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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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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큰며느리 꼬장부린 날.


BY minha14 2005-09-29

추석 마지막 명절날.

저희 집으로 항상 친척분들이 모이신답니다. 당일전부터 당일 날 또 그 다음 쉬는 날까지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친척분들 때문에 전 언제나 식순이, 밥순이랍니다.

가뜩이나 집안 일이 제 체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사람인 저로서는 명절날이 아주 죽을 맛이랍니다.

그날도 여느떄와 다름없이 너무나 많은 친지분들을 치루고 난 상황에 몸까지 그다지 좋지 못했던 저는 신랑과 초저녁에 아이들을 맡겨놓고 동네 포장마차에 갔답니다.

거기서 안주에 소주 1병을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신랑이 화장실 간 사이에 저는 그길로 집으로 와서는 술주정을 시작했더랬습니다.

울고불고..엄마 보고싶다고..내가 밥순이냐고..나도 쉬고 싶다고..여행가고 싶다고..놀러 다니고 싶다고..(술취해 필름이 끊긴 제가 기억하는게 아니고 신랑이 생생히 이야기해줬어요)

다음날 일어나 보니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더라구요. 머리맡에는 꿀물이 타져 있었구요.

부엌에 나가보니 저희 어머니 하시는 말씀 "그래도 시절이 좋아졌다. 우리 때는 힘들어도 말할 때가 어디있니? 그저 아궁이에 불때며 그렇게 삭히곤 했지. 그렇더래도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속버린다." 또 하염없이 눈물만 뚝뚝...

부끄럽고 죄송스럽고 어찌나 염치없던지....

그 이후론 술 입에도 안대고 열심히 맏며느리로서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답니다.

여전히 제게는 부담되고 힘든 명절이지만 저를 사랑해주는 저희 가족들이 있으니까 잘 참고 견뎌내려구요. 여러분들도 명절때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마시고 즐겁게 보내세요.