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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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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건


BY 박실이 2005-12-17

큰 방석을 꺼내와 툇마루에 앉아 오랫동안 커피를 마셨다.

끝도없이 내리는눈을 마주하며.

딸아인 엄마 왠 청승이야 한다

작년 이맘때도 이렇게 앉아 커피를 마시는 내게 딸아인 그랬다

우리 엄마 소녀같애.

저가 늙는거야 내가 늙는거야 한참을 생각한다.

그러고보니 세시가 넘고 네시가 넘어간다

이 새벽 청승도 청승 이어라.

 

딸아이가 꿈속에서 헤메이고 다녔다 유럽 어디라는데 처음보는 곳이였다

처음 보는곳은 당연한데 아인 어디에고 없었다

프로이드나 융이 아니더래도 억압되어 있던 그무엇이 그리도 꿈에 잔인하게 나타나

애간장을 태웠다

 

내년이면 조교 계약이 끝나는 시기와 맞추어 유럽여행을 떠난댄다

이십대에 하고 싶은 일중에 하나이니 엄마가 말려도 갈거라며 오래전에 통보해 왔다

같이 가는게 아니라서 허락을 해 놓고도 말리까봐 두려운가 보다

말릴 이윤 없었는데 혼자라는게 걸렸던가 보다 이십일이 한달로 늘어났다.

오늘 비행기표를 먼저 구입 하기로 했단다

그런 저런 이유들이 꿈속에서 나를 휘둘렸다.

 

그러고보니 자라면서 애를 태운적이 별로 없던 아이였다

합격한 학교 때려 치우고 적성 맞추어가며 재수하다 삼수까지 연결해 힘들게 한거 빼고는.

손바닥이 고사리만할 무렵엔 곧잘 묻곤 했었다

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글쎄.

그럼 엄마 난 몇번째야?

음. 두번째.

그럼 첫번짼?

음 글쎄.

나 첫번째 해줘라.

이젠 다 컸나 묻지 않는다 고등학교까지 묻던 그 첫번쨀.

 

이렇게 눈이 내리는날엔 그 첫번째가 보고싶다.

아이와 바꾼 그 첫번째가.

이런날엔 묻고싶다

 

아일 그냥 보내줘야 하는가를.

 

삼십년이라는 세월은 저만큼 밀려나 있는데 내안에 자리잡은 그 첫번째는 묻어도 묻어도

묻히질 않는다

이십대의 수려한 외모로 그는 늙지도 않는다

눈을감고 잡으면 잡힐거 같은 나의 이십대의 그가 있다

여전히 내 가슴에 첫번째로 군림하며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산다.

동행할수 없음에 힘든날  이젠 잊으라 한다

 

아이가 물어 온다면 이젠 그옛날부터 네가 첫번째 였다고 대답할수 있을텐데.

이젠 물어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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