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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전 동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여 분노한 남편 사건을 보며 이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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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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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 자기 작품이야


BY 동해바다 2005-11-25





      "1년에 한번씩 우리도 이런 재미 느껴가며 사는거죠 뭐"
      꽃집 부부가 활짝 웃으며 우리에게 건네는 말이다.

      꽃샘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릴 무렵 정보관에서는 수강생들을 모집한다.
      강좌는 30 여개이고 나이와 성별 이 모두를 불문하고 많은 시민이 동참하여 
      각자의 취미와 특기를 재발견하기도 한다. 

      8년전쯤 처음 일어강좌를 듣는 것으로 연을 맺고는 아마 한해도 쉬지않고 계속 지금까지
      무엇이든 배워왔다. 
      2년 3개월 옷가게를 하면서 조금 소홀히 할때를 제외하곤 시간 할애하여 
      꾸준히 정보관을 드나들었다. 
      시립도서관이 평생교육정보관이라는 명칭으로 바뀌면서 몇 개 되지않는 강좌수도
      늘어나고 시민들의 눈과 귀를 열게 해준 고마운 교육의 장소였다. 
      배움의 길은 원하면 언제든 열려 있었던 것이다. 

      빠듯한 가계와 아이들 교육비로 주부들은 허리춤을 졸라맨다. 
      시간은 허용되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하고싶은 것을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무료로 배울수 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 가끔 소개도 하며 데리고 와 지금껏 함께 배우는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도 받곤 한다. 

      어제는 봄부터 배웠던 강좌별로 발표회와 수료식이 있었다. 
      30여 개의 강좌중 서예와 미술, 사진, 손뜨개 등 8개반의 전시회도 아울러 펼쳐졌다.
      서양화반 6년차, 문예창작반 5년차...
      햇수가 오래되었다고 실력이 뛰어난 것은 절대 아니였다.
      오래 다니다 보니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거웠고 그 즐거움속에서 삶의 진수를 
      톡톡히 배웠다.
      그 재미로 다니는 것을 우리만 아는 것인지...많은사람이 실력 운운할땐 정말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이다. 전혀 배우지 못한사람보다야 훨씬 낫긴 하다만....

      해마다 있었던 전시회에 각자의 작품 앞에 꽃다발이 배달되곤 한다. 
      커다란 꽃바구니에서부터 한송이 꽃까지....

      작년 아이대학 문제로 서울에 있는 동안 전시회가 열렸고 내 그림 앞으로 배달되었던 
      남편의 꽃바구니는 리본에 새겨진 메세지 하나로 정보관에서 히트를 친 모양이다. 
      마지막 날 한산한 전시회장에 들렀을때 꽃바구니에 새겨진 문구를 보고 화들짝 놀라 
      괜히 얼굴이 후끈 달아올라 있었는데 마침 지나가던 직원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대단하신 남편이라는 찬사를 들었었다.


      '여보! 수고했소. 사랑하오' 

      물론 남편의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지어 보였던 내 환한 미소를 
      접을 수는 없었다.
      잘 아는 꽃집 주인의 즉석멘트를 남편은 오케이하고 그 사랑의 표시를 꽃에 실어 
      졸작 하나 빛이 나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올 한해 여가시간을 이용 배워왔던 한해의 결실 앞에 
      또 하나의 바구니가 배달되어 로비에 있던 수강생들과 직원에게 
      한번 더 찬사를 들었다.     

      바로 어제...

      '역시 자기 작품이야! 여보 사랑해'

      축하 메세지가 들어있는 꽃바구니와 함께 꽃집에서 보내준 바구니까지 두개가 
      내 그림 앞에 놓여져 있었고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전시작품을 보고있던 수강생들에게서 '하여튼 행복한 여인네라니까'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둘러대긴 했어도 어쨋든 꽃바구니 하나 보낸 것만으로도 행복한 여인이라고 했다.

      축하메세지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저녁후 꽃값도 줄겸 꽃집에 찾아갔을때 그들 부부가 환히 우리를 반긴다. 
      아들이 서울의 S대학에 수시1차 합격해 놓고 치룬 수능점수가 역시 학교에서 
      최고점수가 나왔고 해서 이래저래 기분좋아 있던 저녁이었나 보다.

      적당한 멘트를 넣어줄것이지 어쩜 그렇게 튀게 할수 있냐고 했더니 하는 말이 
      자기 부부가 머리 맞대고 궁리하는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많고많은 메세지를 주문받은 바구니에 넣어주고 싶어도 모두가 쑥스러운지 반대한다고 
      한다. 잘 아는 형님이고 또 어울릴 듯 하여 그렇게 메세지를 넣었다고 하니 내 남편 허허 
      하며 꽃값을 치룬다. 


      일요일까지 펼쳐지는 전시회장에 오늘도 발길 멈추게 할 꽃바구니 앞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웃을까. 
      부럽기도 할터이고 주책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닭살돋아 끔찍해도 할 것이고....

      여하튼 나는 기분이 좋다...누가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내 속을 썩히는 남편이었다 해도 지금 이순간, 나의 노고에 수고로움을 격려하며
      꽃으로 배달시켜준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연습이라 생각하며 그린 수채화 몇 점이 조금 민구스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