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에세이 방에 @@와 통화를 하던 중
그 분은 "아리님은 어렸을때 잘 자란 것 같은데 ..?"하는 이야기를 서두로 꺼낸다
'잘 자라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으랴? 나름대로 집에서는 귀하디 귀한 자식이 아니었던가
"구두 신었다면서요? 수도물 먹고 ..?"
헉 구두를 사줄 만큼의 부자는 물론 아니었다
다만 언니나 오빠가 부모뻘 되게 나이 차이가 나다 보니 어쩌다 얻어 신는 행운이었을 뿐
지금 생각해 보면 수도물은 혜택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오염된 물을 마시는
최초의 인간 마루타라고 해야 하지 않나???
시골의 강가는 언제나 맑고도 맑은 물이 흐르고 ....
더구나 내가 어린 40여년전에는 더욱 더
서울의 청계천이 복원 되었을 때
100만의 인구가 그걸 구경하러 나와서
제발 천천히 오라고 방송을 할 지경이 되었다
다들 구경이라면 너도 나도 지지않고 나서는 사람들
알고 보면 물이고 나무고 강이고 산이고가 천지인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측은한가 !!..........^^;;
다들 자연이 그리워서 찾아드는
그 저수지가 보이는 카페의
커피 값이 왠만한 한끼 밥값을 능가하지 않는가
지나가던 자기 집 밭에서 참외를 따다 자기 옷에 문질러
쓱쓱 베어물던 사촌동생의 강인함에 늘 주눅이 들정도였다
저녁이면 온 마당에 마른 풀을 높게 쌓아놓고
모기를 쫒는다고 연기를 피웠다
온 동네 아이들이 와서 술래잡기를 하고 시끄럽게 몰려다니며
앞 마당을 차지하고
나는 언제나 멍청히 툇마루에 앉아서 그네들을 구경했다
순간 순간 위태함을 느끼면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뛰어다니다가 다칠 것 같다는 두려운 마음으로
왜 그리도 소심했었는지 ..?
혼자
아침 이슬이 발에 채이는 샛길을 걸어 온갖 꽃을 꺽어보며
남의 집 굴뚝에서 연기가 모락 모락 올라가는 걸 보며
배가 고프다는 생각으로 산을 내려오곤 했다
빈 시간을 공허히 보내고 있었으니 ...
학교에서 애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집 앞에 나리꽃을 덥석 꺽어서
이것이 암술 수술 ..하면서 자연 공부를 가르쳐 주었고
이름 모를 씨앗을 작은 주먹에 쥐어주면
이내 그애들이 돌아갈 즈음
슬그머니 땅바닥에 그것 들을 내어버리고
지금은 상상할 수 조차 없이 말을 하지 않았다
때로는 객적은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이 공허함은
말없이도 말있이도
서로의 마음이 통했던 물그림자같은 자연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허무맹랑한 생각을 해보곤 한다
문득 자연에
바로 그 시골에 가고 싶어졌다
지금 물론 그때의 그 시골이 아니지만 ...
온 동네 아이들이 시꺼멓게 그을린 얼굴로 멱감터에서 수영을 하고
오빠들이 강위에서 신나게 헤엄을 쳐 강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면
나는 오빠들이 떠내려간다고 엉엉 울어대기 일쑤 였다
교통사고 후유증을 안고
폐염까지 앓던
나는 드디어 모든 서울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갔다
어머니와 나는 시골집 사랑채에 작은 살림을 차리고
단 둘이서 먹는 밥임에도 밥 한 공기는 공기째 솥에 묻으시며 쌀밥을 지어주시고
나머지는 보리로만 밥을 지어 드시던 어머니 ...
햇빛이 잘드는 마루에 풍로를 가져다 놓고
코에 땀을 송송 내면서 맛나게도 먹던 찌개
옥수수 ...감자떡 ..삶은 밤들이 그리워진다
이제 내게는 그 어머니도 그 시골도 없고
자동차 매연에 뿡뿡대는 크락숀 소리가
너무도 익숙한 빌딩 숲에 갇힌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슬에 밟히는 풀들이 가득한
작은 산책길도 없는 삭막한 도시에서
연월이네 참외밭을 거둘 때
그애는 작고 예쁜 참외만 잔뜩 골라서 내게 주었다
새로 만들어 입은 소창 치마에 한아름 싸들고 와서 ..(흙을 제 치마에 묻히며)
너무나 정 깊은 아이였다
"이렇게 많이 ?"
"이것도? "
나의 의아함을 오히려 부끄러워했다
그 참외들은 먹지도 않고 툇마루에 가지런히 쌓아놓았다
돌담 밑에 떨어져있는 깨어진 사기 조각을 줏어다 정신 없이 한나절을 소꿉놀이를 하며
아무런 욕심도 질투도 없이
온종일 맑은 공기와 햇빛을 받으면서
아주 아주 즐겁게 재미나게 ...놀기만 했다
그렇게 천진 난만한 어린 시절로 가고 싶다면 그건 너무 무리수일테고 ...
설악엘 다녀와서는 더욱 더 자연 속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백담으로 들어가는 6키로의 산책길을
버스로 가는 사람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보기 어려운 것들인데 .
넓은 계곡 사이의 커다랗고 흰바위들
백개의 호수라 백담이라며
맑은 물 사이에 보이는
하늘 그림자 산 그림자를 새삼 감탄하며 걸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게도 코가 뻥 뚫린다는 걸 모르겠다는 나의
의아한 물음에 신랑은 짧게 설명한다
차츰 차츰 그 공기에 익숙해 졌기때문이란다
공기가 아주 나쁜 곳에서 아주 좋은 곳으로 순간 이동을 하면
그걸 금방 느끼지만 서서히 ...아주 서서히 그것에 젖으면서
걸었기 때문이란다 ...
우리도 지금 그 서울의 매연에 가스에 서서히 오염되며 살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나 설정도 없이
혼자라도 도봉산엘 가려던 맘으로 온종일 들떠했었다
일몰을 맞는 산에 잠시 나뭇잎이 반짝 거리는데 얼마나 이쁜지 ...
제대로 들지 않은 낙엽의 빛깔이 더욱 선명하게
이른 가을을 느끼게 해준다
적당히 서늘한 바람이 주는 상큼함이
우리가 살아있음을 더욱 선명히 해준다
이 위대한 자연 속의
햇빛과 공기와 물을 먹으며 제대로 잘 자란 나무와
풀과 꽃..........그리고 이름 모를 식물들
나도 그것들 처럼 그 속에서 다시 잘 정제되어 자라고 싶다
달빛에 반짝이는 ....바닷물결 ..
입을 오물거리면서
바쁘게 먹이를 찾아다니는 다람쥐
쫑 쫑 대는 산새
그리고 기분이 섬찟해지는 까마귀의 울음소리
겹겹이 병풍처럼 드리운 산 사이로
오직 푸르디 푸른 하늘만이 드넓게 펼쳐지니
마치 나의 영역이 무한대로 넓어지는 기분이 든다
순간이동으로 그 자연속에 잠시 마음을 빼앗기고 왔다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
결코 인위적이 아닌 ...
자연 안에는 오직 평화와 안온함과 다정한 아름다움만이 느껴졌다 ............
여행 후유증인지 자꾸만 집을 뛰쳐 자연으로 가고 싶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측은해진다
늘 종종 걸음을 치고
붉은 신호등에도 빨리 달려가고 싶어하고
핸드폰 소리에 귀기울이는
허나 이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아름다운 재촉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