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얼마전 공인중개사 시험을 며칠 앞두고
랜드스쿨에서 개최한 인터넷 모의고사 결과였다.
난 마치 영화 예고편의 한 장면을 연출하듯
거실을 무대삼아 남편과 아이들에게
불합격자의 고뇌의 찬 모습을 아주 리얼하게 보여주었다.
어흑~ㅜ,ㅡ;(←이케)
인터넷 창에 뜬 빨간 글씨로 된 불합격!
한글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칼라는 왠 레드? 칫~)
한문으로 쓰면 충격이 덜할 것을
不落格^^ㅋ(한문은 뜻이 중요하다~훗)
5월에 운좋게도 1차 합격에 발목잡힌 난
언젠가 콩트방에 늪이라는 글을 쓴 것처럼
그 늪에 빠져서는 그만 2차 공부를 아니할 수 없었다.
1차의 합격은 2차 시험볼 기회를 단 한번 밖에 주지않기에
이번에 합격하지 않으면 말 그대로 도루아미타불이 되는 것이다.
학원은 작년 공부를 시작하면서 정규반 3개월만 다니고
이미 집에서 혼자 인터넷 강의로 공부한지 오래.
짧은 5개월동안 포기하고 싶었고
의욕도 많이 상실되었던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순간 시험 두달을 앞두자 마치 돌아온 탕아처럼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어느날 공부 안하던 자식이 갑자기 정신차려서
공부를 열심히 하더라는 얘기가 있더니만
43년만에 돌아온 그 자식이.. 바로 나다...(어무이~ㅜㅜ)
그리곤 바로 심판의 날인 어제.
16회 공인중개사시험을 치루던 날 아침.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그 전날 잠이라곤 두시간 토막잠을 자고
마지막 정리를 하면서 마음을 많이 비운 탓인가보다.
사실 며칠 전부터 그렇게 초조할 수가 없었다.
이제야 좀 알것 같은데 벌써 시험 날이라니..
그동안 놀지말고 진작에 좀 열심히 할 것을..
속으로 많이 후회했다.
"아무래도 한 두문제로 아슬아슬하게 떨어질 것 같아.."
식구들에게 그말을 하면서 혼자 결심했다.
난 설령 한두개로 떨어지더라도 절대로
한개 때문에 떨어졌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지..
남들이 들으면 동정 아니면 변명이다.
그래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진거야.. 그렇게 말해야지..
30일 11시 수험번호를 찾아 교실에 들어가니
그동안 힘들게 공부한 수험생들의 모습이 남 같지 않다.
아버지 같으신 분들도, 학생들도, 주부들도, 내 남편같은 분들도..
말 그대로 남녀노소다.
몇몇사람들은 같은 학원생들인지 서로 격려해주고
쵸코렛을 먹고 청심환까지 마시는 모습이 연출된다.
나도.. 쵸코렛 먹고 싶었다.--;
잠시 후.. 시험관이 들어오고 핸드폰 수거하고
금속탐지기로 탐색도 하더니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120 문제를 2시간 30분동안 앉아서 푸는데
어쩜 시간이 그리 짧을 수가...ㅎㅎㅎ
그렇게 길고도 짧은 시험을 치루고
시험장문을 나오는데 왜그리 실실 웃음이 나오면서 홀가분하든지..
누가 보면 시험이 무지 쉬워서 잘본줄 알았을껴.ㅋ
교문앞에서 기다리던 남편이 웃으며 한마디 건넨다.
"고생했네~"
"응~나 고생했어.훗"
"뭐 먹을래?"
"휴~~ 뜨거운 설렁탕이나 먹으러 가자.너무 추워!"
마치 등뒤에 날개가 달린 것 같았다.
철창없는 감옥에서 해방된 기분.
(두부 먹어야 되는디..^^;)
아~이젠 모든게 끝이야 끝!!
합격여부를 떠나 모든게 끝이라는 그 자체가 좋았다.
집에오니 아이들이 반긴다.
"엄마 시험 잘봤어?"
"그럼 잘봤지 엄마 시력이 얼마나 좋은데.ㅋ"
가답안이 나오기까지 어수선한 집안청소를 대충했다.
우선 방안에 있는 책과 문제집을 박스에 가져다 버리고,
냉장고며 화장실이며 붙여놓은 암기 프린트들을
죄다 걷어 내는데.. 어찌나 속이 후련하던지...
뭔눔의 공인중개사가 말이야~
알아야 할 법들이 이렇게 많은거냐궁.
법이 뭐여?
말그대로 물흐르는데로 사는게 법 아녀??
공인중개사한테까지 그 많은 법을 가르지니원.
우리나라에 똑똑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
나라 모양이 이 모양 이꼴인겨....
혼자서 말이 되는? 말을 궁시렁 거리며..^^;
잠시 후..4시..
가답안이 인터넷에서 발표한다는걸 알고 혼자
조용히 숨소리 죽이며 컴퓨터로.. 답을 맞춰 보는데 ..
1번에서.. 15번까지..
하나도 틀리지않고 연속으로 맞는걸 보고
난 그만 너무놀라... 기절초풍하는줄 알았다.
이이...이거..내 시험지 맞아? A형 맞아?
순간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이..럴수가..
중개업법..지적법..등기법.세법..공법...
한 과목에서 과락이 나오면 아무리 평균이 높아도 떨어지는지라
첫과목의 환상적인 점수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세과목 모두 채점하고 나선 나의 외마디 비명이....
어머..어머머머...
식구들이 내 짧은 비명에 몰려온다.
그리곤 다시 같이 확인하고 또 하고..또해보니..
뜻밖의 합격점수가 나온 것이다..
순간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감정이 극에 달했다.
"나 그럼 합격한거야? 다시해봐! 정확한거야? 나 실수 안했겠지!.."
물론 공식적인 발표는 아직 안나왔지만
가지고온 시험지 채점 결과로는 안정적인 점수가 나왔다.
두 달정도..정말 슈퍼 갈 시간까지 아끼며 공부했다.
혼자 독학하면서 힘들고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은적도 많았지만
아이들에게 엄마로써 노력하는 모습만이라도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하루 15시간 정도..
새벽 3,4시까지 공부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나중에 아이들에게 할말이라도 있지..
"거봐라..공부도 다 때가 있는거란다..그러니 너희들
더도말고 덜도 말고 엄마가 한것 만큼만 노력해라!"
이렇게 말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인내는 쓰다 하지만 그 열매는 달다.."
라는 말은 주위에서 많이 들어보았지만
이번 경험으로 그 글의 참 뜻을 알게 되었고,
그 열매가..사실 이렇게 단줄은 정말 몰랐다.
허긴 언제 먹어본 적이 있어야지..ㅎㅎ
오늘은.. 시월도 끝났고..
시험도 끝났다.
그동안 책만 보느라
가을 가는 소리도 못듣고
울긋 불긋 분노의 나뭇잎도
제대로 못 바라 보았는데..
오늘은 모처럼 일찍 일어나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집앞 가로수에 물든 노란 은행잎들을
창가에 서서.. 오래 오래.... 바라 보았다....
^,^** (←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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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저.. 축하해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