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바라거나 아쉬운 일이 아무것도 없는 날 왠지 홀가분할 때
딸의 기분은 썩 좋아 보이는데 자기는 그렇지 못해 괜히 심통날 때
잘 지내는 딸의 속을 한번씩 뒤집어 보고 싶을 정도로 삶이 무료할 때
딸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이렇다할 뚜렷한 주제를 못 찾았을 때
그럴 때 엄마의 단골 레파토리가 있다.
"니가 맏이라구 다른 애들(동생들)보다 중뿔나다구 생각하지 마라.
어차피 한 부모 밑에서 시간 차이만 두고 똑같이 태어났을 뿐이니
맏이라구 특별대우 바라지 말고 동생들에게 유세하지 마라."
하늘에서 날개옷 입고 내려왔던가 아니면
알을 깨고 나왔어야 했나 보다.
그래.. 너무 평범한 출생이었다.
어느 날은 (그날도 역시 너무너무 심심했었는지)
약간 색다른 레파토리로 바꾸더라.
듣는 내가 지겨울까봐 아님 말하는 자기도 지겨워서인가
약간씩 변화도 가미할 줄 아는 슬기를 갖추신 엄마다.
"니가 집이 부자이길 하냐? 집안이 좋으냐? 암팡지게 이뿌길 하냐? 아니면
똑부러지게 공부를 잘 하냐? 니가 뭐 볼게 있냐?"
여러분... 저 아뭇 소리 못 했읍니다...
정말 옳은 얘기였거든요...
맞는 말인데 왜 그렇게 엄마가 밉던지요?
가만 있는 딸 속 그렇게 후벼파도 되는 거라고 법에 있나요?
그래도 덕분에 공주병은 없어졌어요.
동생들에게 언니로서 유세도 못 하게 하고
특별대우도 안해줄 거면서
유사시엔 또 이렇게 애 끓는 소리를 해가며
올가미를 걸어와서 내 자유를 속박한다.
"니가 그러면 니 동생들은 어떡하냐? 니 밑에 동생들을 생각해야지..."
내 밑에 동생이 있었다구요?
시간 차이만 두고 똑같이 나와서 내 옆에, 머리 위에 앉아 있구만...
무지 헷갈리는 인생이더군요...
맏딸의 인생이란...
내가 아들이었다면 엄마도 그렇게 막말 못 했겠지요...
자식 헷갈리게 하지 맙시다...
자식 제 잘난 맛에 살도록 내버려 둡시다... 꿈 깨지 말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