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증상이라지 아마?
가만 있어도 확~하고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게..
미국에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통화를 하다 우리는 서로의 나이 먹어감을
이야기하고.. 갱년기 증상을 맞장구 치고.....그랬다.
그러던 며칠 후 그 친구로부터 소포가 하나 왔다.
자연식품으로 만든 여성 홀몬제였다.
효과 본 사람이 많다는 ..... 걱정해주는 편지가 들어있었다.
고마움에 정성들여 한 보름 먹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아랫배가 만지면 아팠다.
먹은게 그 약 하나인지라 이 약 때문인가 싶어
홀몬제를 끊었었고 한 1주일 지나니 괜찮았기에 약을 먹지 않았다.
그러는사이.
그 친구는 곧잘 전화를 해서 약 효과를 물었다.
\" 그 약 먹으니 좋지?? \"
\"응 , 그래 좋아졌어.\"
\" 거봐 . 여기서는 다들 좋다고 하더라. 효과 본 사람이 많대. 나도 효과 봤어
꾸준히 잊어버리지 말고 꼭 먹어.\" 그 친구는 흐믓해 했다.
나는 그러는 친구에게 배가 아퍼서 못 먹겠더라는 말을 못하고 말았다.
그애의 성의와 그애의 기쁨에 왠지 찬 물을 끼얹는것 같아서..
...........
여기서는 미국으로 간 두 친구를 제외하고 다른 친구들과는 한 달에 한번씩 만난다.
만나면 여전히 우리의 화제는 갱년기였다.
자궁을 들어내고 난소까지 들어낸 한 친구는 7년전 부터 홀몬제를 먹고 있어서인지
참 더 젊어 보인다. 얼마전 부터는 나도 홀몬제에 욕심이 나던 차에
\"참 저번에 그 친구가 보내준 홀몬제는 나는 배가 아프더라. 나 한테는 안 맞나 봐.\"
아쉬움에 난 그런 말을하고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
며칠전. 경비실에서 소포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미국에 있는 그 친구가 그곳에 사는 또 다른 친구와 함께 . 여기의 친구들에게 비타민제와 함께 여성 홀몬제를 하나씩 선물로 보내 왔다.
난 그 홀몬제를 받고 좀 미안했지만 비타민은 먹고 그건 그냥 장식장에 넣었다.
그건 나에겐 먹는 약의 의미가 아니라 귀한 장식품의 의미로 다가와 보관하고 싶었다.
근데 어제 난 아주 짧막한 이 메일을 한 통을 받았다.
미국의 그 친구였다.
\"홀몬제는 배가 아프면 반씩 먹어라. 자연 현상이니까 괜찮아.\"
그렇게 ㅡㅡㅡ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만큼의 내용 한 줄.
순간 얼마전에 나눈 여기 친구들과의 대화를 되짚어보고....<누가 말했구나..>는 생각!!
다음날 여기 친구 중에 하나가 마침 전화가 왔다.
그래서 \" 너 혹시라도 홀몬제 먹다 배 아프면 반 씩 먹어 . 그건 자연 현상이래...\"하고 설명을 해 주었다
\"그거 내가 미국에 전화 하면서 말했다 . 저번에, 너 그 약 먹고 배 아퍼서 안 먹었다더라고 ......그래서 메일이 왔구나.. \"
.........
에구, 뭐하러 말했을까.
미국의 친구는 그 전화를 받자마자 내 메일로 그 내용을 보낸것이고..
효과 봤다고 거짓말 한 것이 되어 버렸고 .
그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나쁜 의도로 속인것은 아니데.....
무엇이 더 옳은 일이었을까??
\" 나에게는 안 맞더라....\" 하고 솔직히 말을 해 주었어야 했지 않았을까??
아니면 여기 친구가 너무 자세하게 내 상태를 알려주는 친절을 베풀지 말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내가 배 아펐다고 친구들에게 말을 한 자체가 잘못 한 일일까..나만 알고 있지. 내 입도 참으로 가볍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메일을 받고 이런 저런 생각에 마음에 혼란이 온다.
역시 내 잘못이 큰 것 같다.
안 맞으면 안 맞다고 솔직히 말을 했었어야지ㅡㅡㅡ
그것도 모르고 또 보낸 그 친구 맘엔 배신감이 들었을거다.
흐믓해 했던 마음을.. 패대기를 쳐버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속았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을지 모르니 말이다.
내 깐에는 기분 좋게 해 주려고 한 일이 더 나쁜 결과를 가져와 버려 기분이 안 좋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정말 미안했다.
..........
친구야...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라. 내 그 좁은 생각을 용서 하는 마음 .
그게 나에게는 선물이란다.>
이러면 거짓말에 하나 더 보태 염치까지 없는 친구가 되어버리는건가??
아~~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는데
미안하고 또 미안한 마음을 갖고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되다니....
정말 기분좋은 크리스마스가 되고 싶었는데...
아 ㅡㅡ정말 미치겠네.
친구야......
나는 너 기쁘게 해주려고 그랬었거든.....
새해엔 거짓말 안 하는 착한 사람이 될께..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