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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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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짱이 좋아요


BY 까만밤 2005-11-11

예나 지금이나
군발이는 따분하다.

아무것도 안하는 날은,
특히 창밖에 비는 나리고
허리는 아파오고
좀이 엄청시리 쑤시는 날은
참아내기가 정말로 힘이 든다.

해서
그 시절 군발이들은
유치하기는 하지만
가끔씩
선데이서울 펜팔란에
광고를 친다.

그럼 그 시절로
살짝 넘어가 보기로 하자.

같은 내무반 동료
언놈이
펜팔란에 신고를 했다.
그러자 하루에도 수십통씩
편지가 날라들기 시작했다.

우리는 안다.
그 많은 편지가
애인한테서 오는 것들이 아니고
펜팔 광고를 본
어느 외룬 섬의 백조님들이
보내오는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장병 아저씨들은
저마다 슬금슬금
편지를 훔쳐다가
대필들은 하곤 한다.

그러다가 눈이 맞으면
운명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유신의
여동생 문희가
언니인 보희의
침상 쉬야 꿈을 사서
춘추에게 시집가는
대박을 터뜨렸듯이...

어쨌든
나도 한통 슬쩍해서
답장을 썼다.

"나는 군에 오기 전에
운짱을 했더랬는데
밥이사 굶기기야 하겠습니까만
직업이 개않겠습니까?"

그야말로
싱거운 장난질이었습니다만
예상을 깨고
진지한 답장이 왔습니다.

"저는 운전기사가 좋아요.
운전기사하고 한번 살아 보는게
저의 평생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을 이제사 풀게 되는가 봅니다
그리고
운전기사 하고 살면
비싼 택시요금 안내도
공짜 차 실컷 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이런 애틋한 사연과 함께
편지봉투 안에는
껌이 한개 들어 있었다.

옆에서 누군가가
코맹맹이 소리로
비아냥을 날린다.

"껌은 키스를 의미하는 거여!
잘 생각해보고 씹더라고~"

이런 경을 칠 놈!
껌이 씹고 자프면
껌이 씹고 잡다고
솔직히 고백할 일이지
거기다가 그런 초잡스런 해몽을 붙이냐?

어쨌거나
지루한 군대생활이
그 여자의
끈적거리는
유혹과 정성으로
몇일이나마
아주 재미있게 흘러갔다.

그 때 내 기억으론
관계를 더 지속했다간
손도 안 잡았는데
애가 생겨서
지금 잘 크고 있다고

겁주는게 아니라
겁먹으라고 하는 소리라며
협박을 할까봐
미리 겁먹고
자겁을 중단한
사실이 있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 여자가 생각난다.
한번도 보진 않았지만 
오지랍은 김포뜰 만큼이나 넓고
체격은 무척이나 우람했을거란
상상을 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