중 목욕탕 거울이 제일 침침하다

침침한 조명이 세월의 흔적을 캄프라치를  해주기에  빨강모자와 빨강 장갑을 끼고

거실과 목욕탕 문지방을 오가며 설쳐댔다

\"어쩜 이렇게 이쁜빨강을 샀을까..게다 나의 등산잠바 색깔과 이래 일치하냐..\"하니

남편과 복달이는 쪄죽는다며 고만 벗으란다..후`~~~

좋다...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날 받는 선물이라 감동은 배가 된다

년말이라 그런지 허전한 마음에 구멍이 숭숭 뚫려 살얼음이 얼었건만

그 살얼음을 녹혀준 정체불명의 따뜻한 그남자 누군지는 몰라도 센스가 왕 센스네..

내 잠바 색깔과 우째 이리 딱 마췄는지...하면서 동시에 떠오르는 얼굴.

지나가면서\"이번 크리스마스 선물 좋은거 받으셨어요?\"묻던 그남자?맞아?짐작만 할뿐..

빨강모자와 빨강 장갑을 보내준 그남자 덕분에

2005년 12월은 멋지게 장식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