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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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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화분


BY 들풀향기 2005-12-23

 

작은아들이 애지중지하는

식탁위에 작은 미니화분이 하나 있다

오늘 문득 미니화분을 보니 시들어 있었다

남편의 소주잔으로 매일매일 한컵씩 물을 주었는데

몇칠을 잊어버렸는지 어느세 잎이 시들시들해 지고 있었다

9살인 작은 아들이 이른봄 꽃집에 가서 사온 미니화분

꽃집 이름은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예쁜 이름을 하고 있어

아들과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꽃집 아줌마가 얼마냐고 묻는 우리아이에게 천원이라고 하니

삼백원만 깎아주세요 했더니 그래 칠백원에 가져가라고 하셨다

아이의 앙증맞은 가격흥정에 아줌마는 너무 귀엽다고 하면서

미니화분을 기꺼이 주셨다

그렇게 구입한 화분이었는데 매일 3번씩 밥을 차려먹고

밥통도 열고 과일도 깎아먹고 식탁에서 별짖을 다했것만

어느센가 화분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다

도데체 요즘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알수가 없다

나이 40에 치매에 걸린건 아닌지?

전업주부임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밖으로 뛰쳐나가

하루종일 무얼하는지 저녁만되면 두통이 오고 피곤해 죽겠다는

말이 입에서 꼬리표처럼 달려 다닌다

요즘 집안 꼴도 영 엉망이고 아이들 학습지도 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혹........우울증.....

무엇이 나를 이토록 들뜨게 하는가?

누가 나를 이토록 정신빠지게 만드는가?

어떤 이유가 나를 이렇게 얼띠게 만드는가?

언젠가부터 나는 생활의 활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헤어날 수 없는 깊은 늪 속으로 빠지고 있지는 않는지

아니다......그렇다고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는건 분명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식탁앞에 앉았다

아들의 미니화분을 바라보며 시들해진 잎을 만져본다

얼마나 목말라 했을까 싶어 남편의 소주잔으로 정수기의 물을 한잔 또한잔

그리고 세잔째 물을 부어 주었다

몇시간이 흘렀을까 시들했던 잎들이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날 몇칠의 소홀함에 참 많이 미안해 했다

아들에게도 미안하고 미니화분의 화초에게도 미안했다

윤기가 흐르는 진초록의 화초는 늘 나의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는데

그 기쁨 마져 잃어버리고 소홀했던 나의 마음을 반성하며

덩달아 나도 물을 벌컥벌컥 두컵이나 마셨다

나도 미니화분의 잎세처럼 싱싱한 날들을 보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