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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07

한방병원에서


BY 라메르 2005-10-13

어젠 속이 더부룩해서 한방병원을
다녀왔다.

양방에서 위내시경인가를 한다며
길다란 쇠꼬챙이를 입속으로 넣어
위속을 휘 휘 저었는데 목구멍이
어찌나 아프던지.....

이상없어요 그랬었다.

간이 안좋아 그럴수도 혹
자궁이 위축되어 그럴수도 있음을
담당의가 설명해줬다.

간 수치도 정상, 자궁은 전혀
작아지지도 않고 호르몬 분비도
왕성하니 갱년기 증상은 전혀
아니라는데

날이 갈수록 동전만한 크기의 덩어리가
목구멍을 짓누르는 것 같아
고통이 말씀이 아니었다.

최근에 설치했다는 초음파 기기
비싼 장비라고 얼마나 강조를 하는지
정확도를 말하고 싶었던게지.

약물치료를 받아봐도 동전만한 덩이는
여전히 가슴팍을 옥죄었다.
안되겠다 싶어 한방을 찾았다.

진료를 독특하게 하더만
보통은 환자가 가면 면담을 하는데
대뜸 침상에 누우라는거야.

옆 침상엔 이미 두 명의 여인이 누워있었어.
누워있는 세 여자중 두 여자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두 여인은 모두 이십대로 보였어
모두 초등교사라나

의사가 한 여자의 턱을 두손으로 감싸쥐고는
턱을 이리저리로 돌리고 있었다.
삐거덕 삐거덕
경추에 이상이 있다나?
의사의 손 안에 갇힌 얼굴이 참으로 곱다
생각하고 있는데
"한 혜진을 닮았지요? 금순이"
그러고 보니 한 혜진과 흡사하다
"목소리, 몸매도 똑같지요?"
안 보이는 성격까지 칭찬하느라 바쁘다.

그녀의 등짝에 침을 꽂고는 침상으로 다가와
내 팔목을 잡는다.
"맥이 팍팍 뛰고, 혈색 좋고,.....좋고,
이상없습니다. 아주머님"
양방에서와 똑같은 소릴한다.
아주머님 만 빼고.

아주머님?
귀에 거슬린다.
"뭐라고라? 아주머님?
선생님 우리 막내 동생 나이구먼"

한의사 면허증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동생과 몇 살 차이 나는데요 한다.

손가락 열 개를 살짝 펴 보였다.

면허증에는71******
어쩌구 저쩌구라고 적혀 있었다.

바늘 꽃힌 금순이가 킥킥 웃다가
침이 빠질 것 같다 하소연 한다.

(참을 걸 그랬나?
40대 중반 여인을 아주머님이라 부르지
그럼 뭐라하냐?
-그래도 그렇지 아주머님이 뭐냐?
아줌마도 아니고
아줌마면 어감상 젊어 보이구.
아줌마 보다 품위있게 아주머님이란 단어를
골라 쓴 모양인데
지 품위 지키려 남의 기분망쳐? 고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 "

"결혼생활 힘드시죠?"

"어이?"
뭘 말하려는가

"전 결혼하기가 두려워요."

휴~ 지 얘기다.

"선배님이 결혼생활에 대해 말씀해 주셔요."

"결혼은 '늪'이 더이다.
늪인지 알면서 결혼을 했지만서두
처음엔 푹 빠지는 불안감 때문에 힘들었지요.
여전히 앞으로도 헤어나올 수 없는 늪이지만
늪에서 숨쉬고, 웃고, 우는 방법을 터득했지요."

"아~ '늪' 와 닿는군요.
그래요 늪이 두려운 거지요.
그래도 가끔은 예쁘고 착한 여자를 보면
결혼하고 싶어져요."

바늘 꽃힌 금순이의 등짝에 더 많은 침을
꽃아 놓고 그가 내 침상으로 다가왔다.

살아가는 이야기가 침상너머로 넘실넘실
넘칠즈음 그가
내 가슴팍에 꽃힌 바늘을 뽑아 냈다.
목구멍에 동전만한 덩이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아니 어쩜 그 증상은 바늘을 꽂기 전에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psychosomatic symptom -마음이 아프면 몸도
따라 아파지는 증세
그는 이미 병의 원인을 알아차린 명의였다.

"안녕히 가세요 누님 손님 가끔 들르세요."

그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병원 문을 나서는데
많은 환자들이 그를 기다리느라 병원은
북새통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