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설악산으로 워크샵을 가고 집에 없으니
진짜로 호젓하고 일이 없다
그에 얽매여 얼키고 설키고 근 21년을 살아오니
텔레파시라는 걸 종 종 경험한다 ]
지금도 ........
전화보고를 자주하는 그가
어제 저녁 술독에 빠졌는지 나와 통화가 안되었다
조금 이르다고 생각은 되어지지만 핸펀이라 별 무리 없이
그에게 전화를 걸려고 핸펀을 가지러 가는 순간 벨이 울린다
캬 역시 ..~~
그가 없는 틈을 이용하여 그의 귀염성을 폭로하고 싶어진다
나의 이름은 악녀가 아니던가
친구들이 모처럼 강북에 온 캣츠 공연이 50% 할인 티켓이 있다고 보자고 아우성이다
다들 부부동반으로 티켓을 끊은 모양인데
뮤지컬이나 음악회에 가면 졸기?를 즐기는 그의 반응은 늘 냉담을 넘어선 외면이다
남들은 부부동반인데
나는 짝잃은 외 기러기 신세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해도
신랑은 꿈쩍도 안 한다
일단 ...내건 포기하라고 하는데 ........
나 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표를 예매해 놓았단다
휴가 다녀온 다음날 띠리리 전화가 온다
표를 예매해 놓았는데 @이 아빠가 나오시면 술을 사준다는 --꼬심을 섞은 협박을 해댄다
술이라는 이 매력적인 얘기에 단번에 ...
'정 그렇다면' 하면서 은근 슬쩍 자기가 자리를 같이 해준다는 생색을 내는 신랑
솔직히 한달동안 우리 집에서 먹는 쌀값보다 비싼 뮤지컬을 보아야 문화인이 되는건지 ^^;;
빈티 나는 갈등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한 아저씨는 유명학원의 원장이라 차도 에쿠우스!!
한 아저씨는 @은행 지점장이고
이래 저래 아저씨들끼리 상면식은 처음인데?
아줌마들은 남편들 만나는 자리에 부부동반으로 가도 수다로 잘 떨고
대강 나를 낮추면서 ..잘 지내지만 아재들은 좀 ..??
이리 저리 재어보아도
겉으로 평가하면 --사실 속으로 평가해도 ?
꿀리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닌 듯이 보이는 신랑
은근히 긴장이 되는지???
"야 근데 그 사람들 키 크니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얼마나 속으로 웃기는지
아들녀석에게 살짝 얘기 해주니까 아들은 한 술 더 떠서
"왜 키가 밥 먹여주나? 왜 키는 들먹이고들 그러지? 아빤 더 웃겨요 ..ㅋㅋ"
귓속말을 한다
캣츠 공연을 보고
결국 애프터를 하러 가는데
에쿠우스 아저씨가 나이는 젤 어린데도
에쿠우스 턱을 내겠다고
씩씩한 포우즈를 취하신다
크으 ~역시 강적
공연에 가기 전부터 그럼 난 뭘 입어야 되느냐고 묻는데
의상까지 궁시렁 거렸다가는 눈치 보일 것 같아서
맘대로 하라고 하는데
나의 예상대로 손목부분이 햇빛에 바랜 티셔츠를 골라 입으려고 하는 찰나
"이건 입지마 ..너무 너무 빛이 바래서 ..."
"겉에 잠바를 입는데 어때? 어디 가서 옷 벗을 일 있니?"
전에 구멍난 런닝 셔츠를 입고 사우나 갔다가 --그날도 아침에 똑같은 발언을 했다
내가 어디가서 옷 벗을 일있냐고 ---
"이 국장님 대단히 경제적으로 사십니다 ..~"
하는 소릴 들을 전적도 있건만 ^^;;
속으로 찝찝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공연장에 들어서니 무대를 향한 빛이 열을 발산해서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다른 아재들은 웃옷을 벗고
@@엄마는 자꾸만 우리 신랑 더러 웃옷을 벗으라고
오버해서 자상함을 보이는데 ..땀을 찔찔 흘리며 잠바를 안 벗는다
사람은 항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나는 법
---이왕 이렇게 된 거 포기하고 자유로이 벗으라고 해도 ...ㅎㅎㅎ--
결국은 ..
숲이 다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가서 대명주라는 술을 한잔씩 하고
점심도 먹었다
서로 부드러운? 남자라고 칭찬들을 해가며
얘기를 잘 나누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는데
그제 돌아와서
자기를 만난 두 명의 아줌마들이
자기에 관한 언급이 없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아줌마 들이 나보고 뭐라고 그래??"
후 후 후
"아줌마들이 뭘 뭐라고 그래?"
어제 그 아줌마들이 우리집에 왔길래
아줌마들이 뭐라고 하는지 그게 궁금한 모양이야 ..하니까
웃어 죽는다고 웃어댄다
한 아줌마는
"혼자 조용히 만나고 싶은 남자라고 전해줘 ...아니 분위기 죽인다고 전해줘 " 하면서
자꾸 놀려댄다 ...
여자들이 만남이 끝나고
이쁘지도 않은 자기를
자꾸만 누가 자기 이쁘다고 말한 사람 없냐고 고개를 내어밀고 묻는 것 처럼
남자에게도 그런 왕자병 증세가 있는건지
그 아줌마들은 또 그렇다고 쳐도
지난 월요일 그의 친구 부인과의 만남을 마치고 돌아온 나에게
"어 ..그 김실장 와이프가 나보고 뭐라고 그래? "
엥 뭘 뭐라고 그래 ..나하고 만나서 남의 신랑 얘기는 왜?
"어 아님 말고 그 김실장이 나를 높이?^^;;평가하고 있는 편이거든 .."
'에끼 여보슈 ...내가 만나면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고
설문조사 하고 다니는 줄 아슈 ...내 참'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나
가끔 그게 몹시 궁금할때도 많긴 많죠
글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